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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직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12 서울진로직업박람회’를 찾은 중·고교생들이 진학상담과 진로상담, 대학생 멘토 상담 등을 하고 있다. 이 행사는 14일까지 열린다. 뉴시스 |
‘상반기 취업자수 증가 8년만에 최고’ 통계의 불편한 진실
취업자 20~30대 10만4천명↓
50대 이상 46만8천명 증가
창업·자영업자 늘어난 탓
이미영(54·가명)씨는 올초 서울 중랑구에 커피숍을 냈다. 남편 퇴직금 일부와 모아둔 예금을 투자했다. 초반 두세 달은 장사가 좀 됐지만, 주변에 비슷한 가게가 생긴 뒤로 영 신통치 않다. 이씨는 “아이들이 아직 취업을 못해 돈 들어갈 데가 적지 않다”며 “버티는 데까지 버텨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29살 방대영씨는 2년째 구직 중이다.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몇 차례 시험을 봤지만 번번이 미끄러졌다. 눈높이를 낮춰 작은 회사를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중소회사들은 뽑는 인원도 적고 경력직을 더 선호했다. 방씨는 “주변에 나같은 백수가 20%는 되는 것 같다”며 “정부가 고용대박 등을 선전할 때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올 상반기 취업자 수는 2447만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5만명 늘어났다. 2004년 상반기(46만명) 이래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15살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뜻하는 고용률은 올해 2분기 60.2%로 4년 만에 60%를 넘어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나아지고 있다”며 “여성과 고령층 등의 취업이 늘어난 것이 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취업현장에서는 정부가 얘기하는 ‘8년 만의 고용 훈풍’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취업자수 증가가 대부분 50대 이상에서 이뤄지고, 취업이 절실한 20~30대의 취업난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청년층의 고용 상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고용 호조세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고용률도 아직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997년 60.9%까지 올라갔던 고용률은 2009년 58.6%까지 떨어졌다가 2012년 2분기 60.2%에 머물러 있다.
50대가 갖는 일자리의 질도 썩 좋지 않다. 이들은 특히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영세자영업 쪽으로 몰리고 있다. 엘지(LG)경제연구원이 10일 내놓은 ‘저부가가치에 몰리는 창업, 자영업경기 더 악화시킨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올해 1~5월 사이 50대 이상 자영업자 수는 17만5000명 늘어났다. 상반기 취업자 증가분의 39%에 이른다. 이들이 주로 식당이나 커피숍 등 싼 노동력으로 승부하는 저부가가치 사업에 뛰어들면서 ‘레드 오션’인 자영업 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고가영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으로 자영업자 증가는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것”이라며 “경제 부진이 지속될 경우 자영업체의 퇴출도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증가의 영향으로 5인 이하 영세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지난 5월 처음으로 전체 취업자의 40%인 10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취업자가 느는 것은 자영업과 창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일자리의 질이 썩 좋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