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9. 23:20ㆍBook
전북 진안 치유숲, 우리 근세사의 치유
들어가는 입구에 적힌 ‘내려놓길’이란 글...“걱정의 40%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걱정의 4%만 우리가 바꿔놓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 그러니 내려놓으라는 뜻일게다. 내려놓고 겸손하게 우리 역사, 그것도 근세사를 공부하는 세미나가 열린 공간 치유숲...밀리언 작가 김종록 선생님의 안내와 도움으로 2박 3일의 여정을 잘 보냈다. 공기 좋고 물 좋고 사람 좋고 하늘 좋고 구름 좋은 곳....MSG라곤 없는 유기농 재료로 만든, 그러나 맛있는 식사도 일품이었다. 밝은 얼굴로 맞아주는 진안 분들의 마음 씀씀이는 말할 필요도 없다.
황태연 교수의 『백성의 나라 대한제국』을 읽으면서, 우리에게 알려진 대한제국과 실제의 대한제국이 얼마나 다른가에 대해 알아나갔다. “나라 망친 고종, 유약한 대한제국” 그래서 고종은 너무 싫고 대한제국은 역사 속에서 감춰버리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가장 치열하고 처절하게 일제와 싸운 사람이 고종이었다는 것을, 대한제국이 근대화와 근대국가의 전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 근세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역사논쟁이 좌와 우로 나뉘어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많으니 가급적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피해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이, 그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민주와 자유가 ‘식민지근대화’의 덕분이 절대 아니며, 미국의 원조 덕분만도 아니다. 끈질기게 백성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수많은 사람들의 힘이었고, 어느 나라보다 민본(民本)의 가치와 백성의 자유와 평등, 자유로운 경제 행위, 사상과 종교의 자유, 지속적인 탈신분사회를 만들어왔던 우리의 힘이었다.
치유숲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한 것처럼, 우리 역사도 치유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여기에 서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것은, 불의에 맞서 때가 되면 광화문에 나와 촛불을 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역사적 삶의 누적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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