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6·2 교육감 선거]

2010. 3. 5. 17:37discourse & issue

 

 

서울, 개혁진영 경선 채비…여권 박세일 고사로 비상

[집중점검 6·2 교육감 선거]


범야권, 곽노현·최홍이 등 출사표…장하진도 물망
여권, 김경회 부교육감 전격 출마…제3후보도 거론

 

 

서울에서는 ‘교육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윤곽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애초 예상됐던‘빅매치’의 양상을 띠지는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쟁 위주 교육정책에 맞서는 범야권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소속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 출사표를 냈다. 곽 교수는 최근까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그러나 곽 교수는 아직 진보·개혁 진영을 아우르는 범야권의 후보로 확정된 게 아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와 민교협 등 진보·개혁 성향의 교육단체들은 지난 1월 ‘범민주진보개혁진영후보 추대를 위한 서울시민위원회(추대위)’를 구성하고 내부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를 확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곽 교수는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박명기·이부영·최홍이 서울시교육위원 등과 경선을 치러야 한다. 또한 추대위가 후보추천 기간을 3월 중순까지 연기하기로 해 또 다른 후보가 추대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교육단체들은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보다 더욱 중량감있는 후보를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후보로는 참여정부 시절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장하진 전 장관이 거론된다. 장 전 장관이 유일한 여성 후보라는 점에서 여성 학부모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범여권은 그동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불출마 입장을 밝혀 비상이 걸렸다. 박 이사장은 지난달 19일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교육감 출마설과 관련해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있고, 제안받은 바도 없다”며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범여권은 그동안 지명도가 높은 박 이사장을 가장 경쟁력있는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판단해 그의 출마를 독려해 왔다. 박 이사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사회복지수석을 지내면서, 교육에 시장주의 원리를 도입한 ‘5·31 교육개혁’을 주도했다.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상당 부분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범여권에서는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과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을 지낸 이경복 전 서울고 교장, 4일 사퇴한 김영숙 덕성여중 교장 등으로 후보군이 좁혀지고 있다. 최근의 잇따른 교육계 비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던 김경회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도 공직자 사퇴시한 만료일인 4일 갑작스레 사표를 내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범여권 안에서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있어 제3의 후보가 추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춘재 진명선 기자 cjlee@hani.co.kr

 

단일화·투표율 변수…‘제2 김상곤’ 당선될지 주목

[집중점검 6·2 교육감 선거] 판세와 전망


정당후보로 알고 ‘특정순번에만 투표’ 할수도
서울·대구·인천·전남 인지도 비슷 ‘예측불허’

한겨레 김광수 기자 이종근 기자

 

»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처음 치러졌던 지난 2008년 7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 담벼락에 교육감 후보자의 경력과 학력, 사진 등이 담긴 선전 벽보를 붙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6월2일 전국 교육감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교육계 수장이 얼마나 바뀌느냐다. 교육감이 바뀌면 교육정책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 서울·부산·전북·대구는 교체

 

현재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가운데 교체가 사실상 확정된 곳은 서울·부산·전북·대구 등 4곳이다. 서울은 공정택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교육감 직위를 상실했다. 부산은 설동근 교육감이 3선을 해, 연임 불가 조항에 걸려 출마할 수 없다. 전북은 최규호 교육감이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7월 임기가 끝난 신상철 전 교육감의 사퇴로 공석인 대구는 신 전 교육감이 3선에 도전하지 않기로 해 새로운 교육계 수장이 들어서게 됐다.

 

이와 달리 10곳은 현 교육감이 재선과 3선을 노리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경남·충남 등 3곳은 지난 선거에서 격돌했던 전·현직 교육감이 다시 맞붙는다. 지난해 6월과 10월 임기가 각각 끝나 현재 교육감이 공석인 전남과 인천은 지난해 사퇴했던 교육감이 나란히 3선에 도전한다.

 

현재 교육감이 공석인 서울·대구·인천·전남 등 4곳은 후보들의 인지도가 서로 엇비슷한데다 출마자도 많을 것으로 보여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와 달리 현 교육감이 다시 나서는 곳은 언론과 행사장에 자주 얼굴을 알릴 수 있는 현 교육감이 훨씬 유리하다.

 

■ 단일화와 투표율이 큰 변수

 

 보수-진보 어느 쪽이든 단일화를 하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보수-진보 가운데 후보가 난립하는 쪽은 그 지역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불리해진다. 이를테면 보수층이 두터운 영남 지역에서 보수 후보가 여럿 나오면 진보 후보가 20~30% 대의 낮은 득표율로도 당선될 수 있다. 영남의 진보 후보가 순번 추첨에서 첫번째로 뽑힌다면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물론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장치는 있다. 국회가 지난달 18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교육감 출마 자격을 없애려다 ‘교육이나 교육행정 경력 5년 이상’ 조항은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투표율도 변수다. 투표율이 올라가면 인지도와 조직력이 열세인 후보가 유리해진다. 인지도나 조직력보다는 후보자의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유권자들이 투표에 더 많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투표율이 내려가면 후보자의 정책에 관심을 갖는 유권자들의 투표가 줄어들고 고정표에 가까운 유권자들만 투표하게 된다. 이 경우엔 인지도와 조직력이 앞선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또 정당 조직을 누가 등에 업는가에 따라 판세가 뒤바뀔 수 있다. 영남의 후보들은 한나라당, 호남의 후보들은 민주당 조직의 지원을 받으려고 정치권에 줄을 댈 것으로 예상된다. 정당들도 지역에 따라 진보나 보수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특정 후보를 밀어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선거에 정통한 이아무개(48)씨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이번 교육감 선거는 과거 어느 선거 때보다 변수가 많다”며 “여러 변수에 잘 대응하는 후보가 마지막으로 웃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투표용지 번이 당락 좌우

 

하지만 이런 구도를 뒤바꿀 변수가 여럿 있다. 무엇보다 투표용지에 어느 후보가 이름을 먼저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과거 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자 이름의 한글 순서에 따라 1번, 2번 등으로 번호를 배정했다. 그러나 이번부터는 번호를 배정하지 않고 추첨을 통해 순서를 정한 뒤 투표용지에 번호 없이 이름만 나열하는 식으로 배정 방식을 고쳤다. 1번이나 2번 몰아찍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제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울산·경남·충북·제주 교육감 재보궐 선거에서 4곳 모두 기호 2번이 당선됐다. 당시 기호 2번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지난해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도 2번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순번 배정이 당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개표를 하려면 어떤 방식이든 후보자 이름을 순서대로 나열할 수밖에 없는데, 유권자들은 그 순서를 정당 기호로 오해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에선 투표용지의 맨 위에 이름을 올리는 후보가 유리하고,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선 맨 위에서 두번째에 이름을 올리는 후보가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은 광역·기초단체장과 지역 광역·기초의원, 비례 광역·기초의원, 교육감·교육위원 등 모두 8명을 한꺼번에 뽑아야 한다. 그런데 교육감·교육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선거에서는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 수에 따라 투표용지에서 순서가 정해진다. 유권자들이 헷갈릴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8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면서 교육감·교육위원 선거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게 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울산시 교육감에 출마하려는 한 후보자는 “영남에서는 투표용지에 첫번째로 이름이 나오면 다른 순번의 후보보다 최소 10% 이상 더 많은 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선을 다하겠지만 승리하려면 순번 추첨에서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 전국 교육감 예상 후보자 명단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광주 장휘국·전남 장만채 등 시민후보 잇단 등장에 관심
[집중점검 6·2 교육감 선거]

 

 

전국 곳곳에서 교육감 시민후보가 잇따라 등장해 ‘제2의 김상곤’이 나올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난달 9일 시민후보로 추대받은 장휘국 광주시교육위원이 뛰고 있다. 그는 추대를 받자마자 곧바로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일찌감치 선거 채비를 갖췄다. 지난달 27일 광주 동신고체육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초반 기세를 올렸다. 현재 인지도는 현 교육감보다 뒤지지만 지역의 진보적인 분위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광주의 민주인사 600여명으로 조직된 시민후보 추대위의 후보 공모에 응해 낙점을 받았다. 1987년 전교조 결성 때 해직된 뒤, 전교조 광주지부장, 광주환경교원협의회 의장, 재선 광주시교육위원 등을 지내 광주의 교육현안에 밝다. 성품이 온화하고 소탈해서 ‘장국’이라는 애칭으로 교육계에서 불린다. 무등산보호단체와 언론개혁연대 등지에서 활동해 지역의 신망도 두터운 편이다.

 

전남에서는 지난달 23일 장만채 순천대 총장이 도민후보로 추대됐다. 그는 지난 1일 전남 순천의 팔마체육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그는 총장 재임 때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석방 서명과 미국산 쇠고기 반대 선언에 참여하는 등 소신있게 행동해왔다. 그는 1월에 발족한 도민후보 추대위가 예비후보 9명을 두고 벌인 경력· 자질·정책 심사에서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3선고지에 도전하는 김장환 전 교육감이 인지도는 높으나 전교조의 조직력이 강하고 농어촌 학교를 없애는 정책에 불만이 많은 지역특성을 고려하면 진보후보가 약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부산에서도 이달 중순께 좋은 교육감 만들기 운동본부가 후보 공모와 토론 절차를 거쳐 시민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참여정부에서 교육혁신위원장을 지낸 정홍섭 신라대 총장과 전교조 부산지부장 출신의 박영관 전 부산시교육위원 등이 시민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밖에 충북에선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 김병우(53) 교육위원이 거론되는 것을 비롯해 서울 인천 경기 전북 충남 대구 등 7~8곳에서 ‘진보 교육감’ 후보를 내려는 움직임이 있다.

 

장화동 광주교육감 시민후보 추대위 대변인은 “교육감 직선을 계기로 교육자치의 본보기를 만들려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며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학교무상급식 시행, 학생인권조례 제정, 교사징계압력 거부 등을 뚝심있게 밀고간 덕분에 ‘학습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사등록 : 2010-03-04 오후 11: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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