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21. 17:21ㆍ파놉틱 정치 읽기
호남의 민심 풍향계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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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2일 한겨레21과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공동으로 호남지역(광주, 전남, 전북)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를 한 결과, 호남지역의 변화 가능성을 예측하게 하는 내용이 도출되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의 전체적인 경향은 민주당이 미래지향적인 변화를 전개해야 한다는 압력과 동시에 그렇지 못할 경우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안방인 호남지역에서 패배하고 수도권에서 선전을 한 딜레마 상황에 봉착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호남여론은 민주당에게 중대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결과는 세 가지의 정치적 함의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은 세 가지 작은 균열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광주․전남과 전북의 태도 차이
①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를 둘러싼 균열양상이다. 지역 대표 정치지도자에 대한 선호에서 광주와 전라남도는 여전히 DJ에 대한 대표성을 인정했지만, 전라북도의 경우는 DJ를 제치고 DY가 지역대표 정치인 조사 1위를 했다. 전체적으로 호남의 대표성은 DJ가 높았지만, 전북지역에서 새로운 균열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② 이와 연동해서 호남지역에서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을 둘러싸고도 광주․전라남도와 전라북도는 다른 태도를 드러냈다. 즉 광주와 전라남도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투쟁의 선명성 부족을 든 반면에, 전라북도는 DY 공천 철회를 선거 패배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 진로를 둘러싼 갈등의 씨앗
민주당의 향후 진로에 대한 호남 여론은 전국 정당화의 길과 지역대표성 강화를 통한 선거연합의 두 가지에 대해 엇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즉 이것은 지역기반의 복원을 통한 선거연합방식의 집권 경로와 전국정당화를 통한 수도권 지지기반 확보를 통한 집권경로라는 당의 진로와 관련된 치열한 내부 격돌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궁극적으로 민주당 내부의 주류와 비주류 간의 심각한 내부 논쟁과 갈등을 암시한다. 이미 이런 전조는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분출되었으며, 당의 진로와 관련된 ‘뉴민주당 플랜’을 둘러싼 갈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은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자치선거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며, 궁극적으로는 당의 분열과 새로운 정당의 출현까지도 암시하는 대목이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호남의 개혁성 후퇴 경향
호남의 오랜 전통이며 특징인 개혁성의 점차적인 후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역적으로 호남이 개혁적이라는 입장과 그렇지 않다라는 입장(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예전에도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의 비교에서 나타난다. 광주는 40.1% vs. 54.6%, 전남은 36.7% vs. 52.1%, 전북은 35.1% vs. 55.5%로 나타났다. 이는 호남 전 지역에서 호남의 개혁성이 후퇴하고 있다는 자체 평가라고 볼 수 있다.
다음 세대별로 20~30대의 경우 39.3% vs. 46.8%, 40대 32.8% vs. 60.9%, 50대 43.8% vs. 51.4%로 고르게 호남의 개혁성이 후퇴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40대의 이반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평가가 곧바로 호남이 보수화되고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일종의 지역 소외 또는 발전 소외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민주화세력에 대한 회의적 평가로도 볼 수 있다. 호남지역이라는 이유로 발전에서 뒤처지고 민주화세력에 대한 신뢰도 상실되어 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핵심적 징후 : ‘작은 균열’의 시작과 ‘커다란 변화’의 전조
이상과 같이 정치지도자와 공천문제를 둘러싼 소지역주의적 경향의 상승, 향후 민주당 진로를 둘러싼 갈등의 예고, 호남지역의 개혁적 정체성의 점진적 후퇴라는 조사결과는 현 시점에서 작은 균열이지만, 향후 커다란 변화의 전조라고 추측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갈구로 나타나고 있다. 호남 기반 신당 창당 지지비율이 반대 비율보다 작게는 10% 크게는 38%까지 높게 나오고 있는 상황과 세대별 경향성이 고르게 분포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호남 유권자 절반 이상이 호남 신당이 창당할 경우 지지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현실 정치에 대한 불만이며, 호남지역을 대표한다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작은 균열’의 경향성이 차츰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커다란 변화’로 진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역으로 이런 흐름은 민주당의 변화에 대한 호남민심의 강력한 압박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즉 민주당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지역적 토대를 잃을 수도 있으며, 개혁적 야당 정체성이 붕괴될 수 있다는 사전적 경고의 의미로 볼 수 있다.
전면 혁신과 당 개조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현재의 돌파구
이러한 호남 여론결과 속에서 민주당이 실천해야 할 것은 전면 혁신과 당 개조작업에 조속히 착수하는 것이다. 추상적이고 좋은 단어를 모으거나 외국의 사례를 조금 변형시켜서 조합해놓은 ‘뉴민주당 플랜’이라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변화로는 현 상황을 돌파할 가능성이 없다.
진지한 전면 혁신의 자세가 기본이다. 그리고 철저한 조사가 실행되어야 한다. 사회경제적 구조는 어떻게 변화되었는가? 유권자들의 의식성향을 어떻게 변화되었는가? 우리 사회의 민주적 가치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일상적 삶의 공간에서 개인의 자유는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가?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근거해서 새로운 가치와 노선, 진로와 방향이 도출되어야 한다. 그 가치의 도출과정도 대중들과 호흡하면서 만들어져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생활정치를 뉴민주당 플랜의 주요내용으로 내세우면서 그런 방향을 가지 않는 것부터가 ‘뉴민주당 플랜’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이미 전국적 여론(항상 10% 초반 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및 특히 호남여론은 민주당의 전면 혁신을 통한 당 개조작업을 조속히 진행하지 않는다면 지지의 선회 및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이제 이미 지나간 공청파동 문제는 실제 내부 정치적으로 잘 수습하면 될 후순위의 문제이다(DY의 복당 문제로 언제까지 민주당이 갈등을 겪어야 하는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일정한 시점과 상황이 전개된 후, 그리고 국민적 정서와 정치적 역할관계 등을 고려해서 포용하면 해결될 문제다).
지금 절실한 것은 민주당의 정체성 확보와 혁신의 실천을 통한 돌파구와 대안의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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