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스스로를 ‘하우스푸어’(주택만 갖고 있고 별도의 자산이 별로 없는 서민)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칭 하우스푸어는 2년 전보다 급증했다. 세입자 4명 중 3명은 집을 구입할 능력이 있더라도 당장은 구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 8일 밤 불이 켜진 가구가 30%밖에 되지 않아 컴컴한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의 앞날을 보여 주는 듯하다. 김포 한강신도시는 비평준화지역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 집값이 하락해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면서 입주를 포기하는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서울신문·잡코리아가 시민 421명을 대상으로 지난 4일부터 실시한 공동 설문조사를 8일 마감한 결과에 따르면 자가주택 소유자(218명)의 48.2%가 ‘나는 하우스푸어’라고 응답했다. 이는 2010년 8월에 잡코리아가 481명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설문의 29.9%보다 거의 20% 포인트 높은 것이다.
2010년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이자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2004년 이후 6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때다. 집값 하락과 대출 상환에 대해 주택소유자들이 느끼는 부담과 불안의 정도가 당시보다도 커졌다는 의미다.
특히 하우스푸어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 52.3%가 ‘정부의 불안정한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했다. 2년 전의 54.9%보다 약간 줄었지만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다. ‘개인의 과도한 투자 욕심’ 때문이라는 응답은 35.3%로 약간 증가했다. 반면 ‘세계적인 경제불황 때문’이라는 대답은 10.6%로 2010년 설문 당시의 5.6%보다 크게 증가했다.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이미 부동산 정책 도구를 모두 썼지만 1·2인 가구의 증가로 패밀리형 주택이 팔리지 않아 거래가 줄어드는 구조는 방법이 없다.”면서 “그나마 주택 소유 비중이 높은 고소득층이 주택을 내놓도록 유도해 이를 공공임대 등의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소유자 중 지난 1년간 소유한 주택 가격이 보합세였거나 10% 이상 하락했다는 응답자는 69.2%였다. 주택담보대출이 주택비용의 30% 미만인 이들이 55.9%였지만 30% 이상을 빚진 이들도 44.1%로 적지 않아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가계대출문제의 뇌관이었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가 18.5%였고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고가지역의 집값만 더 잡으면 된다’는 응답이 17.1%로 뒤를 이었다. ‘모든 지역에 부동산 부양책을 써야 한다’와 ‘강남 3구를 제외하고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13.8%, 10.2%였다.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볼 때 강동·관악구 등 강남 3구 주변지역의 경우 자신들을 하우스푸어라고 지칭한 이들이 73.3%로 서울 지역 평균(51.3%)보다 월등히 높았다. 월 가구소득 대비 원리금 비율이 20% 미만인 가구 비율도 강남 3구와 강북이 각각 66.7%, 68.3%인 반면 강남 3구 주변지역은 33.3%에 불과했다. 반면 원리금 비율이 50% 이상인 가구는 26.6%로 강남 3구(0%)나 강북(2.4%)보다 크게 높았다.
이경주·오달란·이성원기자 kdlrudwn@seoul.co.kr
자택 보유 가구의 빚이 지난해 가처분소득보다 1.4배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에도 가계소득 증가율은 둔화될 것으로 전망돼 집을 담보로 빌린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가 급증할까 우려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14일 내놓은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 집을 보유한 가구 전체의 가처분소득은 3688만원으로 전년의 3373만원보다 9.3% 늘었다. 같은 기간 가구당 평균 부채액은 6353만원으로 전년의 5629만원보다 12.9% 늘었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소득이 늘어난 속도를 압도한 셈이다.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66.9%에서 지난해 172.3%로 확대됐다. 자택 보유 가구의 원리금 월 상환액은 48만원에서 60만원으로 25.0% 늘었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보다 수도권 가구의 가계 빚 부담이 컸고, 부담이 증가하는 속도도 빨랐다. 수도권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50.2%로 비수도권 가계(110.0%)의 두 배를 넘었다.
지난해 수도권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10년 239.4%보다 10.9% 포인트 상승한 반면, 비수도권의 비율은 1년 새 0.3% 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았다. 원리금 월 상환액은 수도권에서 1년 동안 23.4%(64만→79만원) 늘었고, 비수도권 가계에서는 23.7%(38만→47만원) 증가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수입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부채가 누적되고 대출금리가 올라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다.”면서 “경계에 놓인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임 위원은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싼 값에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주택가격이 더 내려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