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3. 15:05ㆍ공간 일상 담론
기억이 공간과 만나면
* 이 글들은 학술진흥재단 지원에 의해 진행되는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북한일상생활연구센터의 연구출장 기간에 관한 개인적 단상을 적은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출장을 함께 했던 박순성 교수님, 이희영 교수님, 조정아 연구위원님, 통역과 학습을 해주었던 이동기 박사님과의 공동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단, 글의 방향과 내용에 있어서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글을 쓴 저에게 있다). 또한 이 글 중간 중간에 섞이게 될 사진들도 이 분들과의 공동의 지적재산에 포함된다(특히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신 조정아 연구위원님의 사진이 절반 이상이다). 마지막으로 출장기간 많은 도움을 주셨던 독일인 여러분들의 고마운 마음이 담겨있다. * 사진의 지적재산권과 관련하여 우선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humanpark.com으로 처리했다. |
1. 새로운 공간과 일상으로의 여행
2월 3일(화) 루프한자 항공기 속에서
김왕배, 『도시, 공간, 생활세계: 계급과 국가권력의 텍스트 해석』을 읽으며, 다른 한 손에는 기내식 Warsteiuer 맥주(알콜농도 4.8%)를 마신다. 허공이어서 일까, 맥주지만 취기가 좀 더 빨리 온다. 장장 3년 연수로 따지면 4년 만에 장기비행을 해본다. 약간의 설렘과 두려움, 여행은 항상 낯선 것과 대면하는 접촉이라는 점에서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도시, 새로운 공간, 새로운 생활세계로의 진입은 새로움을 산출해낼까? 한껏 기대해보자. 실망하더라도....
우리의 여정은 독일 과거 역사의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이다. 1900년대 초반 암울한 유럽의 환경 속에서 발생한 홀로코스트(holocaust), 혁명의 이름으로 진행된 사회주의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희생들에 대한 탐방이다. 그리고 당대를 살아갔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흔적과 접촉하기 위함이다. 그 암울하고 폭력적인 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은 꿋꿋이 일상을 살아갔다. 어떤 이들은 침묵으로, 어떤 이들은 동조로, 어떤 이들은 저항으로, 어떤 이들은 회피로, 어떤 이들은 참여로…그들의 만들어갔던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해답을 얻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살포시 들여다보는 여정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맞을 것 같다.
‘Eagle eyes'(economy class에서 본 기내 영화)
하필 기내에서 보여준 영화가 ‘이글 아이’다. Cyber 테러, 만든 자와 만들어진 자가 벌이는 진실게임. 우리를 위해 창조한 것이 우리를 파괴하는. 창조한 자도 파괴하려는 자도 어떤 악의도 없는. 그야말로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그저 그렇게 진행할 뿐인...
두 개의 공간이 있다. 실제 공간과 가상공간... 실제공간은 일상생활이 전개되는 영역이다. 가상공간은 개인들의 기억과 창조, 열정과 열의, 악의와 거짓, 저주와 고통 등 다양한 인간들의 상상 속에서 존재한다. 또한 이 상상은 다양한 기제를 통해 실제공간에 침입하기도 하고 결합되기도 한다. 또 하나 cyber 공간. 이제 이 공간 없이 실제와 가상이 결합할 수 있을까?
자필쓰기에서 타이핑으로, 일기쓰기에서 싸이월드로... 이 꼴 때리는 공간들의 어울림, 그리고 그것에 공명하는 일상, 그리고 그것의 흐름 배경인 시간. 공간과 일상, 시간과 일상의 변주곡인 세상. 그리고 + 되고 있는 cyber. 어쩌면 계몽의 꿈, 이성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이제 서서히 eagle eyes로 대체되는 것은 아닐까? 유한성으로 인해 작동가능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이버...그것을 제거한다면 무엇이 삶과 세상을 채울까? 좀 더 평등할 수, 좀 더 인간적일 수도 있을까?
뮌헨공항에 내려서 베를린공항 출발까지
* 비 내리는 뮌헨공항, 이 사진은 서울로 오는 길에 찍은 것이다. 갈 때는 사진기를 수하물에 넣어둔 바람에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래서 대신 집어 넣은 것이다.
*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humanpark.com
뮌헨공항에 내렸다. 고맙게도 날씨가 우리를 포기하지는 않은 듯 하다. 새로운 제2공항청사가 만들어져서 상당히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 안에 무수히 들어박힌 상점들…어디든 자본이 침투하지 않은 곳은 없다.
마트에 들어가서 물가를 살펴보기로 했다. ‘억’ 소리가 난다. 높아진 물가와 높아진 유로화, 1유로에 1,800원~1,900원 시대에 유럽여행은 호사스러움 그 자체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다. 1,200원대를 기준으로 하면 64%나 오른 가격이다. 이명박대통령께서 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이 모두 동참해서 난국을 극복하자고 호소하는 마당에 호사스럽게 출장을 보낼 순 없을게니 말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정부가 환율정책을 잘 관리했다면 이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이 글은 쓰고 있는 지금 시각, 달러 1,533원, 유로 1,936원이라고 찍혀 있다. 출장을 조금만 늦게 갔어도 우리 여정은 ‘고난의 행군’이었을 게다. 장장 유로화가 거의 80원이나 올랐으니 말이다).
뮌헨의 저녁 노을은 서울의 저녁노을과 그리 다르지 않다. 서울은 다닥다닥 건물로 들어차서 그 생생한 느낌을 접할 수 없고, 뮌헨은 큰 건물들이 없어서인지 그 모습을 더욱 많이 볼 수 있다는 차이는 있다. 하지만 저녁노을은 항상 아름답다. 우리네 삶의 고통스러움을 안아주는 모습처럼 다가오는 저녁노을, 그렇게 잠깐의 뮌헨 눈요기는 끝을 내렸다.
또 다른 출장의 의도(?)
이번 출장여정의 목적과 함께 나는 개인적인 또 다른 작은 목적을 갖고 출발했었다. 그것은 공간과 일상에 대한 단상을 느껴보는 것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고 구성되는 일상의 문제가 요즘 관심사다. 우리 연구가 북한 일상연구에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출발된 것 같다. 공간, 우리가 접하는 공간이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의 문제.
우리에게 공간은 불합리와 불평등을 상징한다. 공간은 돈과 직결된다. 도시의 삶은 더욱 그러하다. 개인의 자산 중 부동산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사회, 근 30년을 억척스럽게 일해야 대출받지 않고 내 집을 구할 수 있는 서울. 재개발의 광풍이 1990년대를 휩쓸고, 이제 뉴타운의 열풍이 정치까지 잡식해버리는 서울과 수도권. 가난한 동네는 첫 눈에 보면 확인이 되는 양극화의 도시. 가난 때문에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건강을 빼앗겨버리는 도시. 종부세를 인하해서 부동산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나라. 집 없는 사람들은 교외로 쫓겨나고, 집 있는 가난한 사람도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는 서울.
이루 열거하기도 힘든 문제가 공간과 겹쳐져 있다. 가난한 동네에서 공간의 혜택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난한 동네에서 넓은 공원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들은 부유한 땅에 세워지거나, 그곳의 원주민들을 밀어내고 세워진다. 언제쯤 우리가 자유롭게 공간의 공공적 재구성을 말할 수 있을까? 토지공개념을 얘기하면 빨갱이로 몰리던 시대는 이제 지나간 것일까? 여기에도 흔쾌히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마스크법’을 입법화하려는 국회의 모습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뮌헨공항의 색다름
*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humanpark.com
얘기가 약간 옆으로 나갔다. 위의 사진은 뮌헨공항의 대기실이다. 이 곳에서는 신문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몇 가지의 차도 서비스로 준비되어 있다. 공짜로 즐기는 커피가 참 맛나다(이것도 여행객들이 지불한 것에 의해서 설치된 것이겠지만). 디자인도 현대적으로 잘 배치가 되어 있고 아주 깔끔하다. 뭔가 주인대접을 받는 것 같다는 느낌을 풍기게 해줘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인천공항에도 이런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확인을 하려고 했으나 너무 이른 시간(06:00)에 도착하는 바람에 확인을 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이제 최초의 목적지인 베를린 공항을 통해 아주 늦은 시간, 잠을 잘 베를린호텔에 도착했다. 여장을 풀자마자 잠에 들었다. 하루가 너무 길고, 앞으로 진행할 여정은 꽉 짜여 있고, 몸은 고단하다. 그래도 한 평의 침대가 있으니 버틸만 한 것 같다.
* 공사중인 베를린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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