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번
2017. 5. 8. 15:21ㆍsensitivity
천 번
천 번을 울어야 오는 새벽이라면 오지 마라.
그 새벽을 담기 위해 흘려야 할 눈물을 그 새벽은 담아낼 수 없다.
천 번을 흐느껴야 느끼는 행복이라면 오지 마라.
그 행복을 담기 위해 아려야 했던 그 절망을 그 행복은 담아낼 수 없다.
천 번을 내리쳐야 깨질 세상이라면 오지 마라.
그 세상을 위해 온 몸 으스러지게 아파야마 했던 그 고통을 그 세상은 담아낼 수 없다.
울지 않는 밤이, 절망 없는 불행이, 고통 없는 이 세상이 오히려 낫다.
온갖 감언이설과 미사여구로 올 새벽이었다면, 행복이었다면, 그 세상이었다면 오지마라.
눈물 흘리고 아려하고 으스러지는 사람들과
오지 않는 새벽을 기다리지 않고,
오지 않을 행복을 바라지도 않고
오지 않을 세상을 맞을 준비도 하지 않겠다.
눈물 흘리고 아려하고 으스러지는 사람들과
천 번 만나고 그 아린 가슴 천 번 안아주고
그 슬픈 눈물 천 번 닦아주고
그 아픈 몸 천 번 매만지겠다.
언제 그것은 오는 것인지...
그 착한 사람들은 그것을 매번 기다리다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일어나지 못했다.
언제나 그 자리에는 온갖 감언이설과 미사여구를 내뱉던 몸통들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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