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3. 16:00ㆍsensitivity
세계적 거장 사라 문의 사진이 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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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깬 탐미적 패션사진 독보적 존재
우연히 맡아둔 친구의 사진기를 만지작거리다 자기한테 내재된 사진 재능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스무 살에 모델을 시작한 사라 문이 사진가로 변신한 스물아홉 살 때 그는 이미 전성기를 지난 터. 이후의 삶은 신산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시간과 빛의 흔들림 속에서 형태가 점차 소멸되고 선이 모호해지는 가운데 강한 터치와 뚜렷한 선의 표현과 색의 완성을 보이는 ‘사라 문 패션사진’은 없었을 것이다.
또 그는 실내 인공 조명 아래서 찍던 관행을 벗어나 야외로의 탈출을 감행했다. 남성 중심 사진계에서 억압되었던 ‘사라의 외출’은 호텔방, 한적한 거리와 카페, 망가진 기차, 렌터카, 폐허가 된 정류장, 그리고 정원 등으로 이어졌다. 그의 사진에 담긴 파리의 시간과 색채는 그보다 80여년 앞선 인상파 화가 선배들의 그것에 닿아 있었다. 공작새 깃털, 물고기 지느러미, 산나리, 수국을 닮은 의상 모델들의 자세는 르누아르의 그림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하다.
지인의 죽음은 또다른 ‘친구의 사진기’였다. 15년간 그를 도와 패션사진 작업을 해온 마이크 야벨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자신의 왼쪽 눈이었다는 마이크는 카메라 너머의 그 무엇을 보게 하는 존재였을 터이다. 눈이 내린 어느 날 아침 그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무심코 수국을 찍었다. 인화지의 장방형 검은 테두리가 상장처럼 도드라졌다. 그것은 마이크의 죽음과 그에 대한 추억의 상징이었다.
남편 로베르 델피르는 사진작가이자 평론가이자 출판업자. 40여년을 부창부수로 살았다. 그의 아내 사랑은 평론으로, 사진집으로, 전시회 기획으로 나타난다. 사라의 감수성 넘치는 작품은 20~30대 여성 팬들의 열광 속에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일본, 중국, 덴마크, 체코 등을 순회 전시했다. 1983년에는 미국 뉴욕 국제사진센터에서 전시했고, 1995년에는 파리 국립사진센터서 회고전을 열었다. 칸 영화제 광고부문 황금사자상(1986, 1987), 프랑스사진대상(1995), <12345>로 나다르 상(2008)을 받았다. 파리보다 매혹적인 사라 문의 첫 한국 사진전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브이갤러리에서 25일부터 11월29일까지 열린다. (02)710-0767. www.sarahmoonkorea.com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
기사등록 : 2009-09-02 오후 07:25: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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