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선정 2008 10대 뉴스 / 국내
■ ‘미 쇠고기 수입반대’ 들불처럼 번진 촛불
정부는 4월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선결조건인 쇠고기 수입 협상을 타결했다.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지 못한 졸속·굴욕 협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재협상 불가 태도를 고수했다. 5월2일 중·고생 1만여명이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것을 시작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두 달 넘게 전국의 도심을 밝혔다.
■ 환율폭등·주가급락…고용사정 급격 악화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로 제시했지만, 경제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나빠졌다.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섰다. 내수가 침체에 빠지고, 고용 사정은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해 2000선을 넘겼던 코스피지수는 10월24일 938까지 폭락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11월 들어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았다. 국민들은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렸다.
■ 이명박 정부·거대여당 ‘불도저 국정’
이명박 대통령이 2월25일 취임하면서 10년 만에 보수정권이 탄생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고소영·강부자 내각’이란 비난을 받았지만, 한나라당은 4·9 총선에서 전체 의석(299석)의 반수가 넘는 153석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이후 무소속과 친박연대에서 상당수 수혈을 통해 172석이라는 ‘공룡 여당’이 됐다. 한나라당은 다수의 힘을 바탕으로 감세안을 밀어붙였고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 교과서 수정·현대사 특강 등 전방위 역사왜곡
12월17일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끝내 저자들의 동의 없이 뉴라이트 단체들의 요구대로 수정됐다. 또 시·도교육청은 교장을 압박해 일선 학교에서 금성 교과서를 다른 책으로 바꾸도록 했고, ‘우편향’ 강사들을 학교로 보내 현대사 특강을 하게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4·19 혁명을 데모로 폄하한 영상물을, 문화체육관광부는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무시한 내용이 담긴 책을 학교에 배포했다.
■ 최진실·안재환 자살…인터넷 여론규제 논란
10월2일 새벽 ‘국민배우’ 최진실씨가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다. 그는 9월 초 빚에 몰려 자살한 연기자 안재환씨에게 사채놀이를 했다는 인터넷 등의 괴소문에 시달리다 마흔살 나이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택했다. 그의 자살은 큰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인터넷 괴소문, 악성 댓글 등에 대한 자성론이 확산됐으며, 여당은 이를 빌미로 ‘최진실법’ 제정을 추진하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을 불렀다.
■ ‘국보1호’ 숭례문 전소…문화재 관리부실 충격
600여년 역사의 ‘국보 1호’ 숭례문이 2월10일 불탔다. 이날 저녁 8시50분 발생한 불은 밤 11시께 2층 누각으로 옮겨붙었고 이튿날 새벽 1시54분 누각이 무너진 뒤에야 진화됐다. 우리 역사의 상징물이 불과 5시간 남짓 만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에 온 국민의 자존심도 함께 주저앉았다. 숭례문은 제 몸을 불살라 우리 사회의 허술한 문화재 관리와 안전 불감증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 금강산 관광객 피격…얼어붙은 남북관계
남북관계는 후퇴를 거듭했다. 7월 북한 경비병이 금강산 관광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은 남북관계 악화에 기름을 끼얹었다. 9월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로 남북이 신경전을 벌였다. 11월28일엔 개성 관광과 남북 열차운행이 중단되고 개성공단의 남쪽 인원 철수가 시작되면서 남북관계는 전 분야에 걸쳐 꽁꽁 얼어붙었다.
■ 삼성특검 ‘빈수레’…이건희 전회장 1·2심 무죄
지난 1월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은 이건희(66) 전 삼성 회장의 집과 삼성 본관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사의 시작은 화려했지만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은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특검은 부실수사 비판 속에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발행한 혐의 등으로 이 전 회장 등 전·현직 임원 8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1·2심 재판부는 기묘한 논리로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 방송에 ‘특보 낙하산’ 투하…노조 거센 반발
이명박 정부는 취임 이후 ‘언론특보 낙하산’을 방송사 사장 등에 잇달아 내려보내고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을 해임하는 데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씨를 <와이티엔> 사장으로 내려보내 160일이 넘는 노조의 출근저지투쟁을 불렀다. 재벌과 족벌신문의 지상파 방송 진출 길을 터준 한나라당의 신문·방송법 개정안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총파업이란 ‘벼랑 끝 반발’을 부르고 있다.
■ 박태환 수영 첫금·야구우승 ‘올림픽 신드롬’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은 올림픽 참가 사상 최다 금메달(13개)을 따내는 값진 수확을 거뒀다. 8월8일 개막해 24일 폐막한 이 대회에서 한국은 금 13개, 은 10개, 동 8개로 금메달 순위 7위를 기록했다. 박태환은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다. 야구대표팀은 강호 쿠바, 일본, 미국을 연파하며 9전 전승으로 우승해 한국 야구의 달라진 위상을 널리 알렸다.
한겨레 선정 2008 10대 뉴스 / 국제
■ ‘시장 만능주의’ 미국발 금융위기 세계 강타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전세계로 번졌다. 아이슬란드·파키스탄 등 10여개 나라는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을 노크했다. 지난해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불씨였다. 불을 지핀 건 시장만능주의였다. 월가의 몰락으로 미국의 세계 금융패권도 약해졌다. 실물경제는 2차대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 오바마 미국 첫 흑인대통령 당선 ‘변화 예고’
11월4일 버락 오바마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역사의 새 장을 썼다. 이라크 전쟁 실패와 경제위기 등 부시 행정부 8년의 실정에 지친 미국인들은 인종차별의 벽을 딛고 ‘변화와 희망’을 내건 오바마를 선택했다. 8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민주당은 상·하원까지 모두 장악하고 미국의 변화를 주도하게 됐다.
■ 베이징올림픽 ‘중화민족 부흥’ 자부심
“100년의 꿈이 이뤄졌다.” 8월8일 저녁 8시 불꽃놀이가 하늘을 온통 수놓은 가운데 중국인들이 감격에 젖었다. 19세기 이래 만신창이가 됐던 중국이 올림픽 개최를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했다는 자부심이었다. 화려한 개막식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84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그러나 폐막과 함께 터진 멜라민 오염 식품 파문과 뒤따른 세계 금융위기는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 ‘147달러→30달러’ 현기증 난 국제유가
국제 유가가 연초 급등 뒤 급락했다. 7월11일엔 서부텍사스유(WTI)가 배럴당 147.27달러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국 등 신흥경제국의 수요 급증, 투기자본 가세 등이 맞물린 탓이었다. 하지만 7월 중순부터 국제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12월에는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들의 정세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 러시아, 그루지야 침공…신냉전시대 우려
신냉전시대의 도래인가? 지난 8월 그루지야 전쟁에서 러시아의 거침없는 태도는 냉전시대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전쟁은 1천명이 넘는 사상자와 15만여명의 난민을 남긴 채, 닷새 만에 끝났다. 남오세티야를 침공한 소국 그루지야의 ‘과감함’은 오일머니로 무장한 러시아의 ‘위용’에 무릎을 꿇었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 체제(MD) 구축에도 ‘경고장’을 보냈다.
■ 쓰촨성 지진·미얀마 사이클론 ‘자연의 복수’
지난 5월 중국과 미얀마를 강타한 엄청난 자연재해는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미미함을 일깨웠다. 중국 쓰촨성에서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나 7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 정부는 구조·복구에 14만명의 군 병력을 투입했다. 미얀마에서는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13만8천여명의 목숨과 240만여명의 보금자리를 휩쓸어 갔다. 그러나 군사정부는 국제사회의 구호 손길을 뿌리쳤다.
■ ‘인도판 9·11’ 뭄바이 테러 168명 사망
불과 10명의 무장대원들이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에서 11월26일부터 60시간 동안 주요 고급 호텔 등을 타격해 16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첨단 장비를 동원해 치밀한 준비를 해온 이들의 공격은 ‘인도판 9·11’로 알려지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도 당국이 이번 테러 공격의 배후로 파키스탄 무장단체를 지목하면서, 핵무기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 ‘미국의 자존심’ 자동차 빅3 생사 갈림길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의 ‘빅3’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파산 위기에 처했다. 제너럴모터스와 크라이슬러, 포드 등 3사는 미국 정부에 지원을 구걸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지원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74억달러의 구제자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해 당장의 현금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장기 생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 올림픽 앞두고 ‘티베트 독립’ 유혈사태
베이징올림픽을 다섯달 앞둔 3월14일, 중국의 지배에 반대하는 티베트인들이 라싸의 관공서와 한족 상인들을 향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중국 당국이 강경진압에 나서면서 시위는 유혈사태로 번졌다. 전 세계 성화 봉송도 티베트 문제를 국제사회에 다시 일깨웠다. 티베트인들의 독립 또는 고도의 자치권을 요구에 중국은 티베트의 땅과 역사가 애초부터 중국에 속한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 곡물가격 급등…11억명 기아에 허덕
‘조용한 쓰나미’로 일컬어지던 식량위기는 이젠 조용히 잊혀졌다. 올 상반기까지 최근 2년 동안 쌀은 217%, 밀은 136%씩 값이 올랐다. 투기와 바이오 연료 개발 열풍 등이 원인이다. 곡물 가격 급등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삶을 이어가는 지구촌 11억명에게 가장 큰 고통이었다. 금융위기가 식량 가격은 낮췄지만, 원조도 급감시켰다. 세계의 빈곤층은 식량위기에 이어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