2011. 9. 14. 14:08ㆍBook
“일상속 폭넓은 상호작용 통해
힘없는 자들도 권력을 만든다” | |
등록 : 20110913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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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골드파브 ‘작은 것들의 정치’
최근 중동의 혁명 물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 서비스의 구실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새로운 기술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신기술 자체에 신경쓰지 않더라도, 권위주의 지배 아래에서 보통 사람들의 정치적 에너지가 갑작스럽게 터져나오게 된 배경과 과정 자체는 분명 눈길을 끄는 현상이다.
주로 동유럽과 미국 정치를 비교 연구해온 제프리 골드파브 미국 신사회과학원 사회학과 교수는 <작은 것들의 정치>(후마니타스)에서 보통 사람들이 펼치는 ‘작은 것들의 정치’가 20세기의 전체주의를 무너뜨렸으며 앞으로도 핵심적인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계급이나 민족, 국가 등 거대한 정치적 행위자들의 힘만 봐왔는데, 그래서는 역사와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지은이는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광범위한 상호작용이 권력을 만들어낸다”고 역설한다.
‘작은 것들의 정치’를 이론화하기 위해 지은이는 미셸 푸코와 한나 아렌트, 어빙 고프먼 등의 논의들을 끌어온다. 아렌트는 공적 공간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전체주의를 맹렬히 비판했다. 지은이는 이런 아렌트의 이론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공적 자유와 민주주의적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에 따르면 20세기를 지배했던 전체주의를 극복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저녁 식탁이나 시낭송회가 벌어지는 서점 등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전체주의적 지배 체제 아래에서 원래 사적인 공간을 공적인 자유가 만들어지는 영역으로 만들어낸 그들의 작은 실천들이 자율적인 정치적 힘, 곧 정치 권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이론을 토대로 삼아 1968년 전세계적으로 벌어졌던 이데올로기 투쟁, 1989년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 2000년대 미국에서의 정치적 갈등 등을 ‘작은 것들의 정치’가 영향력을 발휘했던 역사적 사건들로 풀이한다. 특히 2000년대 미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선 반테러주의를 펼치는 국가권력과 이에 반발하는 반전세력의 움직임 등을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브온’이나 ‘밋업’ 등의 웹사이트들에서 벌어진 정치적 캠페인이나 하워드 딘 대통령 입후보를 지지한 움직임 등은, 전체주의의 탈근대적 변화에 맞선 탈근대적인 ‘작은 것들의 정치’라고도 풀이한다.
‘작은 것들의 정치’가 그것이 지향하는 정치적 성향과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2004년 미국 종교적 우파의 움직임이나 보수적인 미시정치인 ‘티파티’ 활동 역시 주목할 대상이라고 한다. 곧 ‘작은 것들의 정치’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이며, 능동적 참여자들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또 ‘커피당 운동’과 같은 우리나라의 풀뿌리 사회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어떤 역사적 흐름과 맥락 위에 놓여 있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한국어판 후기에서 지은이는 한국의 2008년 촛불시위에 대해 “‘힘없는 자들의 권력’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원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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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13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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