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클러스트

2010. 3. 14. 19:47eunpyeong

 

 

 

생활공동체 운동서 시작…사회적 가치 생산기지 발돋움
[헤리리뷰] Special Report
‘마포 클러스터’ 어떻게 형성됐나
한겨레

 

» ‘마포 클러스터’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클러스터는 곳곳에서 움을 틔우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서울 마포구다. 마포구에는 서울시와 마포구, 행정안전부가 파악한 것만 해도 172개의 비영리단체가 자리잡고 있다. 다른 부처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정부 인증 사회적기업이 8개 있고 최소한 20개 기관이 사회적 기업화를 계획하고 있다. 수백명의 문화예술인이 밀집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이 많은 이들이 어떻게 여기 모이게 된 것일까?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사회적 가치 창출형 클러스터’에서 답을 찾았다. 마포에는 지역의 필요에 기반한 ‘성미산 클러스터’와 ‘홍대앞 클러스터’, 그리고 사회적 사명에 기반한 ‘사회적 기업 클러스터’와 ‘비영리단체 클러스터’가 자리잡고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형 클러스터가 어떻게 형성되고 자리잡는지를 마포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성미산 ‘생활공동체 클러스터’

 

성미산마을은 ‘친환경’과 ‘대안생활’ 등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마포구 성산동 일대의 마을공동체다. 그 시작은 1994년에 설립된 공동육아협동조합 우리어린이집이었다. 공동육아의 가치와 프로그램에 공감하는 30대의 젊은 부부들이 모여들면서 날으는어린이집, 성미산어린이집 등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성미산마을은 공동육아를 거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경제 및 생활공동체로 외연을 넓혔다. 공동육아 교육의 정신이 생활에 스며들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2001년에 설립된 마포두레생협의 빠른 성장은 육아공동체가 ‘사회적 가치 창출형 클러스터’로 확대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레생협은 친환경 농산물 등 이 공동체가 선호하는 먹을거리를 공급하면서 짧은 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경험했다. 2001년 공동육아 학부모가 주축이 된 조합원 100여가구로 출발한 이 생협은, 2009년 현재 조합원 3000가구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 성공의 경험은 여러 다른 사업으로 이어진다. 동네부엌(유기농 반찬가게), 성미산학교(대안학교), 마포에프엠(지역라디오방송), 작은나무(카페), 장애인자활센터, 문화공간 등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 잇따라 생겨나 자리를 잡았다. 이런 ‘마을기업’은 주민의 생산과 소비와 고용이 모두 ‘친환경’, ‘대안생활’ 등의 사회적 가치와 연결되는 고리가 됐다.

 

홍대앞 ‘문화예술 클러스터’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가 열리던 무렵, 토요일마다 서울 마포 홍익대 앞 놀이터에 ‘프리마켓’이라는 낯선 장터가 열리기 시작했다. 온 힘을 바쳐 작품을 만들지만 먹고살 길이 막막한 예술가들이 작품을 하나둘 들고 나와 놀이터 한쪽에 작품을 늘어놓고 팔기 시작한 것이다. ‘프리마켓’ 운영자인 김영등씨는 “홍대앞에서 문화예술 창작자와 일반 시민 사이에 소통의 길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앞은 ‘문화예술의 접근성과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창출하는 클러스터다. 다양한 장르의 젊은 예술가들이 예술작품을 창작하고 유통하는 문화예술 공간이다. 이렇게 다양한 영역의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지역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다.

 

홍대앞의 하루 유동인구는 3만여명, 이 가운데 20대가 65%를 차지한다. 명실상부한 ‘젊은이의 거리’에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프리마켓 같은 시장이 생겨나 자연스레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면서 이 클러스터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홍대앞 클러스터는 주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실을 개방하거나, 주로 이용하던 바와 카페를 새롭게 디자인하거나, 미술 및 디자인 전문서적 등을 공유하는 등의 과정에서 대안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빵 등 다양한 라이브클럽 등으로 형성된 클럽문화는 다양한 인디밴드를 탄생시키면서 더 많은 문화예술 생산자와 소비자가 몰려드는 뒷심이 됐다.

 

최근 홍대앞 클러스터의 표정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근 상권이 개발되면서 임대료 등이 올라 자금 여력이 없는 예술가들이 줄줄이 이곳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시민들의 관심도 점차 식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홍대앞을 휘감고 있는 상황이다.

 

비영리단체 클러스터

 

홍대앞에는 철학, 미학, 사회학, 여성학, 문화예술 등 인문학 강좌가 많이 열리기로 유명하다. 대부분 홍대앞의 문화예술을 향유하려 몰려드는 젊은이를 겨냥해 만들어지는 강좌들이다. 강사진은 주로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나 진보적 학자들이다.

 

마포에는 20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가 활동하고 있어 이런 강좌를 여는 데 안성맞춤이다. 특히 한국여성재단을 비롯해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정치연구소, 한국여성민우회, 또하나의문화, 전문직여성(BPW)한국연맹 등 여성단체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점이 특징이다.

마포의 여성단체들은 상호교류도 활발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체별 역할 분담도 잘된다는 평을 듣는다. 같은 업종의 기업들이 모여 있는 산업클러스터에서, 자연스레 기업간 분업 양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이곳에선 ‘여성단체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여성뿐 아니라 인권, 환경, 통일,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는 마포지역 비영리단체들은, 최근 성미산마을 등 지역공동체를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으로 삼으려 노력하고 있다. 성미산마을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함께 환경운동을 펼친다거나, 자전거도로 캠페인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의 활동이 그 사례다.

 

사회적기업 클러스터

 

마포지역의 사회적 가치 창출형 클러스터에서는 사회적기업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현재 마포지역에는 동교동 및 서교동을 중심으로 다솜이재단 등 8개의 인증 사회적기업이 있으며, 적어도 20개 이상의 예비 사회적기업이 사회적기업화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더욱이 이곳에는 대표적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인 함께일하는재단을 비롯해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사회투자지원재단, 한겨레경제연구소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문과 연구 성과, 컨설팅 전문인력을 갖춘 기관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 기관은 이 지역의 사회적기업들에는 더없는 인프라다.

 

따라서 마포의 사회적기업 클러스터는 지원기관들이 구심점 기능을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특정 지역의 사회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거나 특정 영역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다. 그런데 지원기관 주변에 모여 있는 게 마포 사회적기업 클러스터의 특징이다.

이에 따라 마포의 사회적기업들 가운데는, 지역사회와의 밀착이 중요한 기업보다는 새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는 독창적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 예를 들어 민족의학연구원은 문턱없는밥집기분좋은가게를 통해 친환경 농산물과 재활용제품의 새로운 유통 형태를 창출했다. 미디어교육연구소는 미디어교육과 제작을, 신나는문화학교는 문화공연을, 티팟은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주요한 사업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박상유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whyaskwhy@naver.com

 

 

입지이점 살려 더 많은 가치 창출…생산·소비의 선순환
[헤리리뷰] Special Report
마포클러스터 뜯어보니
한겨레
한겨레경제연구소는 마포 사례에서 대략 4개의 사회적 가치 창출형 클러스터를 찾아냈다. 지역의 필요에 기반한 ‘성미산 클러스터’와 ‘홍대앞 클러스터’, 사회적 미션에 기반한 ‘사회적기업 클러스터’와 ‘비영리단체 클러스터’가 그것이다. 또한 주변에 이들을 지원하는 여러 교육시설 및 연구기관, 지원단체가 있으며, 클러스터의 각 요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마포구청서울시청, 노동부 고용지원센터 등이 통합적으로 마포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클러스터 대부분은 지리적으로 매우 인접한 특성을 보이고 있으나, 비영리단체 클러스터는 다소 퍼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성미산 클러스터’의 경우 성산동을 중심으로, ‘홍대앞 클러스터’의 경우 상수동·서교동 일대를 중심으로, 사회적기업은 동교동·서교동을 중심으로 밀집해 있으나, 비영리단체들은 서교동·동교동·합정동·공덕동·마포동 등에 걸쳐 넓게 퍼져 있다.

 

지리적 인접성 장점… 단체간 협조는 미흡

 

지원기관의 경우, 주로 지원 대상 클러스터와 인접해 자리하는 특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은 사회적기업 클러스터와 인접해 있으며, 인문학 교육단체들은 젊은 대안적 문화 소비층과 대학생이 많은 홍대앞 문화예술가 클러스터 내부에 자리잡고 있다.

성미산 클러스터의 사회적 가치는 교육과 생활의 다양한 측면에서 주민 삶의 질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개선했다는 점에 있다. 공동육아에서 출발하여 친환경 농산물 유통, 각종 생활협동조합, 시민운동 등이 결합해 다양한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가치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공동의 관심사와 전문적 지식을 갖춘 386세대가 지역에 대거 유입되었다는 점과 공동육아와 대안교육, 공동체 및 생태적 삶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점, 시민단체와 정부, 홍대앞 클러스터 등 마을 외부와의 소통에 개방적이라는 점,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책임지는 회의 문화가 놓여 있다.

 

홍대앞 클러스터의 사회적 가치는 문화 및 예술 영역에서 다양성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과 시민의 문화 접근성을 개선시킨다는 점에 있다.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홍대 문화, 일반 시민들의 높아지는 문화 수요, 젊음의 거리라는 상징성, 높은 대외 인지도 등이 어우러져 그동안 문화 수요자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최근 임대료 인상 등이 겹치면서 문화 창출의 핵심인 젊은 예술인들이 인근 지역이나 멀리 영등포구 문래동으로 떠나고 있다.

 

이는 또다른 가치 생산요소였던 다양한 학습과 정보교류를 약화시키고 있다. 다양한 인문학 강좌와 창작품 거래시장을 개설했는데도, 홍대앞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큰 악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변화한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주체나 논의 구조가 없어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동교동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기업 클러스터의 사회적 가치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인접한 지원단체와 시민단체로부터 다양한 정보와 자문 등을 받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에 비교적 유리한 환경이다. 또 인접한 사회적기업과 시민단체, 지원기관과의 연대를 통한 사업 기회가 비교적 열려 있어, 경쟁과 협력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마포의 사회적기업 대부분은 사업 영역이 지역의 사회적 서비스 수요에 기반하지 않고 있어, 사업 성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약점이 있다.

 

협의체보다는 정보와 인적 교류 필요

 

비영리단체 클러스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현재 마포 지역 비영리단체들은 지역 주민이나 홍대앞 젊은이 등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전파하고 실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유사한 가치를 지향하는 단체 간의 협조 체제나, 활동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시스템 같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클러스터 성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마포 지역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마포의 사회적 가치 창출형 클러스터 참여자에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얻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할 필요가 있다. 해결하려는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무엇인지, 이런 자원을 조달하기에 가장 유리한 곳은 어디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해결이 가능한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고, 생산된 가치를 바탕으로 점차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둘째, 사회적 가치에 대해 총량적 개념으로 접근하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클러스터 참여자들의 개별적 노력만으로는 급증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인식과 상호 협력에 기반한 시너지를 통해 사회적 가치의 질과 양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클러스터 참여자들 스스로 자신이 속한 클러스터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클러스터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클러스터에서 자기 역할과 개발 역량 등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확립해야 한다.

 

셋째, 정보와 인적 교류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클러스터 참여자들 간의 활발한 정보 교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필요한 시장 기회를 인지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꼭 필요하다. 다만, 협의체 등 인위적인 형태보다는 인적 교류를 원활히 하고, 컨소시엄 등 공동 사업을 추진하거나, 축적된 자료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정보사이트를 운영하는 등의 형태가 좀더 현실적이다.

 

넷째, 각 클러스터 참여자들은 자신이 하려는 사업과 입지의 연관성을 개발해야 한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인적·물적 자원, 정보, 인프라 등 요소 조건뿐만 아니라, 사회적 서비스 수요 등의 수요 조건, 지원 및 연구기관, 경쟁과 협력에 기반한 전략을 참여자들의 내부 역량으로 전환하는 데 적절한 입지가 무엇이고, 이런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미 형성된 클러스터 지원에 주력해야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 변화가 중요하다. 정부는 새로운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보다는, 이미 형성돼 있는 클러스터의 현황과 특성을 이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클러스터의 내·외부 환경, 클러스터 및 클러스터 참여자들 간의 연계 상황, 클러스터가 미칠 사회적 파급 효과, 생산성 제고에 중요한 지원기관 등을 분석하는 것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들이다.

그런 다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장애나 제약이 되는 요소들을 없애고 사회적 가치 창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전문적인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제공하거나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과 교육장 등의 기반시설 투자를 넓히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마포의 경우, 임대료 상승 등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는 참여자들을 마포 밖으로 나가게 만들고 있다. 이는 마포에서 창출되는 가치의 총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