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28. 14:48ㆍBook
“유교 문명권은 트랜스시스템 사회”
| |
등록 : 20110927 21:53 |
|
중국 대표 지식인 왕후이 ‘아시아는 세계다’ 출간
문화 교류·융합으로 만들어진 사회 유럽중심주의 넘어 중 근대사 풀이
지난 4월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가 <황해문화>, <한겨레>와 함께 연 사회토론회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꼽히는 왕후이(사진)는 중국의 사회발전 노선을 독립자주적인 모델이라며 그 의미를 강조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한겨레> 4월28일치 23면) 개혁개방의 부조리를 비판했던 신좌파 지식인은 도대체 어떤 경로를 거쳐 ‘중국 모델’을 강조하게 됐을까?
여기에 답을 줄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왕후이가 지난 15년 동안 썼던 논문 여섯편을 모은 <아시아는 세계다>(글항아리 펴냄)는 그동안 왕후이가 거친 사상적 여정을 보여준다. 특히 유럽 중심주의적 역사 서사에 제동을 걸고 중국과 인접국가들의 관계를 독자적으로 풀이해내는 등 기존 ‘신좌파 지식인’에서 세계시스템을 고민하는 이론가로의 도약이 두드러진다.
왕후이가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핵심 개념은 ‘트랜스시스템 사회’(跨體系社會)이다. 그는 이 말을 “문화의 전파·교류·융합·병존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시스템을 내포한 사회를 뜻한다”며 “민족공동체 시각에서 이뤄지는 각종 사회 서술과도 다르고 다원사회라는 개념과도 다르다”고 풀이한다. 여러 시스템의 단순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시스템들이 서로에게 침투하며 변동하는 동태적인 모습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유럽 중심주의를 넘어 독자적으로 중국과 중국을 둘러싼 근대사를 풀이하기 위한 시도다. 이를테면 일본·한반도·류큐·베트남 등은 모두 이른바 유교 문화권과 한자 문화권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단일한 종합체’를 형성하지는 않았다. 기독교 문명은 정체적 경계와 문화적 경계의 통일을 갈망했지만, 유교 문명권에서는 결코 양자 사이의 정치적 통일을 강렬하게 추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왕후이는 기존의 ‘조공 체계’라는 풀이를 넘어서, 이를 ‘트랜스시스템’의 역사적 원류로 본다. 또 이런 논점을 티베트와 류큐를 둘러싼 현실 속에서 풀어내기도 한다.
왕후이의 이런 논점은 이전부터 꾸준히 보여줬던 신자유주의 세계화 또는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비판과 맥이 닿아 있다. 서로 다른 정치·문화적 요소들이 복잡한 시스템을 넘나들며 침투한다는 트랜스시스템의 개념은 경제활동이 각종 정치·문화적 요소들을 삼켜버리는 현재 전지구적 지배 메커니즘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
왕후이는 이 책에서 “오늘날 미국의 금융 패권을 포함한 여러가지 패권들은 미국의 군사적 패권과 국가적 패권이라는 기초 위에서 형성됐으며, 이러한 패권 없이는 모든 것이 붕괴되고 와해될 수 있다”며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한다.
최근 중국의 부상을 새로운 패권의 등장으로 보거나 민족주의적인 위세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왕후이는 이 책을 통해 한발 앞서 제동을 걸고 더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원형 기자 |
ⓒ 한겨레 (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
|
등록 : 20110927 21:53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케우치 요시미의 <고뇌하는 일본> <내재하는 아시아> (0) | 2011.11.16 |
---|---|
충적세 문명 (0) | 2011.10.31 |
귄 다이어의 <기후대전> (0) | 2011.09.25 |
제프리 골드파브 ‘작은 것들의 정치’ (0) | 2011.09.14 |
<식물, 역사를 뒤집다> (0) | 2011.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