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존 미어샤이머

2013. 2. 25. 13:38interview

 

 

美교수 "한국, 미국 못 믿을땐 자체 핵을…"

[중앙일보] 입력 2013.02.23 00:58 / 수정 2013.02.23 15:30

미국의 핵우산 한국이 믿지 못하면 자체 핵무장 나설 것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거나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핵우산의 신뢰성을 확신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 자체 핵무장 옵션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중앙포토]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 보유국 대열에 진입한 만큼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에서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대가인 존 미어샤이머(65) 미국 시카고대 교수(국제정치학)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의 ‘불편한 진실’을 들어봤다.

 -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봐야 하나.

 “3차 핵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북한은 이제 의심할 여지 없는 ‘핵무장국(nuclear- armed state)’이다. 아직은 매우 제한적인 핵 능력을 갖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핵무기와 더 나은 운반수단을 보유하게 될 게 틀림없다.”

 -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인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은 미국을 비롯해 위험한 주변국들에 둘러싸여 있다. 핵무기는 최후의 억지력이다. 북한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국·중국·러시아는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데 왜 북한만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는가.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은 미국을 믿지 않는다.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카다피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미국은 약속했다. 이를 믿고 리비아의 카다피는 핵 포기에 합의했지만 결국 정권이 무너졌고, 카다피는 목숨까지 잃었다. 북한은 바보가 아니다. 정권의 안전을 위해서는 핵무기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다는 걸 잘 알고 있다.

 -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한국에서 높아지고 있다. 현실적이고 가능한 선택인가.

 “미국은 한국에서 전술핵을 철수하지 말았어야 했다. 전술핵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의 강력한 상징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미 핵우산의 신뢰성에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자체 핵무장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미국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의 생존이 위협받지 않는 상황에서 미 대통령이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이나 일본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은 한국이나 일본이 자체 핵무장을 검토하는 강력한 유인이 될 것이다. 한국에 미군의 전술핵이 남아있다면 이런 문제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 전술핵 철수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전술핵을 재배치할 순 없는 일이다.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북한의 핵 개발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를 옵션으로 유지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 6자회담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하나.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된 이상 더 이상의 6자회담은 시간 낭비다. 그러나 북핵 당사자들이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평상시나 유사시 대응 방안에 관한 실행 규칙을 만들어내는 노력은 중요하다.”

 -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강화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안보리 제재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일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북한 정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면서 북한 주민들만 고통스럽게 하는 안보리 제재라면 차라리 완화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 식량과 에너지 지원을 중단하는 등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면 북한이 굴복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견해가 있는데.

 “중국이 북한의 핵 포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증거가 없다. 북한의 핵실험에 중국이 불편해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다른 문제다. 중국은 북한이 독립국가로 유지되기를 원한다. 미국의 긴밀한 동맹국인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 북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정권이 붕괴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핵을 보유한 북한과 공존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핵무기는 북한 정권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식량이나 에너지 지원을 대폭 줄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로 인해 북한 정권이 불안정해지고 동요하는 사태는 중국의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비확산 쪽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오바마 행정부는 비확산과 북한의 비핵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노력이 부족해서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한의 3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 협상파인 존 케리 국무장관의 등장이 북핵 문제 해결에 새 변수가 될 가능성은 없나.
 “케리 장관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더라도 북한의 핵 포기를 설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임자들이 이루지 못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그만의 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 동북아의 ‘핵 도미노’는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할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릴 때는 가능한 시나리오다.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들에 확장된 핵 억지력을 제공한다는 강력한 공약을 유지하는 한 두 나라가 핵무장 쪽으로 달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에 핵무장을 요구하는 강한 목소리가 있을 거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진 않는다.”

 - 한국의 새 대통령은 어떤 대북정책을 펴야 하나.
 “박근혜 정부는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단호하되 도발적이지 않은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남북관계의 개선은 분명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 정부의 정책과는 사실상 무관하고, 북한의 정책에 거의 전적으로 달린 문제다.”

 - 북한의 정권교체와 남북통일이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그건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일 뿐이다. 김씨 왕조가 붕괴되고 자유민주주의 정권이 북한에 들어선다 가정하더라도 그 정권이 자발적으로 핵 억지력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미국과 영국·프랑스·인도·이스라엘 모두 민주주의 국가다. 이들 중 비핵화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나라가 한 나라라도 있는가. 민주화된 북한 정권이라고 해서 다르게 행동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장차 북한 문제가 미·중 갈등이나 충돌 요인이 될 가능성은 없나.
 “중국이 부상을 계속하는 한 미·중 대결은 불가피하다. 남북 간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중 모두 말려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한반도는 미·중 갈등의 가장 위험한 발화점(發火點)이 될 것이다.”

 - 40년 전 닉슨- 키신저 팀이 역사적인 화해를 통해 미·중 관계에 새 지평을 열었듯이 오바마- 케리 팀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통해 미·중 협력의 새 장을 열 가능성은 없나.
 “중국이 급부상하는 한 미·중의 협력적 파트너십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서반구를 지배했듯이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지배하려고 할 것이므로 협력보다는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중국이 지역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걸 막으려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이 중국과 위험한 안보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반도는 잠재적 발화점이 될 수 있다. 닉슨과 키신저가 미·중 화해에 성공한 40년 전과 지금의 지정학적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소련이 사라졌고, 중국은 그때에 비해 몰라보게 강해졌다.”

 -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오바마 행정부 대외정책 우선 순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이 불편해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새로운 정책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 한마디로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거나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의 핵 인질로 사는 수밖에 없나. 결론을 부탁한다.
 “슬픈 진실이지만 그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 핵무기의 인질이 되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순 없을 것이므로 핵 위협에 대한 대응책은 필요하다. 현재로선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전략밖에 없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만에 하나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그때 가서는 자체 핵 억지력 확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분쟁이 미국의 개입을 요구하는 위기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나.
 “양측이 무력충돌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분쟁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이 문제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표적 이론가. “추악하고 위험한 것이 국제정치의 본질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21세기의 마키아벨리’. 한스 모겐소로 대표되는 고전적 현실주의자와 구별해 공세적 현실주의자, 신(新)현실주의자로 불린다.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2년부터 시카고대에서 강의해 왔다. 『강대국 정치의 비극』 『이스라엘 로비』 『지도자들은 왜 거짓말을 하나』 등의 저서를 갖고 있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