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내려 앉았다.

2022. 4. 13. 11:52everyday photo

 

 


남몰래 밤새 피어 불현듯 나타났던 벚꽃이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 며칠 전에는 바람과 함께 내려오더니 오늘 새벽에는 비와 함께 내려왔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이맘 때면 꼭 찾아와준다. 세상을 하얗게 비추고 마음을 들뜨게 만들고 홀연히 사라져 허전하게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봄이 떠나간다는 것을 안다. 365일 중 단 두 주지만 강렬하다. 그래도 지난 후에도 아른거리고 모두 카메라에 담아둔다.

그렇게 돌고 돌아가는 것이 세사이고 자연사다. 억지로 당긴다고 당겨지지도 않고 더 길게 보고 싶다고 볼 수도 없고 빨리 사라지라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진보의 가치도 진리라고 우기는 순간, 바꾸기 싫어하는 적을 만든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더 많은 비판을 품에 안아야 한다. 무엇 하나 허투루 대해선 안 된다.

그렇게 또 2022년 벚꽃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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