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그리고 캐나다 퀘벡주

2016. 11. 15. 16:14civic education




협동조합, ‘지속가능한 발전’ 위해 다시 뛴다

등록 :2016-07-06 18:50수정 :2016-07-0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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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4년 12월 영국 랭커셔주의 작은 마을 로치데일에서 주민 28명이 1년 동안 겨우겨우 모은 28파운드의 출자금으로 만든 허름한 매장. 근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협동조합의 시작이었다. 사람들 왕래가 거의 없는 모퉁이의 허름한 창고에서 몇 안 되는 종류의 물품을 진열하고 판매했다. 이처럼 시작은 미약했지만 정확한 물량과 품질,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공정한 거래, 열심히 이용한 만큼의 배당 등 주민들이 바라온 사업방식을 통해 점차 인기를 얻으며 협동조합은 확대되었다.

170여년이 지난 지금 협동조합의 모습은 어떨까? 우선 양적 확대가 눈에 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2015년 협동조합 경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76개국의 2829개 협동조합을 조사한 결과 총 매출액은 2조9500억달러로 세계 5위 경제대국인 영국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로 나타났다. 국제사회에서 위상도 높아졌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며, 유엔(UN)은 협동조합을 경제위기에 강한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의 대안 모델로 보았다. 2009년 136호 결의안에서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했다. 같은 시기 세계 각국에서는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 조직을 새로운 대안적 경제모델로 보고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을 통한 사적이익보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행복을 더 중시하는 경제이다. 스페인(2011), 멕시코(2012), 포르투갈(2013), 캐나다 퀘벡주(2013), 프랑스(2013) 등에서는 빈부격차 해소, 복지기반의 강화를 위한 유효한 수단으로 사회적 경제 법들을 제정했다.

협동조합을 비롯한 전세계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올해부터 새로운 비전으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유엔이 발표한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바로 그것이다. 유엔의 1987년 ‘브룬틀란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가능발전이란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할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이다. 유엔 회원국 정상들은 2015년 9월 총회에서 2030년까지 추진할 의제로서 17개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승인했다. 국제협동조합연맹에서는 협동조합이야말로 이러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동력이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올해로 94회째인 ‘2016년 세계 협동조합의 날’(올해는 7월2일)에 내건 슬로건 역시 ‘협동조합: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행동하는 힘’이다. 협동조합은 경제성장이나 소득의 증가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출발부터 참가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초점을 맞춰 조합을 운영하고, 성과가 나면 고르게 배분해왔다. 그래서 협동조합의 발전은 사회적 자산의 증가로 이어진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14년에 발간한 ‘협동조합과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보고서에는 이러한 실천사례들이 잘 담겨 있다. 특히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에서는 농업분야 협동조합들이 빈곤 탈출의 돌파구를 열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400만 농민이 농업협동조합을 통한 생산·판매의 연대로 농업 발전을 이끌고 있으며, 에티오피아에서도 농업부문 종사자 90만명의 대부분이 협동조합을 통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협동조합들은 환경친화적이다. 미래 세대의 생존 여건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독일 라이파이젠협동조합연대에 따르면, 2011년에 에너지 부문에 만들어진 신규 협동조합 250개 가운데 158개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사회적 경제 기념주간’ 행사장에 설치된 ‘사무실에서 만나는 사회적 경제’ 코너의 모습. 화분·커피·간식·브로슈어·영상 등 사무실의 많은 용품과 서비스를 사회적 경제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2016 서울 사회적 경제 기념주간 조직위원회 제공
지난달 30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사회적 경제 기념주간’ 행사장에 설치된 ‘사무실에서 만나는 사회적 경제’ 코너의 모습. 화분·커피·간식·브로슈어·영상 등 사무실의 많은 용품과 서비스를 사회적 경제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2016 서울 사회적 경제 기념주간 조직위원회 제공

우리나라에선 사회 통합과 복지 확대의 발판으로 협동조합이 떠오른다.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지난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동조합은 스스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취약계층에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역사회의 발전과 통합에 기여해왔다”고 평가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부터 시행된 뒤 우리나라는 이제 협동조합 1만개 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는 자리가 최근 여러 곳에서 마련되었다. 지난달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시청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위한 도시정책 공유 국제포럼’에서는 아이쿱생협의 구례 자연드림파크가 주요 성공사례로 소개되었다. 성장은 정체되고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농촌 지역에 협동조합의 대규모 복합생산기지가 들어서 활력을 되찾고 인구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외부에서 다녀간 유동인구 수가 약 11만명에 이르렀다. 자연드림파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80% 이상이 구례 군민이다. 자연드림파크는 친환경 식품 생산설비뿐 아니라 소극장, 공연장 등 문화생활 공간도 운영하며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삶의 공동체는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자연드림파크가 바로 그런 곳을 꿈꾼다.

구례, 협동조합 생겨 다시 인구 늘어
청년들 농촌 돌아올 계기도 만들어
서울, 사회적경제로 주민 행복 증가
투입 대비 사회적 성과 12.9배 이상

조합의 날 맞아 새 슬로건으로 무장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 힘찬 움직임
생존율 낮은 등 현실에선 난관도 많아
“자생적 성장 노력·정부 지원 필요”

지난달 30일에는 서울시도 ‘사회적 경제 성과 측정과 정책 평가 연구결과 공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태환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서울시 자치구별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는 기업 수와 주민 행복도의 상관관계를 실증분석한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각 자치구에서 공통적으로 사회적 경제 관련 기업의 증가가 주민의 행복도 증가와 비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인구 40만에 해당하는 구를 기준으로 삼으면 사회적 경제 기업 10개가 늘어남에 따라 주민 행복도가 높아지는 화폐적 가치를 따지면 약 936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달호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시 소재 사회적 기업 101곳을 대상으로 투입 예산 대비 사회적 가치 창출 규모를 분석해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가치란, 사회적 기업이 수행하는 여러 사회서비스의 부가가치 총합에다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일자리의 경제적 가치를 더한 개념이다. 조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사회적 기업에 투입한 예산에 사회적 가치는 평균 12.9배나 창출된다고 추정했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이 대안적 경제모델로서 자리잡으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 많다. 지난해 정부의 협동조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등록된 협동조합 가운데 실제 사업을 운영 중인 곳은 55%에 머물고 있다. 운영을 하다 문을 닫거나 아예 출발부터 간판만 내건 조합들이 절반 가까에 이른다는 것이다. 신설 법인 중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13년 4.3%, 2014년 3.3%, 2015년 2.7%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견인차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협동조합 자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2019년까지 시행할 제2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마련 중이다. 이 계획의 방향과 세부 추진과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기재부는 최근 관련 전문가들과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협동조합이 조합원 간 자율과 상생을 강조하는 조직운영 원칙하에 운영되는 기업의 한 형태이기에 조합원 교육 활성화를 통한 자생적 성장기반 방안이 연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나는 조합’ 이성수 상임이사는 협동조합의 전문경영인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협동조합 경영의 경험과 노하우가 현장에 축적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축적의 과정을 돕고 촉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51251.html#csidx55bc0fa066ef267b8459d275e9a4264


퀘벡 협동조합의 힘, 공장이 살아났다

등록 :2016-05-15 21:07수정 :2016-05-16 16:20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①캐나다 퀘벡

소도시 가티노 우유공장 문닫자
조합서 인수참여, 주정부는 보조금
퀘벡인구 800만인데 조합원 880만
장례 등 협동조합 일자리 9만2천개
캐나다 퀘벡주의 인구는 800만명이다. 퀘벡주의 협동조합 조합원 수는 880만명을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4년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의 예로 캐나다를 들면서 “퀘벡주의 일자리 창출 모델을 눈여겨보라”고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오타와강을 넘어 퀘벡주 가티노에 들어섰다. 오타와강 동쪽 오타와는 온타리오주로 영어권 도시이고, 강 서쪽 가티노는 퀘벡주에 속한 프랑스어권 도시다. 가티노는 인구 27만명의 작고 조용한 도시다. 이곳에서 소규모 협동조합인 우타웨우유협동조합을 찾았다. 우타웨는 오타와강 북동부 퀘벡주의 한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가티노는 이 지역에 속한다.

이날 만난 우타웨우유협동조합 최고경영자(CEO) 조르주 에몽은 “원래 이곳에는 나트렐이 운영하는 우유가공공장이 있었으나 경영이 잘 되지 않았다. 2006년 공장 문을 닫는다는 결정이 나자, 공장이 있던 곳에서 소규모 지역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일었다”고 말했다. 나트렐도 우유협동조합이지만, 다른 지역에 기반을 두고 전국으로 확대된 대규모 우유협동조합이다.

공장이 철수한다고 하자, 노동자들이 먼저 동요했다. 소비자들도 가티노에서 생산된 우유를 먹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가티노에는 지역 낙농업자들이 있지만 공장이 없어지면 가티노에서 생산된 우유를 퀘벡주 최대 도시인 몬트리올로 가져가서 가공한 뒤 다시 가티노로 들여와야 했다.

지역 주민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새로운 지역협동조합 설립이었다. 노동자 협동조합과 소비자 협동조합이 각각 조직됐다. 우유공장 기술자 출신인 에몽은 나트렐의 공장 인수를 주도하면서 지역사회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 그는 “노동자와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해야 지역에 뿌리를 내려 지속적인 경영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동자 협동조합과 소비자 협동조합이 꾸려지는 데는 ‘협동조합 설립을 돕는 협동조합’인 지역개발협동조합(CDR)이 지원했다. 퀘벡주 정부는 이 지역개발협동조합에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런 메커니즘을 통해 2010년 우타웨우유협동조합이 출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도 이런 모델에 주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주정부와 지역 경제주체들이 참여한 협의 끝에 고용시장 개발 협약을 시행해 일자리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위생복을 입고 우타웨 우유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저장탱크에서 멸균을 거친 우유들이 관을 타고 내려와 종이 갑에 담기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종이 갑과 플라스틱 병에 포장된 우유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쉼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타웨우유협동조합은 종업원 26명이 근무하는 작은 회사여서 생산시설이 크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우유는 유지방 1%, 2%, 3%의 흰 우유와 초코우유를 합쳐 모두 네 종류뿐이다. 생산량은 1주일에 14만ℓ가량이다.

‘공동소유-공동소비’ 체계 만들어
경기침체 닥쳤을 때 위기 극복
OECD 일자리 창출 새 모델로 주목

에몽은 “우타웨우유협동조합은 내 개인지분이 51%, 그리고 노동자와 소비자 조합원 지분이 각각 12%로 구성돼 있다. 개인기업과 협동조합이 결합한 독특한 사례”라며 “소비자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한 사람이 800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비교할 만큼 힘든 일”이라며 “하지만 지역 사람들에게 지역에서 만든 우유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타웨 지역 우유시장 점유율은 나트렐이 55%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작은 회사인 우타웨가 35%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공장 설비를 안내한 직원은 “우리 우유가 대기업 우유에 비해 값이 10~15% 비싼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역에서 생산했고, 지역 일자리를 만든 곳이라는 점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꺼이 더 비싼 우타웨 우유를 마신다는 것이다.

퀘벡주에는 우타웨우유협동조합 외에도 온갖 종류의 다양한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다. 장례, 금융, 구급차, 등산용품,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이들 협동조합이 바로 퀘벡 경제·사회의 힘이다. 퀘벡주 인구보다 협동조합원 수가 많은 것은 한 사람이 여러 협동조합에 가입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만 9만2000개에 이른다.

1960~70년대 퀘벡주 정부는 퀘벡인의 지역경제 통제권 확보를 위해 퀘벡수력 등 일종의 국영회사와 비슷한 형태의 주정부 소유 운영회사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또 외부 대기업 유치에만 주력하기보단,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해 주민들이 경영에 함께 참여하고, 주도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형태의 사회적 경제를 키우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방식은 당장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거나 급격한 성장을 끌어내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으나, 경기침체 등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더 높다. 실제로 경기침체가 닥쳤을 때인 1996년에도 퀘벡 주정부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원 강화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퀘벡주는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똑같이 정부 주도 경제개발에 나섰지만, 경제성장과 함께 노동운동과 사회적 경제의 발전도 이뤄나가는 등 한국과는 다른 발전 경로를 밟은 것이다.

가티노/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743971.html#csidxde9db5cf72dbcdd9c44a3953ed3a27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