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mynews] 진보싱크탱크

2009. 11. 18. 12:21discourse & issue

 

 

 

한국 사회의 '쌩얼'을 보여드립니다!
 우리 맞수는 삼성경제연... 절반 성공"
[진보싱크탱크 ①] 생활밀착형 정책 창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09.10.20 16:52 ㅣ최종 업데이트 09.11.18 10:56 김동환 (heaneye)

집권 초기 '강부자 정권'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이명박 정권은 감세나 반값 아파트, 친서민 등 실제 서민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을 주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들을 친근감 있는 언어로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른바 '무늬만 친서민' 프레임이다. 

'대안없는 진보'. 이것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외쳤던 보수진영이 정해놓은 프레임이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이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몇 회에 걸쳐 우리시대 진보의 대안을 만들고 있는 싱크탱크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편집자말>
  
새사연 홈페이지
ⓒ 새사연
새사연

"9월 들어서 CD금리가 수직상승 했어요. 그거랑 연관된 금융상품들도 많이 올랐고. 기준금리가 서 있는 거랑 상관없이 말이죠. 이게 가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체크해 주시고요. 저기, 신종플루는 언제 마무리 할 거예요?"

 

지난 4일 홍대 인근에 위치한 어느 건물의 회의실. 40대 언저리로 보이는 남자 네 명이 화제를 바꿔가며 회의를 하고 있다. 저마다 수첩에 뭔가를 바쁘게 적는 남자들. '신종플루', '가계경제', '고용보험', '국정감사'…대화 속에 교차되는 얘깃거리들이 점점 범상치 않다.

 

어느새 오전 10시 40분. 오전 10시 부터 쉼 없이 이어진 회의는 "이번 주부터는 다들 매주 글 하나씩은 꼭 내도록 하자"는 말과 함께 마무리됐다. 회의를 마친 사람들이 떠난 탁자 위 재떨이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담배꽁초들이 촘촘하게 꽂혀있다. 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일까.

 

4년 전이었다면 아마 아무도 맞출 수 없었을 질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의 이들과 같은 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때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 낸 현상들과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연구하는 공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아래 새사연)' 얘기다.

 

새사연? 그게 뭐하는 곳인데?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가게 이름을 검색하면 자주 등장하는 핸드폰 대리점 이름이 있다. 바로 '싼 곳 찾다가 열 받아서 내가 차린 집'이다. 재치 있는 과장 속에 현실적인 필요와 절박함이 묻어난다. 지난 2006년 2월, '대안적인 진보정책 싱크탱크'를 표방하며 새사연이 만들어지게 된 본질적인 이유는 사실 이 핸드폰 가게가 만들어진 이유와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 중반 넘어서면서 진보 진영의 대안 부재, 콘텐츠 부재의 해결이 시급했어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이 필요한데 당시 학자들은 그걸 연구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거나 대변해주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웃으며 새사연의 설립 유래를 설명하는 윤찬영 미디어센터장. 지금이야 웃을지 모르지만 처음 연구소가 기획 될 때는 진보 진영 안에서도 "저게 과연 될까"하고 반신반의할 정도로 재정과 인력 수급 등 모든 것이 실험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여느 연구소처럼 학교에 소속되거나 특정 대기업, 정당의 후원을 받지 않으려다 보니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나온 방안이 소득의 10분의 1을 연구소 운영비로 내는 '운영위원'을 100명 모으자는 것.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방법이 성공하면서 새사연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부족한 연구 인원은 팀워크로 보완했다. 해당 현장에 있는 회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분과 제도'가 그 대표적인 예다. 새사연은 크게 경제연구센터와 정치사회연구센터, 두 곳으로 연구 분야가 나뉘어있고 각각의 연구센터 안에는 세부적인 연구 분과가 정해져 있다.

 

연구는 대개 분과 단위로 이뤄지는데, 분과 마다 상근 연구원과 외부 회원들로 구성된 '분과 위원'들이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함께 연구를 진행되게 된다. 가령 교육 분과의 회의에는 현직 교사인 회원 혹은 학부모인 회원들이 위원으로 참석해서 진행된 연구에 대해 함께 토론을 하는 식이다. 이 제도는 새사연의 보고서가 실제 현실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비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4년간 풀어낸 한국사회 '생얼' 700여 편

 

  
새사연 미디어센터 회의
ⓒ 김동환
새사연

이런 구조적인 기반위에 지금까지 쌓인 새사연의 생산물은 경제, 정치, 사회 분야의 보고서 700여 편과 단행본 8권. 언론에서 연구결과를 직접적으로 인용한 횟수는 약 380회다. 지난 2008년부터는 분야별로 한 해 전망도 내놓기 시작했다. 상근 연구원 12명이 만들어낸 결과물치고는 결코 가볍지 않은 양이다.

 

새사연 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 분야에 강하다는 것. 실제로 연구소 개설 때부터 신자유주의 경제를 정조준 해왔던 만큼 700여 편의 보고서 중 상당 부분이 경제 이슈를 다루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7월부터 홈페이지에 정리되고 있는 '테마북'은 경제 분야에서 새사연이 가지고 있는 저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지난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진단한 테마북 4권 '글로벌 금융 위기와 한국 경제의 진로'와 최근 한국 경제의 회복을 분석한 '한국경제의 고속회복,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일반 대중들에게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회원들의 호응이 좋은 편이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헌법 개정 문제나 의료민영화 문제도 정치사회연구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주제들이다. 요즘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이는 분야는 보건복지 분과와 교육 분과. 이들 분과에서 만들어 낸 글 중에는 보건복지 분과 위원들이 참여한 대담을 엮은  '신종플루, 제대로 알고 대처하자'와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맞춤형 사교육을 넘어서기 위한 세 가지 원칙'이 최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통을 향한 새사연의 실험, 성공할까?

 

보수 성향이 짙은 이명박 정부 들어, 다수의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정부로부터 받아왔던 지원금이 끊겨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원래 정부 지원금이 없었던 새사연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재정적으로는 여유로운 편이다. 독립적인 재정 구조 덕에 연구 규모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문제는 할 일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진보적인 관점에서 대안을 연구해야 할 분야, 다뤄야 할 이슈가 더욱 많아졌기 때문이다. 더 많은 분야를 정교하게 연구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연구할 사람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100명의 운영위원이 전체 예산의 50%를 마련하고 거기에 유료회원 700여명이 다달이 내는 1, 2만원의 회비, 연구용역비와 인세 수입이 재정의 전부인 새사연의 입장에서는 연구 규모를 확장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현실이다.

 

사실 해결책은 비교적 어렵지 않다. 후원회비도 내고 분과 위원으로 연구에도 참여하는 '적극적인 회원'을 더 모으면 된다. 현재 운영위원 100명과 유료회원 700명 중 분과 위원으로 참여하는 회원 수는 약 20여 명. 기존의 회원 중 새로 분과 위원으로 참여하는 사람의 수만 늘려도 해당 분야의 연구 여력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새사연이 '대중과의 소통'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윤찬영 세사연 미디어센터장
ⓒ 김동환
새사연

"애초에 생활인들을 기반으로 만든 연구소예요. 대중들과 함께 연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800여 명의 유료 회원과 4천여 명의 무료 회원들이 참여, 소통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윤찬영 미디어센터장은 요즘 대중들이 쉽게 연구에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게끔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나온 보고서들 중 어려운 글들의 길이를 짧게 줄이고 이해하기 쉽게 고쳐 블로그에 올리는 일 역시 미디어센터의 몫이다.

 

대중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소재를 다루는 경제연구센터는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을 쓰는 연구원을 아예 내부적으로 정해 놓았다. <오마이뉴스>에 경제 브리핑 '생얼 한국경제'를 연재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딱딱하다',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항상 더 쉽게 쓰는 것을 고민 한다"는 것이 이상동 경제연구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은 새사연이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시도해왔던 기존의 방법들과 크게 차별되지 않는 것이라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재정 및 연구인원이 확충되어 양질의 결과물을 내놓는 선순환을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진보를 넘어 상식적인 싱크탱크로

 

"사회에 무심했던 공대생입니다."

"50대 초반으로 보일러 난방일을 해오다 잠시 쉬고 있습니다. 경제 정의가 바로 세워져가는 사회를 희망하며, 새사연의 연구정신 지지합니다."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입니다 세상 공부가 될까 해서 가입합니다."

"중3 아들, 고등학교 1학년 딸을 두고 있는 학부모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동참합니다."

"법대로 이루어지는 세상, 융통성 없는 세상을 꿈꾸는 또는 그런 땅에 살고 싶은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

"대리운전일을 하고 있으며 40대 후반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 가지 데이터와 통계가 난무하는 이 사회에서 그 자료들이 누구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일까를 생각하면서 좀 더 다수 민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보와 자료와 나아가 정책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됩니다."

"부산에서 화장품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10개월 된 애기가 있습니다. 저희 애기가 살아갈 세상은 좀 더 희망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새사연을 찾았습니다."

"현재 상장업체의 해외법인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성향은 자유주의자에 가깝습니다만 새사연에서 발표한 자료를 읽어보고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새사연 회원들의 가입인사 중 일부를 모은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새사연이 분명 진보 싱크탱크지만 어떤 정치적 성향을 보고 이곳에 오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유가 뭘까. 그것은 새사연의 작업물들이 단순히 진보적인 성향을 넘어 보편적인 설득력을 가지는 상식의 범위에 있기 때문은 아닐까. 대안이 되는 새로운 상식. 매일 나오는 새사연의 보고서에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 대다수 경제살리기 가능하다는 확신 나누고 싶다"

[인터뷰]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싱크탱크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독립적인 진보 싱크탱크를 운영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손석춘 새사연 원장에게 들어보았다.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소장
ⓒ 새사연
새사연

- 싱크탱크 운동을 하며 만족스러웠던 부분이나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있다면요.

"새사연이 준비위원회를 결성한 시점은 해방 60년, 분단 60년을 맞았던 2005년 9월입니다. 아직 만족할 만한 위치에 온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새사연이 우리 사회의 진보진영에 실현가능한 비전과 정책대안의 필요성과 그 절박성을 여론화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창립 초기 때의 구상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창립 때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경쟁상대는 삼성경제연구소라고 공언했는데요. 4년이 지난 지금 스스로 평가하자면 삼성의 맞수로 절반쯤은 성공한 듯합니다. 12명의 상근자로 꾸려가는 새사연이 천문학적 재정과 인력의 뒷받침을 받는 골리앗 삼성경제연구소와 맞서 싸우기란 원천적 한계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에겐 삼성연구소가 지니고 있지 못한 가장 중요한 자산, 곧 새사연을 믿어주고 월 회비를 내주시는 국민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의 간절한 정성, 간곡한 바람에 견주면 새사연 원장으로서 더 치열하게 저들과 싸우지 못해온 저 자신이 가장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 지금 우리사회의 진보싱크탱크의 수준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떤 것인지, 가장 주력해야 할 부분을 중심으로 말해주세요.

"새사연은 신자유주의와 분단체제를 넘어서는 대안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미 노동중심의 민주경제와 통일민족경제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지요. 비전은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실현해나가는 프로그램으로 촛불정국 때 출간한 <주권혁명>에서 국민주권운동을 제시하기도 했지요. 주권혁명의 정책, 곧 민주경제와 통일경제의 비전을 당장 실행 가능한 정책 수준으로 구체화해나가는 게 새사연이 당면한 핵심과제입니다."

 

- 우리 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싱크탱크 운동을 해온 단체의 원장으로서 꿈꾸는 것들이 있다면요.

"갈수록 심화되는 비인간적 경쟁체제, 돈이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시장만능주의 체제에서 고통 받고 있는 국민 대다수에게 그것을 넘어서는 사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희망, 부익부빈익빈의 이명박식 경제살리기와 다른 국민 대다수의 경제살리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확신을 나누고 싶습니다. 저희가 비전으로 내놓은 노동중심의 민주경제와 통일민족경제가 실현 가능한지 진지하게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분명히 답합니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라고." 

행동하는 양심, '나누어' 드립니다
[진보싱크탱크 ②] 지식공동체 네트워크 '연구공간 수유+너머'
09.10.20 16:54 ㅣ최종 업데이트 09.11.18 10:57 조은별 (chocohj)
집권 초기 ‘강부자 정권’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이명박 정권은 감세나 반값 아파트, 친서민 등 실제 서민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을 주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들을 친근감 있는 언어로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른바 '무늬만 친서민' 프레임이다. 

‘대안없는 진보’. 이것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외쳤던 보수진영이 정해놓은 프레임이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이에 일정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몇 회에 걸쳐 우리시대 진보의 대안을 만들고 있는 싱크탱크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편집자말>
  
용산의 위치한 '연구공간 수유+너머'. 이 곳에 수유너머 남산과 수유너머 R이 자리를 잡고 있다.
ⓒ 조은별
수유너머

 

행동하는 양심이고 싶다. 그러자면 '깨어있는' 시민이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고민해보지만, 삶에 매몰되어 흘러가다 보면 어느새 아득해지는 다짐이 있다. '공부를 하고 싶지만,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갈 곳 잃은 열정이 있다면, '생활밀착형' 공부가 가능한 곳, '수유+너머'를 넌지시 권해본다.

 

'수유 연구소'의 고전 평론가 고미숙, '서사연(서울사회과학연구소)'의 이진경, 고병권 등이 의기투합해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만든 지도 벌써 10여 년이 지났다. 수유+너머는 공부와 삶의 일치를 표방하는 '코뮨'으로 출발했다. 이곳에선 다양한 전공분야의 연구원들이 공부와 삶을 공유하고, 고전, 철학,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분야의 강좌를 열고 세미나를 함께 한다.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거나, 무료 강의를 열고 책을 내는 것도 주요 활동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친다면 공부와 하나 되는 삶을 논할 수 없을 것. 같이 밥도 지어먹고, 등산도 가고, 국토 대장정을 하는 등 사람들 간 관계를 맺고 생활을 함께하는 일도 중요하다.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는 곳, 나이도 학벌도 중요치 않은 '공동체'이고자 했던 수유+너머는 최근 '코뮨들의 네트워크'라는 새 이름표를 달았다. 비대해진 조직을 잘게 나누고,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해 내외적으로 사람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분리 실험'이 한창이다.

 

'분리 실험' 통해 대중 곁으로 더 가까이

 

  
수유너머 구로에서 권용선의 '발터 벤야민, 판타스맘고리아의 베일을 벗기는 시간' 강좌가 진행중이다.
ⓒ 조은별
수유너머구로

"(노 전 대통령 서거 등, 일련의 사회 상황들이) 수유+너머 성장 동력에 영향이 아예 없진 않아요. 많은 분들이 공부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크고,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면서도 공부로 삶을 풍요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는 분들이 종종 찾아오고."

 

수유+너머 남산에서 10년간 고전을 공부하다 최근 수유+너머 구로로 자리를 옮긴 오선민씨의 말이다. 7일 저녁, 수유+너머 구로에 들어가자 여느 가정집과 같은 내부에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쪽 방은 세미나실1, 건너편 방은 세미나실2 이런 식으로 꾸며졌고 거실이 곧 강의실이다. 공간 탓인지, 엄청난 규모의 대가족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준다.

 

"10년 전에는 계절 강의에 한 사람만 등록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2000년 가을엔 강의를 저 혼자 듣고. 밥해서 같이 먹자 했는데 2~3명뿐일 때도 있었고, 공간을 지킬 사람이 없어서 고민한 적도 있었죠."

 

현재 구로에는 세미나 회원으로 50여 명, 강좌엔 20여 명, 청소년 활동엔 30여 명 정도가 찾아온다. 주로 지역 사회의 학생들, 구로 디지털 단지의 노동자들이나 남산이 멀어서 찾아가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많다. 연구원들이 "우리보다 더 똑똑하다"고 입을 모으는 초등학교 4학년생은 6개월 된 아기에게 수유+너머 구로의 최연소 회원 자리를 아쉽게 빼앗겼다. 지역 학교의 선생님들도 이곳을 찾는다.

 

1년 이상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부방을 운영하던 김현식 선생님의 합류 덕분인지, 구로엔 청소년을 위한 강좌가 유독 많다. 아이들은 "이건 왜 공부하는 거예요?"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연구원들을 바짝 긴장하게 한다. 오 연구원은 "시혜심이 아니라, 아이들과 같이 공부해보고 싶었다"며 "그게 도움이 된다는 사람들이 자기 지식을 점검하고 재구성해보자는 이유로 결합했다"고 구로가 탄생한 계기를 밝혔다.

 

사회를 향한 실천적 고민 "소외되는 대중을 말한다"

 

  
수유너머R에서 열리는 '정신분석과 혁명' 세미나 현장.
ⓒ 조은별
수유너머R

 

코뮨넷 수유+너머의 본진, 수유+너머 남산이 있는 용산 건물 2층엔 최근 수유+너머 R이 둥지를 틀었다. 지난 6일은 R에서 '정신분석과 혁명' 세미나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세미나를 위한 간식을 준비하고 있던 박정수 연구원에게 R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달 전쯤 4층에서 2층으로 독립했어요. 수유+너머 R 뿐만 아니라, 강원도, 구로에도 생겼고, 수유+너머 길, 아현동의 N도 있고요. 각자 색깔이 다 있죠."

 

R은 '우리 삶과 세계를 바꾸는 배움'을 지향한다. 지금까지 세 권의 부커진 R(부커진은 book과 magazine의 합성어로 책의 깊이와 잡지의 시사성을 동시에 담으려는 시도)을 발행했다. 2007년 대추리와 새만금을 잇는 대장정을 통해 자본과 국가에 의해 추방당한 대중과 그 현장을 만나려 했던 시도를 1호에 담았다. 1.5호는 1호의 연장선에서 '대중의 소수화'를 주제로 회원들이 고르고 번역한 논문들로 채워졌다. 2호에선 사회구성체론을 중심으로 자본주의를 고찰하고, 비정규직 문제와 촛불시위 등 사회 현안을 다뤘다.

 

"내년 초쯤 (다음 호)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주제는 '다시 맑스 읽기'로, 회원들 중심으로 글을 쓰고 외부에 청탁도 할 생각이고요. 맑스의 중요 저서를 선정하고, '왜 지금 맑스를 읽나?'에 대한 답과,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하고, 용산문제도 다룰 생각이에요."

 

이들은 "최근의 금융위기와 장기침체, 세계적인 대중 봉기의 흐름 속에서 자본의 운동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코뮨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다시 맑스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촛불집회에서 길거리 강연을 여는 등 시대와 함께 호흡하려 했던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날 십수 명의 사람들이 몰려 성황을 이룬 '정신분석과 혁명' 세미나에서도 지식과 삶을 연결하려는 고민이 묻어 나온다. '개인'에 천착했던 기존의 해석과 달리, 개인의 내밀한 욕망이 갖는 사회적 의미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세미나는 프로이트와 니체, 라캉 등을 넘나들지만 딱딱하지만은 않다. 영화 <해변의 여인>에서, 여자의 과거가 담긴 말 한 마디에 집착하는 '찌질한' 한국남자가 텍스트가 되기도 하고, "'과일 먹을래요?'란 말을 '과사(과일+사과) 먹을래요?'라고 말한" 회원의 일상이 예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만들어 가는 소박한 조직은 "궁핍하지 않다"

 

  
여태까지 발행된 세 권의 '부커진 R'
ⓒ 조은별
수유너머R

 

앳된 얼굴의 대학생부터 빛바랜 머리를 곱게 단장한 중년 여성까지, 여럿이 머리를 맞댄 세미나에서는 '공동체의 힘'이 여지없이 발휘된다. 발제 중이던 박 연구원이 "이 단어 어떻게 읽는 거죠?"하자, 한 회원이 유창한 발음으로 독어를 읽고 자세한 해석까지 덧붙여 준다. 그러자 "역시 여럿이 모이면 좋군요"하며 웃음이 터진다. 여론에 귀를 닫은 정권,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사회와 자본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대중을 공동체로 끌어안으려는 노력은 이렇게 생각보다 쉽고 즐거웠다.

 

수유+너머는 연구원들의 회비, 특별회비와 선물들, 강좌 수강료, 세미나 회비, 주방과 카페 수익 등으로 운영된다. 남산의 경우 월세가 1000만 원이나 되지만 R의 박정수는 "지금까지 월세 밀린 적은 없다"며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삶을 살고자 하면 절대 궁핍하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선민도 "다른 시민단체와 달리 (지원금 등 없이) 재정이 자립해 있고, 경제적으로도 소박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다"며 "세파에는 덜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유+너머는 규모를 키우고, 돈을 많이 들여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능동성을 통해 운영된다. 직접 참여하여 관계를 맺으며 삶을 고민하고, 공부에 녹여내는 이 공간이 궁금하다면, 우리 집에선 어디가 가장 가까운지 '코뮤넷 수유+너머'에서 찾아보자. 참고로 전화나 이메일로 해결하려 하기 보단 직접 찾아가길 권한다. 수유+너머는 현장에서, 당신과 얼굴을 맞댈 준비가 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현재 수유너머는 수유너머 남산, R, N, 구로, 길, 강원 등으로 나뉘어 각지에서 활약 중이다. 진행중인 강의나 세미나 안내, 기타 더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참조. (http://www.transs.pe.kr) 

 

진보진영, 정책이 없어서 고립되는 게 아니다"
[진보싱크탱크 ③] '지속가능 진보' 위한 학자들의 '좋은정책포럼'
09.10.22 14:33 ㅣ최종 업데이트 09.11.18 10:58 안승권 (skfilm)

집권 초기 '강부자 정권'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이명박 정권은 감세나 반값 아파트, 친서민 등 실제 서민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을 주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들을 친근감 있는 언어로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른바 '무늬만 친서민' 프레임이다. 

'대안없는 진보'. 이것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외쳤던 보수진영이 정해놓은 프레임이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이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몇 회에 걸쳐 우리시대 진보의 대안을 만들고 있는 싱크탱크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편집자말>
  
좋은정책포럼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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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정책포럼

 

좋은정책포럼은 참여정부 후반기인 2006년 1월, 진보개혁성향 100여 명의 학자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진보'를 내세우며 설립한 민간연구단체다. '지속가능한 진보'란 국가냐 시장이냐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넘어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살리면서도 독점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다시 말해 공정한 경쟁 속에서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실현하는 발전모델이다.

 

이른바 '한국형 제3의 길'이라 명명된 이 발전전략은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넘어서고, 국내적으로는 개발독재모델까지 극복하는 대안적 모델로 여겨졌다. 특히 설립 당시엔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보수세력의 논리에 맞서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민주개혁세력으로부터 많은 주목 받았다. 또 진보진영의 취약점으로 인식되던 '성장'을 한 축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설립과 동시에 주목받았던 학자 중심 연구단체

 

좋은정책포럼의 구성원은 대부분 학자들이다. 대표직을 맡고 있는 경북대학교 김형기 교수(경제)를 필두로 임혁백(고려대·정치외교), 김호기(연세대·사회), 김윤태(고려대·사회), 유종일(KDI), 이태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사회복지), 양재진(연세대·행정), 박태주(한국노동연구원), 김규원(경북대·사회), 임경순(포항공대·인문사회), 정해구(성공회대·정치), 김근식(경남대·정치외교), 조명래(단국대·환경), 홍덕률(대구대·교육), 고유환(동국대·통일), 김균(고려대·경제), 류동민(충남대·경제), 박진도(충남대·농업) 등 분야는 물론 지역적으로도 다양한 인적구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적구성이 발휘하는 힘은 강력하다. 어떤 의제도 다룰 수 있는 포용성과 그 모든 의제에 관한 전문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정책포럼은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각종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신속하고 날카로운 진단을 내놓았다. 또 공동 의제로 진행된 세미나와 토론회를 통해 진보진영의 담론을 형성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그러한 논의와 연구의 산물로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 <새로운 진보의 길> 등 두 권의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반면 이런 인적구성이 갖는 단점도 있다. 정권교체 이후 급변하는 정세에 많은 국민들이 희망을 잃어갔고 이런 상황에선 '진보적이라고 해도 정세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교수집단도 예외일 수 없었다. 특히 진보진영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원심력을 지속시킬 어떤 새로운 활동영역이 존재하는 않는 상황이 지속되자 내부적 동력도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정책수요자와의 연결기반에서도 취약점을 드러냈다. 소속 교수들은 좋은정책포럼 설립 이전부터 민주정권 10년 동안 직간접적인 정책자문의 역할을 수행하며 연구결과를 정책에 반영시켜왔다. 하지만 정권교체 이후 그러한 상황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고, 그렇다고 정책의 실질적 수요자인 일반 국민들에게 다가가 소통하는 구조도 만들지 못했다.

 

이는 정책 수요자를 정권의 정치적 성향에 국한시키는 대부분의 민간 싱크탱크들이 가지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김형기 대표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실생활과 관련된 구체적인 생활밀착형 정책을 내놓는 일'을 앞으로 좋은정책포럼이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권교체 후 한계... 국민들에게 다가갈 소통구조 막막

 

  
좋은정책포럼의 창립2주년 토론회 장면
ⓒ 좋은정책포럼
좋은정책포럼

 

좋은정책포럼의 재정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 운영을 책임질 인력이 없다는 것. 그렇다고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진 않다. 이는 단체 재정운영이 기본적으로 '최소비용 원칙'으로 일관되어 왔기 때문이다. 상근인력 없이 경상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연구자인 구성원들도 모두 자원봉사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 초창기 몇몇 프로젝트 연구로 확보된 재정은 이마 바닥난 상태고, 뜻을 함께하는 개인, 기업회원들의 정기후원도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또 이러한 재정적 취약과 인력구성의 편중은 정책유통의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생산된 연구과제가 정책결정자로부터 수용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고립되고 소멸되지 않으려면, 대중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지지와 동의를 이끌어 내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담당할 최소한의 인력이 확보되지 못하는 건 싱크탱크로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연구결과를 모아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고, 출판, 토론회, 언론보도 등을 이용한 소통도 유효한 방법이지만 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위와 아래로부터 힘을 얻지 못하면 결국 고립, 소멸된다.

 

'지속가능한 진보' 지향하는 '좋은정책포럼'의 지속가능성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조금씩 고개를 들이미는 상황이라, 좋은정책포럼도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비즈니스 개념을 전면적으로 들여오는 것은 위험이 크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최소한의 재정확보와 순환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한다.

 

먼저, 미뤄두었던 회원정비 작업을 통해 기본적 재정을 채우는 안정을 취할 예정이고, 동시에 진보단체간의 연대를 통한 방법모색도 꾀하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사회민주주의연대, 신진보연대와 함께 공동으로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어려운 상황 속에 경상비를 최소화하려는 작은 뜻인 동시에 세 단체 간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보자는 큰 뜻이기도 하다.

 

그 큰 뜻의 첫 번째 작업으로 기존의 신진보연대가 발행하는 리포트를 확대해서 세 단체가 함께 만드는 계간지를 발행할 계획이다. 계간지 발행은 시장 확산을 위해 공동 노력을 하자는 합의 아래 나온 결과물인데, 이들은 이것을 새로운 진보이념의 확산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 더불어 더 큰 시너지를 얻기 위해 다른 단체들에게도 공동발행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사실 좋은정책포럼은 학술과 정책의 경계에 있는 약간 특수한 형태의 싱크탱크다. 대부분의 연구인력이 소속대학이 있는 교수인, 말하자면 온전한 소속감을 발휘할 수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에 그렇다. 따라서 일반 싱크탱크 구조로의 대대적 전환도 옳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좋은정책포럼은 이대로 위축되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대한민국의 의제를 담아낼 그릇은 어느 싱크탱크보다 크고 견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인적자원의 활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은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그 그릇에 잃어버린 희망을 가득 채워 진보개혁진영의 '좋은정책'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고, '좋은정책포럼'의 지속성도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좋은정책포럼이 발간한 도서.
ⓒ 송정문화사·한울
좋은정책포럼

 

"진보진영에 나라 맡길 수 있나? 이 물음에 답이 필요하다"

[인터뷰] 좋은정책포럼 대표 김형기 교수

김형기 경북대 교수.

- 출범 이후 4년여 간의 활동을 자체적으로 평가한다면.

"'지속가능한 진보', '한국형 제3의 길' 등 진보개혁진영의 커다란 담론을 형성하는 데 작게나마 기여를 한 것으로 본다. 또 얼마 전 그간의 논의와 연구과정을 <새로운 진보의 길>이란 책으로 정리해 내놓은 것도 가시적 성과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책제안의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이념적인 방향에 국한돼 있던 한계도 있었다. 앞으로는 실생활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제안의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본다."

 

- 출범 당시 지방분권시대, 지식기반경제시대, 탈냉전민주주의시대로의 3중의 이행이 이루어지는 대전환기라는 상황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이 모든 전환에 있어 3중의 퇴행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지금도 이러한 상황인식에는 변함이 없나.

"큰 틀은 맞다고 본다. 비록 주도적 역할을 하던 민주정부가 그 이행을 미처 다 수행하지 못하고 정권이 넘어간 상황이라 한국사회의 퇴화현상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신자유주의와 개발독재국가 모델을 동시에 넘어서는 모델을 지향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대안이라고 보고, 그러한 문제의식은 더욱 더 필요하다."

 

- 이명박 정부 들어 진보적 시민운동단체에 대한 탄압은 그 도를 넘어선 지 오래고, 급기야 희망제작소와 같은 민간연구소에도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오늘날 진보 싱크탱크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전체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다. 과거에는 이런 싱크탱크에 대해서 정부가 직접 지원한 것이 없었음에도, 정책 분위기상 환경 자체가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중도실용을 주창하는 현 정부가 개혁적 보수나 합리적 진보를 포괄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그런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민간 싱크탱크조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이게 과연 이 정부가 중도를 지향하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 점에서 어렵고 동시에 진보 싱크탱크 내부에도 '새로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상황이다."

 

- 혹시 좋은정책포럼에도 이와 같은 유무형의 압력이 있었는지.

"그런 건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이 작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헌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진 건 사실이다. 예컨대 과거 민주정부 하에선 보수적 단체라 하더라도, 또 기업이 보수단체를 지원한다 하더라도, 또 그것이 행여 마음에 안 들더라도, 그걸 그렇게 문제 삼거나 하지 않고 자유로웠는데, 이 정부는 배제해나가는, 그런 것을 은밀히 추진해나가는 감이 있으니까. 그렇게 주창하는 중도실용과는 달리 굉장히 이념편향적인 방식, 배제적인 방식으로 하고 있으니까,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보고 있다."

 

- 어찌 보면 진보진영전체의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 진보진영의 상황과 문제점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여전히 위기이고 대안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방법적으로 지역과 생활에 밀착하는 부분. 예컨대 일본민주당 성공요인을 보면 지역생활밀착형 정책이라 볼 수 있는데 한국의 진보가 아직 그런 쪽으로 가지 못한 채 허공에 떠있다. 물론 나조차도 그랬고. 그런 면에서 있어서 좋은정책포럼에서도 지방에 있는 교수님들과 함께 방향을 모색 중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진보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기도 하다. (진보진영은) 정책이 없어서 고립된 것은 아니다. 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이 그룹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나? 국정수행능력이 있는 집단인가? 그러한 국민의 불신이 굉장히 중요한 거 같다. 진보진영이 하나의 비판세력으로 남는 게 아닌 집권을 생각한다면 신뢰성 있는 인물을 발굴하고 함께 행동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불신의 원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진행하고 또 진보진영의 여러 자원들 진보정당, 민주노총, 전교조 등 진보그룹들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지고 있느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기존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국정운영집단으로서 신뢰를 얻는 작업이 시급하다."

배고픈 진보 싱크탱크들, 똘똘 뭉칩시다"
[진보싱크탱크 ④] 현장성 강한 싱크넷 '참여사회연구소'
09.10.22 14:34 ㅣ최종 업데이트 09.11.18 10:57 서유진 (syj8302)
집권 초기 '강부자 정권'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이명박 정권은 감세나 반값 아파트, 친서민 등 실제 서민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을 주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들을 친근감 있는 언어로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른바 '무늬만 친서민' 프레임이다.  

'대안없는 진보'. 이것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외쳤던 보수진영이 정해놓은 프레임이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이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몇 회에 걸쳐 우리시대 진보의 대안을 만들고 있는 싱크탱크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편집자말>
  
12일 저녁 참여사회연구소 중회의실에서 시민 10여명이 박호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 서유진
참여사회연구소

"책에 나오는 '공동체'에 이질감을 느꼈어요. 88만원 세대들은 공동체적인 사람이 되자, 연대하며 살아가자는 말을 많이 듣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에서 2시간 일하면 당장 7000원이 생기는데, 시위하러 가면 연행되고 취업도 안 됩니다. 우리들이 선생님이 말하는 공동체론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모임에 참석한 시민

 
지난 12일 저녁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사회연구소에서는 특별한 대화가 있었다. 참여사회연구소가 마련한 '참여사회포럼: 대화' 첫 시간. 시민 10여 명은 <화해와 통합의 사회, 정치적 기초-공동체론>이라는 책을 읽고, 이 책의 저자인 박호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저자의 강연을 들었고, 또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도 자유롭게 질문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 등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여사회연구소는 앞으로도 매월 사회 명사들을 초청해 대화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1996년 참여연대 부설기관으로 만들어진 '참여사회연구소'
 
참여사회연구소는 참여연대 부설 연구기관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진보 싱크탱크다. 한국 사회에 참여민주사회의 모델을 제시하고 참여연대의 중장기적인 활동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1996년에 창립됐다. 참여연대가 창립 당시 표방한 참여민주주의란 무엇이며, 참여사회를 어떻게 건설해 나갈 것인지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일이 참여사회연구소에 부여된 주된 임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그동안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해 왔다. 정기적인 토론회와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출판물을 발간해 참여사회연구소의 연구성과를 시민사회와 나누었다. 이날 열린 '참여사회포럼: 대화' 또한 좁은 범위의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관심 있는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논의의 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참여사회연구소가 마련한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연구소의 주된 연구 주제는 '시민정치'와 '사회적 경제',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 10년에 대한 연구' 등이다. 그중에서도 '시민정치'는 시민들이 정치공동체 주권자로서의 자의식과 상호인정, 상호배려 속에서 공적 삶에 참여하는 정치를 의미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08년부터 '시민정치'를 핵심어로 하는 연구센터 설립을 논의해 오다가, 올해 가을 '시민정치연구센터'를 정식으로 발족했다. 참여사회연구소 송은희 간사는 "시민정치연구센터는 눈앞의 현안들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진보, 새로운 중심'을 만들어가기 위한 실질적 비전과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운동 현장과 가장 밀접한 연구 및 활동 수행
 
  
4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참여연대와 참여사회연구소, 한겨레신문사 공동주최로 '2009 희망만들기 촛불 1년,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 서유진
참여사회연구소

 

참여사회연구소는 시민운동 단체의 부설 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여타의 민간 싱크탱크들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참여사회연구소 측은 무엇보다도 시민운동 현장과 가장 밀접한 연구 및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가장 핵심적인 특징으로 꼽는다.

 
서울광장 조례개정에 대한 토론회 및 2008년 촛불 국면에서의 토론회나 책 발간, 교육강좌 등이 그 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시민사회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토론회 등을 발 빠르게 진행함으로써 담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2년과 2003년에는 NGO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서를 두 차례에 걸쳐 발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참여연대가 쌓아올린 명성 덕분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 인력이 많고, 회원을 연계해서 모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조흥식(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런 점 때문에 연구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나가기가 비교적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사회연구소도 진보진영 단체들의 오랜 고민인 열악한 재정문제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참여사회연구소에는 아직 상근 연구원이 없다. 연구소의 연구원은 모두 대학교수 등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연구원들이 연구소의 연구만 전담하는 경우에 비해 안정적인 연구를 진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송은희 간사는 "현재 참여사회연구소는 본래적 의미의 싱크탱크의 형태라고 보기는 어렵고 싱크네트 정도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며 "재정을 좀 더 탄탄하게 해서 상근 연구원을 두는 게 연구소의 과제"라고 밝혔다.
 
현장성 없는 연구는 가라... 생활밀착성 연구 지향
 
현 정부 출범 이후 재정적인 어려움은 참여사회연구소뿐 아니라 시민사회 전반이 직면한 현실이다. 조흥식 소장은 "시민사회를 활성화시키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이념들 때문에 시민사회가 재정적으로 타격을 입었다"며 "진보 싱크탱크들의 연대가 필요한 때"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 소장에 따르면 각 싱크탱크가 개별적인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같은 주제에 대한 연구나 뜻이 맞는 일은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진보 싱크탱크들은 함께 토론회를 열고, 시민운동 단체들과 공조해서 보고서를 만드는 등 협력을 현실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협력과 연대를 통해 진보 싱크탱크의 정책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홍일표 참여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싱크탱크들의 존재 근거는 이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들이 실제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가가 핵심"이라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싱크탱크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단체, 한 단체가 개별적으로 자기 역량을 키워서 뛰어난 연구정책 성과를 내서 기여를 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시대의 요구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 소장은 또 "현 정부가 지난 정부에 비해 시민사회 영역을 지원하려는 의지가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생하면 똘똘 뭉치게 되어 있듯이 진보 진영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당위성은 더 확대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앞으로 연구기능을 활성화하고, 보다 현장성 있는 대안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연구후속세대'를 양성하는 일이 당면한 과제다. 조 소장은 "박사학위가 없는 사람들도 진보적 사고와 이론에 관심이 있고 아이디어가 훌륭하다면 연구소에 참여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산 이론의 수입에 의존해 현장성이 떨어지는 학계와는 다르게 생생한 생활밀착성 연구를 수행해 우리 현실에 맞는 방법론과 대안을 개발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진보싱크탱크간 경쟁? 공동작업이 더 필요"

[인터뷰] 조흥식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참여사회연구소 조흥식 소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서유진
참여사회연구소

- 참여사회연구소장에 취임한 지 1개월이 지났다.

"전임 이병천 소장이 지난 4년 반 동안 연구소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놓았다. 재정적인 면 등 전체적인 연구소 포맷이 만들어졌다. 앞으로는 연구소의 연구 기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진학자들을 비롯한 연구후속세대를 키우고 연구물 발간을 활성화하는 데 신경을 쓸 계획이다."

 

- 참여사회연구소가 우리 사회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참여사회연구소는 시민단체 부설 연구기관이다. 일반 정당연구소나 국책연구소와는 달리 시민사회의 현장과 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연구를 수행한다. 국책연구소는 풍부한 인력과 재원을 바탕으로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목표에 끼워 맞추기식 연구를 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 한계다. (국책연구소가 제안하는 정책이) 꼭 필요한 정책인지에 대해 비판해주고 좋은 의견을 제시해 줄 제3섹터 싱크탱크는 꼭 있어야 한다."

 

- 참여연대와 하는 일은 어떻게 다른가?

"참여연대가 시민운동을 수행한다면, 참여사회연구소는 학술 연구를 통해 시민운동에 도움을 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 참여연대 부설 기관인데, 참여연대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하나?

"참여연대 부설기관이니까 참여연대 일만 가지고 책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상당히 독립적이고 나름대로 참여연대를 비판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참여연대의 활동방향을 바로잡는 것이 참여사회연구소의 설립취지이기도 하다. 지금은 참여연대 건물에 들어와 있지만 예전에는 위치하고 있는 건물도 달랐다. 재정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독립된 넓은 공간으로 옮겨갈 필요도 있다고 본다."

 

- 이명박 시대, 참여사회연구소의 고민과 과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시민사회 전반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진보 싱크탱크들끼리의 연대가 필요하다. 각자의 개별적인 연구를 하면서도 같은 주제에 대한 연구나 뜻이 맞는 일은 함께 공동작업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실제로 이런 제안을 다른 연구소에 하기도 했고 반응도 좋았다. 아직 싱크탱크의 기반이 자리 잡지 못한 국내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진보 싱크탱크들 간의 경쟁을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 진보 싱크탱크들이 대중의 신뢰와 공감을 얻지 못한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진보의 담론들이 일상생활 및 현장과 괴리되고,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개발하고, 실질적 분석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연구의 기능이 대단히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학문이나 이론이 토대가 돼야 정책도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연구소가 할 일이 많다." 

언제까지 비판만... 사람들에게 뭔가 줘야죠!"
[민간싱크탱크 ⑤] 거대담론보다 구체적 대안 파고드는 '사회공공연구소'
09.10.27 08:32 ㅣ최종 업데이트 09.11.18 10:58 신정임 (jjung0102)
집권 초기 '강부자 정권'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이명박 정권은 감세나 반값 아파트, 친서민 등 실제 서민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을 주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들을 친근감 있는 언어로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른바 '무늬만 친서민' 프레임이다.  

'대안없는 진보'. 이것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외쳤던 보수진영이 정해놓은 프레임이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이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몇 회에 걸쳐 우리시대 진보의 대안을 만들고 있는 싱크탱크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편집자말>
  
사회공공연구소 홈페이지
ⓒ 화면캡쳐
사회공공연구소

 

정부가 '봉이 김선달'임을 자처하는 시대다. 수백 년 전 선달이 상인들에게 평양 대동강물을 팔았다면, 현재 정부는 국민에게 물은 물론이고 전기, 가스, 도로, 사회서비스 등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재를 상품화해서 팔고 있다. 선달은 대동강물 판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반면 이명박 정부는 공공상품화로 얻은 이익을 기업의 뱃속으로 쏟아 넣고 있다.

 

'공공성'이 점점 외면 받는 시대, 신자유주의가 장악하고 있는 이 시대를 파헤쳐 사회공공성의 의미를 되찾겠다는 연구 집단이 있다. 바로 사회공공연구소(소장 강수돌)다. 이제 갓 창립 1년을 넘어선 사회공공연구소는 이미 진보 싱크탱크로서 그 이름을 꽤 알렸다. 남다른 비법이 있을까.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지난 10월 9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사회공공연구소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사람들로 북적일 줄 알았던 사무실이 텅 비었다. 사무실 안쪽에서 한 사람은 전화통화에 여념이 없고 한쪽 구석 개수대에선 또 다른 이가 이를 닦고 있다.

 

"첫인상이 이러면 안 되는데…. 저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예요. 연구소에서는 중남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닦던 이가 인사를 건네는데 바로 내가 "아~ 박정훈 연구원이요"라면서 이름을 댔다.

 

특별히 연구원들에 대해 조사했다기보다 워낙 중남미 관련 글들에서 그의 이름을 많이 봐왔기에 자연스럽게 이름이 떠올랐다(이만큼 사회공공연구소는 알게 모르게 꽤 유명하다). 박 연구원에게 중남미 얘기도 듣고 싶었는데 이를 다 닦더니 바로 사무실을 나선다. 다른 연구원들도 에너지 민영화 관련 연구 중간 발표회에 갔단다.

 

이래저래 연구소 다른 식구들 얼굴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쉽긴 하지만 그들을 만나지 않아도 그들을 알 수는 있다. 연구소는 보고서로 말한다고 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전화 통화를 마친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이 보고서로는 다 전하지 못하는 연구소의 속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공성이 외면받는 시대, 공공성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

 

사회공공연구소의 기반은 독특하다. 노동조합이 돈을 대서 만들어진 연구소다. 연구소의 물주는 발전, 항공, 영화 등 사회공공서비스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해있는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이하 공공노조)이다.

 

오 실장은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우리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전체 사회구성원들의 권리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라고 연구소의 설립취지를 설명한다.

 

그렇다보니 다루는 영역도 방대하다. 국가재정, 사회복지(연금, 요양, 사회서비스 등), 철도, 에너지, 문화예술, 중남미 지역연구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대부분의 공공영역이 연구 분야다. 그런데 문화예술분야도 공공영역인가?

 

"노조 부설 연구소여서 우리 조합원들이 있는 분야는 특히 주목합니다. 공공노조 산하에 문화예술노조들이 있어서 주요하게 다루죠. 현재는 공공예술기관의 법인화 문제를 연구 중입니다."

 

오 실장의 얘기를 듣다가 문화를 자꾸 공적 영역이 아닌 사적 영역으로 가둬버리려는 가진 자들의 논리에 나도 어느새 젖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흠칫 놀랐다.

 

"강수돌 소장님은 언론이나 농업도 다뤄야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지금 인력으로는 벅차죠."

 

현재 공공노조에서 파견 나온 기획실 반상근 연구위원이 2명이고, 전문 연구자로 구성된 연구실도 전임이 3명, 비전임 1명이니 결코 많은 인원이 아니다. 따로 5명의 객원 연구위원을 두고 있기는 하나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문화예술도 공공부문? 농업, 언론도 공공부문!

 

  
사회공공연구소는 지난 3월,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사회 공공성 위한 연구보고서 5권을 발간했다.
ⓒ 사회공공연구소
사회공공연구소

 

지난해 8월 문을 연 사회공공연구소의 연구 성적표는 어떨까. 10쪽 안팎의 이슈페이퍼 23편, 많으면 200~300쪽 되는 연구보고서가 10권이다. 이슈페이퍼가 이슈가 되는 현안을 분석한다면 연구보고서는 좀 더 넓은 범위의 정책 전반을 되짚는다. 보고서 발표 외 워크숍, 토론회 등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사안이 A, B, C, D, E가 있다고 해서 전부 백과사전식으로 생산하는 게 아닙니다. 정세에 참여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의제 개발이 필요합니다. 우린 아직 거기까진 많이 못 갔고 연구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를 확보하는 수준이죠."

 

오 실장은 겸손하게 평가했지만 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들의 조회수가 대부분 천을 넘는다. 그만큼 대중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잘 긁는다는 뜻이다. 그의 표현대로 한다면 '정세 개입형 연구소'다. 그는 연구 자료실이 누적효과가 있어서 1년만 더 지나면 거의 웬만한 사회공공분야는 다 다룰 거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 연구자료실이 앞으로 주요 사회공공의제 포털자료실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바람을 덧붙였다.

 

발표한 보고서 중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주제를 물으니 그는 "내가 얘기하면 다른 분들이 편파적이라고 하지 않으려나, 그래도 '사회임금' 부분에 대해선 다 동의할 것 같아요"라고 답한다. 노동자가 기업에서 얻는 소득이 '시장임금'이라면 사회임금은 실업수당, 보육지원금,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적용 등 사회적으로 얻는 급여다.

 

예전부터 노동운동진영이 사회임금이란 개념을 써오긴 했지만 사회공공연구소가 처음으로 OECD 통계자료에 빗대 우리나라 사회임금 수준을 수치화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스웨덴이 전체 가계 수입 중 시장임금 50, 사회임금 50이라면 우리나라는 시장임금 92, 사회임금 8이다. 결국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면 92%의 지출을 끊을 수밖에 없다는 뜻. 77일간 옥쇄파업을 하면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외쳤던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가 헛말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임금 개념을 도입해 그걸 수치화해서 설명력을 높인 거죠. 제가 만들었는데, 아주 잘 만들었어요.(웃음)"

 

궁금한 곳 긁어주는 '정세개입형' 지향

 

  
사회공공연구소 가족을 소개합니다.
ⓒ 사회공공연구소
사회공공연구소

 

노조 부설이다 보니 아무래도 노조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그에 대해 오 실장은 "너무 독립적이어서 문제인 것 같아요. 노조 부설이고 돈이 노조에서 나오니까 노조에 휘둘리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딱 들죠. 그런 염려들 때문에 설립할 때 굉장히 엄격하게 독립성을 갖추는 체계를 세웠어요"라며 내 의문을 풀어준다.

 

그의 말대로 사회공공연구소는 독립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사회도 외부 민간전문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사장 역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고 소장도 강수돌 고려대 교수다. 노조가 굳이 개입한다면 운영위원회에 몇 명 들어오고 기획실에 파견된 2명의 연구위원을 통해서일 텐데 그 역시 형식적이란다. 그는 명함 어디에도 공공노조 마크 하나 들어가지 않는다며 명함을 들이민다.

 

그가 "이렇게 해도 되나" 생각할 정도로 독립적이다 보니 노조 내부에서는 당장의 노조 현안문제, 임단협 등과 관련한 정책 페이퍼를 써달라는 요구도 있다. 하지만 노조 지도부가 '사회에 기여하는 노동조합'이라는 일종의 노조 혁신프로그램의 하나로 세워진 연구소의 애초 취지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해 내부 비판을 잘 막아주고 있다. 그는 "우리 연구소가 노조 선의의 기대에 맞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개입이 없는 것 같다"면서 서로 신뢰에 기초한 존중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념적인 보고서는 쓰지 않습니다"

 

사회공공연구소가 창립 1년 만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데는 이러한 노조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연구소 재정 역시 공공노조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어서 연구소 설립 때 세운 '외부 프로젝트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킬 수 있었다. 외부 프로젝트를 하면 아무래도 연구 의뢰자의 입맛에 맞는 주제를 따라야 하고 소모적, 기술적인 연구들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공공연구소도 공공노조 산하의 단위노조에서 의뢰하는 연구를 간혹 하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이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10%도 안된다고 한다.

 

진보 싱크탱크의 가장 취약한 '재정 안정' 문제가 해결됐기에 사회공공연구소는 연구원들이 원하는 주제를 스스로 선정해 연구해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전임자임금 지급금지가 이루어진다면 연구소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보고서가 관념적이면 관념적인 거고, 보고서가 정세에 적합하면 실천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연구소가 갖는 관념성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실천 활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오 실장은 연구소의 활동방식은 보고서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보고서에 정책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아무리 작더라도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물 사유화 담당 연구자가 보고서를 써왔는데 죄다 비판만 써놨더라고요. 외국사례도 비판만 하고…….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데? 대안을 내라'고 했죠."

 

이런 고민 끝에 사회공공연구소는 '공공수도'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공공수도를 관리하는 공공수도청을 만들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물을 공공적으로 운영∙관리해야 한다는 거다.

 

이명박 정부의 사회서비스 시장화정책에 대해서도 '지역 거점 사회서비스 총괄기구' 건설이란 대안을 내놓았다. 국민연금 관련해서도 '국민연금기금, 어린이집(보육요양)에 투자하라!'는 아줌마 입장에서 듣기에 참 훈훈한 정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찬반 말고, 구체적 대안이 필요합니다

 

지난 10월 7일, 사회공공연구소는 1주년 기념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는 '이명박 정부의 국가재정 운용의 문제점과 진보적 대안재정전략'.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하반기 정세의 핵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사회공공연구소는 단순한 예산안 비판이 아니라 진보적 대안전략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오 실장은 대안 중 하나로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한 보장성 확대'를 내놓았다.

 

그는 "진보진영에게 국가 재정수지 적자는, 정부에 '왜 적자를 냈냐. 그 따위로 운영할래'라고 따지기 좋은 소재지만 우리 것을 주장하기도 어려운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정부가 재정건전화한다고 지출을 통제하는 정세에서 예전처럼 '복지 예산 늘려라'고만 요구하는 건 한계가 있지요"라면서 '건강보험료 인상'을 제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만 보면 보험료 인상해서 건강보험 재정이 늘어나면 보장성도 확대된다는 단순한 논리가 현실로 돌아오면 결코 단순치 않은 문제가 된다.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건강보험료 인상하자고 설득하고 결의해야 하는, 노조로서는 채택하기 부담스런 과제를 떠안기 때문이다.

 

당장 토론회 장소에서 조합원들이 비판의견을 내기도 했다. 토론회 전 연구소 내부토론에서도 찬반 논쟁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의견을 던졌다.

 

"언제까지 찬반만 할래. 이제는 전략적으로 선택하자는 의미에서 제안한 거죠. 주제가 대안재정전략이었는데 저는 사회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실천방안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대안재정운동'이라고 표현했어요."

 

"이거 누가 한 거지?"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지난 10월 7일, 사회공공연구소는 '이명박 정부의 국가재정 운용의 문제점과 진보적 대안재정전략 모색'이란 주제로 설립 1주년 기념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희
사회공공연구소

 

오 실장은 사회공공연구소가 정책연구기관과 사회운동기관의 성격을 둘 다 갖는 걸 지향한다고 했다. "연구소가 보고서만 내면 되지, 정치나 운동은 연구소가 할 바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진보진영이 일반 사회구성원들에게 실제로 혜택을 안겨주는 특별한 체험을 하는 모델사례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거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통해 건설회사 사장에서 시민의 지도자로 서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 시민들에게 공직지도자는 두려움의 대상일 뿐 그런 걸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꽉꽉 막혀있는 도로에서 시내버스를 길 가운데로 뻥뻥 달리게 해주다니. 또 환승할 때마다 들려오는 '돈 굳었습니다(환승입니다)'라는 안내 멘트. 출퇴근할 때마다 표가 수두룩 쌓일 것 같아요."

 

건강보험 재정확대도 그런 취지란다. 이후에 보장성이 확대되고 본인 부담금이 없어지면 시민들이 "이거 누가 한 거지?"라고 묻지 않겠냐고. 진보진영이 거대 담론이 아니라 일반 시민사회로부터 "쟤네들이 사회를 바꾸는 데 일조하네"라는 신뢰를 얻는 구체적인 사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MB를 넘어서는 대안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사회공공연구소. 정세개입형 연구소를 표방하는 이 연구 집단이 신자유주의 최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 정세에서 또 어떤 대안들을 펴낼지 앞으로 이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노동운동의 가장 큰 문제는 전략이 없다는 것"

[인터뷰]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사회공공연구소의 보고서는 세상에 나오기 전 꼭 오건호 연구실장의 손을 거친다. 그는 자신을 '빨간펜 선생님'이라고 했다. 연구원들의 글에 운동권 말투가 있거나 국어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들을 고친다고…. 인터뷰 도중 보고서를 놓고 설명을 하는데 "어, 여기 오타가 있었네"라면서 바로 틀린 글자를 고친다. '대중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가기 위한 글쓰기'도 오 실장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 현재의 사회공공연구소의 위치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

"지금은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내는 정도다. 앞으로는 노동운동 주체가 실제로 주체로서 실천할 수 있는 의제들을 만들어 내야 할 거다."

 

- 노동운동이 실천할 프로그램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공공부문노조의 공기업 관료화상업화백서운동을 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에도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건 공기업 폐해에 있어서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부자로서 그 폐해를 다 알고 있었던 공기업노조가 무감각하게 체감하지 못했던, 아니면 알면서도 동조했던 간에 그런 걸 방치해왔다는 책임이 일정 부분 있다.

 

'과연 공기업노조는 공공적이었나'라는 주제 토론회 때 이 백서운동을 제안했다. 내가 일하는 공기업이 얼마나 관료화, 상업화(돈벌이 경영화)됐는지를 조사하자는 거다. 이런 사업이  힘을 받기 위해선 공약사업이어야 한다. 공약을 걸고 당선되면 아무도 못 건드린다. 4대강 사업을 못 건드리듯이…. 우리 공공노조의 핵심적인 사업장 15개만 정해서 위원장 3년 임기동안 1년에 5개 사업장씩 조사해서 우리의 치부를 계속 발표하는 거다. 처음에는 <오마이뉴스>에만 나오겠지만 3년차에는 <조선일보>에서 "쟤들이 미쳤나, 저거 뻥 아냐"하고 나오지 않겠나. 그걸 뻥으로 보든 진의가 있는 것으로 보든 그런 식으로 공공노조들이 자기 혁신작업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 그런 실천프로그램이 가동되지 못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현재 노동운동의 가장 큰 문제가 전략이 없다는 거다. 다들 노조혁신이 필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구체적인 혁신전략이 없다. 전략에는 앞서 말한 관료화상업화백서와 같이 실제 가시화, 현실화할 수 있는 사업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결국 기획 문제다. 그런 기획은 강력한 추진력에서 나온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다들 여기서 될까 하면 기획이 안 된다. 강력한 추진력이란 조직력일 수도 있고, 노조의 리더십일 수도 있다. 지금은 조직력이 약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혁신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 정책연구소를 넘어 사회운동적 성격의 연구소가 돼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삼성경제연구소는 정책연구소가 아니다. 정치적 의제를 다룬다. 보수진영이 사회적 헤게모니를 쥐고, 대중을 주도하고 장악할 수 있는 의제들을 던진다. 이름도 긴가민가한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도 있지만 이들은 다 보고서 내는 정책연구소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재벌의 부설 연구소이면서 사회적 의제를 세팅하는 보수운동연구소이듯이 아직 우리 사회공공연구소가 거기에 댈 건 아니지만 진보진영도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게 되면 그렇게 되지 않겠나."

 

돈이나 권력은 못 드려도 머리는 드립니다
[진보싱크탱크⑥] 정치·외교의 싱크네트 '새로운 코리아 구상을 위한 연구원'
09.11.18 10:18 ㅣ최종 업데이트 09.11.18 11:24 김동환 (heaneye)

집권 초기 '강부자 정권'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이명박 정권은 감세나 반값 아파트, 친서민 등 실제 서민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을 주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들을 친근감 있는 언어로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른바 '무늬만 친서민' 프레임이다. 

'대안없는 진보'. 이것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외쳤던 보수진영이 정해놓은 프레임이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이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최근 5차례에 걸쳐 우리시대 진보의 대안을 만들고 있는 싱크탱크들의 활동을 소개한 데 이어 2차 기획을 내놓는다. <편집자말>
"북한이랑 서해에서 또 붙었다며?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지난 13일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은 남측 단장에게 경고성 통지문을 보냈다. 10일 일어난 서해교전과 관련 "서해에는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만이 있다"며 "지금 이 시각부터 그것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북측의 표현은 강경하지만 최근 남북 간의 대화가 재개되고, 얼어붙었던 민간 분야의 교류가 천천히 녹고 있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이번 발표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언론에서 나름대로 분석 기사를 통해 남북 정세를 보도하지만 대부분의 대중들은 신문에 나오는 '6자회담'이니 '그랜드 바겐'이니 하는 외교 개념을 제대로 챙겨 아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사정이지만 여전히 궁금함은 남는다. 이제 북한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지난 2005년부터 활동 중인 '새로운 코리아 구상을 위한 연구원(아래 코리아 연구원)'은 이런 의문들을 풀어주는 가장 권위 있는 국내 싱크탱크 중 하나다.    

적은 운영비로 생존하는 특별한 방법

  
코리아 연구원 홈페이지
ⓒ 코리아연구원
코리아 연구원


코리아 연구원의 가장 큰 특징은 단체의 이름에 어울리는 넓은 연구 범위와 다양한 연구 인원이다. 현재 대학교수급 연구원 40여 명이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 부문에서 실증적 분석에 기초한 정책 대안 및 국가전략 제시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간 싱크탱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규모의 인력구성이다.

코리아 연구원의 김경순 사무처장은 "출발할 때부터 국가의 전략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서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연구소가 만들어질 당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가져야 할 국가 전략이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의 세 부문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코리아 연구원은 이 분야들 중 특히 안보 문제를 포함한 정치-외교 부문에서 압도적인 연구실적을 내고 있다. 북한 관련 문제가 터지면 본질을 꿰뚫는 관련 논평이 이곳에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올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정치-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정치외교연구센터에서 지난 5년동안 생산해 낸 게시글의 숫자는 약 1만 500여 건.   

재미있는 것은 이런 규모나 활동에 비해 코리아 연구원의 운영비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코리아 연구원의 1년 예산은 대략 1억원 정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코리아 연구원에는 월급 받는 사람이 행정 관련 업무를하는 사무처장과 직원 한 명뿐입니다. 연구원들은 모두 무급으로 자기 생업을 가지고 있고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수준입니다. 각각의 연구원들이 자기 분야를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인들이기 때문에 어떤 분야의 글이 필요하다 싶으면 그때마다 사무처에서 글을 청탁하는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리아 연구원 김경순 사무처장
ⓒ 김동환
코리아 연구원

"이런 개념을 '싱크네트(Think Net)'라고 한다"고 덧붙이는 김경순 사무처장. 상근 연구 인력을 유지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싱크탱크에 기부하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서 이런 싱크네트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싱크네트 방식은 연구 환경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으며 사안마다 유연하게 협업이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싱크네트 방식은 비용이 적게 드는 대신 모든 연구원이 한 공간에서 연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의 시의성과 효율성을 위해 중앙에서 전체 연구를 조절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코리아 연구원에서는 '연구기획위원회'가 조정탑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연구기획위원회는 총 8명의 연구기획위원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무엇에 대해 연구하고 어떤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할 것인지를 정하는 회의를 갖는다.

미국 뉴딜과 MB 뉴딜은 뭐가 다른가?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코리아 연구소의 보고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가 원고지 50매에서 100매 사이의 분량으로 작성되는 '현안진단'. '현안진단'은 재보선이나 한·EU FTA, 개성공단, 비정규직 문제 등의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분석 보고서다. 두 번째는 현안진단 분량의 글 3~4개가 한 주제로 묶여있는 '특별기획'으로 '오바마 시대의 한반도 전망' 등 거시적인 현실 진단과 더불어 정책에 대한 제안이 곁들여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코리아 연구소에서 지금까지 생산된 현안진단은 154개, 특별기획은 27개다. 평균을 내 보면 지난 5년동안 매주 1개씩 50매에서 100매 사이의 보고서를 만들어온 셈이다.

최근 나온 코리아 연구소의 현안진단 중에는 북한의 정책 변화와 남북관계를 보는 5가지 논점(이정철), 현 구역개편론 평가와 바람직한 방향(허훈), 오늘 다시 선거를 생각 한다: 정치공학의 그림자(홍재우)가 반응이 좋았다.
 
'북한의 정책 변화와 남북관계를 보는 5가지 논점'은 북한 관련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다섯가지 요점을 잡아 어렵지 않게 풀어낸 글이다. 북한의 최근 변화가 우리 정부의 주장처럼 제재의 효과가 아니라 협상 전술이 변화한 것이며, 그러한 북한의 대외 강경행보 중단은 중국이 상당부분 관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 구역개편론 평가와 바람직한 방향'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구역개편 논의에 허점을 짚고, 구역개편이 결국에는 지방자치 및 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 다시 선거를 생각한다 : 정치공학의 그림자'는 요즘 이명박 정부가 왜 선거제도의 변화를 추진하는지를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어져 있는 한나라당의 구조를 통해 분석한 글이다.
 
'하토야마시대 일본과 동아시아, 전망 및 제언'은 장기 집권해온 자민당이 왜 2009년에 무너졌는지, 그로 인해 한일, 한미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를 다각도로 다뤘다. '미국의 뉴딜과 MB의 녹색뉴딜 비교분석 및 제언'에서는 미국의 뉴딜을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했던 것과 최근 오바마가 추진 중인 정책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이를 이명박 정부의 뉴딜정책과 비교하고 있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 글에서 왜 오바마의 뉴딜이 '그린 뉴딜'이고 이명박 정부의 뉴딜은 '그레이 뉴딜'인지를 '토건경제'와 '역주행'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2009년, 4대강국 정세 전망과 한국의 정책방향'은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의 동북아정책들을 각각 분석해서 그 정책들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했다. 또한 네오콘적 환상 속에서 출발한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어떤 모습인지, 그런 방향의 외교에서 왜 남북관계의 출구를 찾을 수 없는지를 분석했다.
 
인지도 높이고, '시민 후원형 싱크네트'로 거듭나야

  
주변 4강의 변화 속에서 한국은 어떤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야 할까?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월 16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모습.
ⓒ 청와대 제공
한미정상회담

정책연구가 가치를 가지려면 해당 정책이 전문가는 물론 일반 국민과 정책담당자에게 영향을 미쳐 연구 결과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다. 그러나 '대북 압박정책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하는 코리아 연구원의 진보성향 정책 제안이 이명박 정부에서 정책으로 채택되기란 사실상 어렵다.

매주 생산되는 양질의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연구원이 일반 대중에게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리아 연구원의 보고서는 일반 대중이 읽기에는 다소 어렵고 현재 정책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금 없이 대부분의 재정을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한국의 진보 싱크탱크에게 낮은 인지도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코리아 연구원의 고민 역시, 낮은 인지도와 부족한 재정 사이에 있다.  지금은 한 달에 만원씩 후원하는 200명도 채 안 되는 후원회원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 익명의 독지가가 모자라는 대부분을 도와주지만 그렇게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시민 후원형 싱크네트'로의 체질 변환이 시급하다. 

"어느 싱크탱크나 재정적인 문제가 가장 어려울 거예요. 우리 연구소 같은 경우는 연구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상근자를 좀 늘렸으면 하지만 그게 잘 안 되니까 고민입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좀 더 연구가 정교해 지겠지요"

연구기획위원장인 동국대 박순성 교수도 재정 확충의 필요성에 동감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후원 참여가 절실한 상황과는 달리 코리아 연구원의 홈페이지에는 아직 시민 참여와 소통을 위한 구조적인 기능들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조건으로는 빠른 시일 내에 '시민 후원형 싱크네트'로 변모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부자감세·4대강 뛰어 넘을 대안 찾아라
 
정치가가 혼자서 자신의 정책을 만드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복잡한 현대사회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앙 정계에 진출한 지 4년밖에 안 되는 짧은 정치경력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미국진보센터(CAP)의 정책 지원이 있었다. 오바마가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미국진보센터의 정책들은 미국 유권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지금 차근차근 실현되고 있다. 

상근직원 125명, 1년 예산 2000만 달러, 미국 내 영향력 10위 안에 드는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와 코리아 연구소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지식인들이 유연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신의 전문 지식을 기여하는 형태로 사회참여를 하고 있는 싱크네트가 적절한 기회를 만났을 때 어느 정도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렵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상징적인 구호로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는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다 결국 무늬나마 서민정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했다. 지역주의와 이념정치로 일관해왔던 우리 정치에서도 어떤 정책을 제시하는지, 어떤 의제를 제시하는지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4대강, 부자감세 등 정책 설정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주는 화두들이 언론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야당들은 여당의 정책을 비판할 뿐 대안이 될 만한 자신들의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식인들로 구성된 싱크네트인 코리아 연구원은  다가올 2012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에 어떤 정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그들의 발간할 다음 보고서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명박 정부 정책 수정 위해서는 진보 싱크탱크 연대 필요"

[인터뷰] 코리아 연구원 박순성 연구기획의원장

급여가 나오지도, 권력으로의 길이 보장되지도 않는데 그들이 정부 정책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리아 연구원을 통해 민간 싱크탱크 활동에 참여한 지 올해로 6년째인 박순성 연구기획위원장에게 들어보았다.

 

  
코리아 연구원 박순성 연구기획위원장
ⓒ 김동환
코리아 연구원

- 코리아연구원은 어떤 목표를 지향하고 있습니까?

"정책 보고서를 통해 공익을 지향하는 바람직한 국가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요즘에는 우리가 만드는 정책이나 정책 대안이 현 정부에 의해서 수용되기가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지요. 현 정부 정책을 잘 비판해서 방향을 선회하는 것에라도 기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장기적으로 바라는 것은 한국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국가가 필요한 정책대안을 생산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지식인들의 사회참여, 자기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전문연구 네트워크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싱크탱크 운동을 하며 보람있었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보람있었던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코리아연구원을 통해서 대안적 정책은 어떻게 짜며 협동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사회과학적 지식을 현실과 접목시키는 방법적인 면에 대해 많이 배웠고요. 연구원을 시작한 지 5년이 되었는데 코리아연구원이나 다른 싱크탱크들이 지식인들이 좀 더 큰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는 하는 터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쉬운 점은 요즘 들어와서 상대적으로 젊은 연구자들의 참여가 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저희 연구원만 해도 90년대 학번이 좀 적어서 보완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코리아 연구원에 와서 글을 쓰면 자기 글에 대한 피드백도 받고 사회참여도 되지요. 앞으로 젊은 연구자들이 더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 지금 우리사회의 진보싱크탱크의 수준과 가장 주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진보싱크탱크들이 역할분담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코리아연구원이 외교-안보쪽에 집중한다면 새사연은 경제쪽에 집중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과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을 것 같아요. 원래 역할분담을 위해 진보 싱크탱크끼리 심포지엄도 하고 했는데 이게 잘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시민들 상황에 맞게 교정하기 위해서는 진보 싱크탱크들의 연합,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코리아연구원 연구기획위원장으로서 시민사회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코리아연구원이 주로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자극을 주는 글을 쓰다 보니 글의 주제나 글쓰기 방식이 다수의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는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전문적인 식견을 담으면서도 충분히 쉬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대중들의 관심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것이 싱크탱크기 때문에 시민사회에서 코리아 연구원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참여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