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8. 12:46ㆍdiscourse & issue
“미국 단극시대 끝나…지역중심 현실주의 실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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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7 21:04 | 수정 : 20110607 2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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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 나아갈 방향
진찬룽 “인정 바라며 비판에 민감한 중국 특징 살펴야” 서재정 “MB 비핵개방3000 구상, 북·중 동맹강화 초래” 오버홀트 “미·중 협력모색, 금융위기·연평도 등에 흔들”
사회: 송민순 민주당의원 발제자: 윌리엄 오버홀트 하버드대 케네디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진찬룽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6·15 남북공동선언 11돌을 기념해 7일 열린 ‘한겨레-인천 국제심포지엄’ 첫번째 세션에선 전통적인 한-미 동맹과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속에서 한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을 짚었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션에서 참석자들은 냉전 이후 20년간 계속됐던 미국 중심의 ‘단극화 시대’ 대신 새로운 관계 정립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변화의 핵심에는 단연 중국의 부상이 놓였다. 1979년 개혁개방 정책 시행 이후 30년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해왔고, 2009년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며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까닭(진찬룽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이다. 윌리엄 오버홀트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조지 부시 행정부 말기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를 지나면서 ‘지2’(G2), ‘쌍두체제’로 불릴 정도로 중국과의 협력이 강조돼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나라의 협력관계가 무르익기도 전에 과연 중국이 의지할 만한 외교적 파트너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천안함·연평도 사태 때 북한 정권 비호 태도를 보인 것 등은 중국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중국의 외교가 뭔가 성취하려는 게 아니라 문제를 회피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찬룽 부원장은 중국의 독특한 ‘복합성’을 봐야 한다고 얘기했다. “수십년 동안 국제 시스템의 밑바닥에 머물렀던 중국은 스스로의 노력을 인정받길 원하는 동시에, 외부의 비난에 지나치게 민감해지는” 특성을 보이며 “(이로 인해) 실용주의에 따라 애매하고 회피하는 행동을 보여 중국의 국제적 행동은 일관성이 없고 왔다갔다하며 외부세계가 중국을 더욱 알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두 나라 사이에 끼인 한국(이명박 정부)은 “동맹국(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중국) 사이에 끼인 새우라기보다는 핵무기 비확산에서는 미국의 발목을 잡고, 동북아시아 지정학에서는 중국의 발목을 걸어 상황을 모두 악화시킨 ‘문제아’에 가깝다”는 게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의 분석이다.
서 교수는 미국의 클린턴·부시·오바마 행정부는 모두 북한 핵 문제를 대할 때 ‘거래에 기반한 비확산’이라는 프레임에 얽매여 되레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키우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여기에 힘의 논리, 선과 악의 대립 등에 바탕을 둔 ‘신앙에 기반한 현실주의’로 북한의 고립과 긴장 격화를 추구하는 정책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위해 한-미 동맹을 강화했지만, 그 결과는 중국이 국익을 위해 추구하던 “평화와 안정”과는 대립되는 방향이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아직도 관계가 불명확한 한국과의 전략적 동맹보다 북한과의 오래된 동맹관계에 무게를 두었고, 미국은 어느 때보다 큰 핵문제와 중국과 악화된 관계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에 두 나라 사이에 끼인 한국이 “신앙에 기반한 현실주의를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지역정치 중심의 현실주의를 실천할 때”라고 촉구했다.
인천/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
“한반도 평화정책 새로운 이정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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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7 18: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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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선언 11돌 한겨레-인천 국제심포지엄]
임동원·송영길 등 참석…학자·시민 400여명 ‘북적’
6·15 남북공동선언 11주년을 기념해 7일 열린 ‘서해 평화와 동북아 협력’에 관한 ‘한겨레-인천 국제심포지엄’에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임동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국내외 학자, 시민 등 약 4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임동원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3년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인천 앞바다 서해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는데 이제는 군사적 억제와 보복이 아닌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 협력이라는 더욱 큰 틀에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송영길 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한반도 주요 이해 당사국 중 하나인 미국과 중국의 군사 전문가는 물론 6·15 남북공동선언 채택 당시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 구축에 힘썼던 전문가가 한 데 모여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대북 정책과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제시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양상우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는 축사를 통해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됐지만 남북관계의 일시적 후퇴를 지나치게 비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우리가 함께 지키고 만들어온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는 “3년이 넘도록 남과 북이 대화가 단절되고 6·15 이전의 대결과 불신의 시대로 돌아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다시 한 번 ‘햇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특별연설을 하기로 했던 윌리엄 페리 미국 전 국방장관은 폐렴 이후 회복을 취하고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지난 수십여년 동안 나의 중요한 목표였으며, 지금도 관심의 중심에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들을 살펴본 결과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심포지엄 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
“분쟁에서 평화로…남북, 화해 프로세스 시동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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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7 21:25 | 수정 : 20110607 2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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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 11돌 기념 한겨레-인천 국제심포지엄]
미·중이 본 한반도 해법
월리스 그레그슨 전 미국 아태차관보
남북대화 있어야 6자 재개
판젠창 중국 개혁개방포럼 고문
한미훈련은 북한 자극할 뿐
7일 ‘서해평화와 동북아 협력’을 주제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한겨레-인천 국제심포지엄’의 주제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었다. 특히 특별세션에 기조발표와 토론자로 나선 월리스 그레그슨 전 미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와 판젠창 중국 개혁개방포럼 상급 고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서해를 “분쟁의 바다에서 평화의 바다로”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또 한반도의 비핵화와 이를 위한 역내 국가들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시각차가 뚜렷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해명 등을 강조했으나, 판젠창 고문은 화해를 통한 신뢰구축을 강조했다.
예비역 해군 중장이기도 한 그레그슨 전 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주민들이 절대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위협할 목적으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계획, 재래식 군사역량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한미)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성공적인 남북대화와 상호이해는 6자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꼭 실행해야 할 선행과제”라며 “북한이 천안함 침몰사태와 연평도 포격사태를 한국에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레그슨 전 차관보는 “남북한이 연방국가 또는 연합국가 형태로 시작해서 점차 성장하는 연착륙 방법으로 통일되기를 바라지만 경착륙 시나리오를 전혀 계획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한 일”이라며 “어떤 상황으로 인해 북한이 갑작스럽게 개방될 때 발생할 혼란과 인명 손실, 인구이동, 그리고 또다른 권력자 또는 군 지도자의 등장 등을 막기 위해 모든 국가들은 즉각 시행할 수 있는 계획을 갖춰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판젠창 고문은 기조연설에서 “평화적이고 안정된 환경 없이 개발과 협력을 상상할 수 없다”며 “지난 2년 동안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이 형성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간 노력이 좌절되는 등 많은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지만 동북아 국가들이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원동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긍정적 트렌드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대립은 최고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없다”며 “상호의존성이 증가함에 따라 국가들은 공공선을 위한 협력과 평화적 분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역 소장이기도 한 판 고문은 “남북이 분쟁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중국은 양국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삼가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조발표에 이어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두 사람은 서해에서의 한미 군사연습 등에 대해 상당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판 고문은 “중국이 불안해하는 건 미국이 안보와 번영은 군사력을 행사해야지만 달성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밑에 깔고 가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군사연습이 과연 우리의 공동 목표인 평화적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 프로세스는 화해 프로세스인데, 화해와 군사력이 어떻게 병행하느냐”고 반문한 뒤 “군사연습은 미국 국익에는 부합하지만 한국에는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레그슨 전 차관보는 “동맹이라는 게 특정 대상을 겨냥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동맹이 경제발전과 인권, 평화, 안정 증진 등 동아시아 번영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그레그슨 전 차관보는 이어 “천안함 사태로 4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연평도 사태로 인명을 빼앗은 비극은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강조했다. 그는 또 “연합 군사작전은 한국과 미국의 군사협력의 역량 강화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으로, 해상 작전이 연평도 사건이나 천안함 사태를 일으킬 만큼 위협적인 작전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미국은 전통적으로 공해에 대한 접근에 대해서 굉장히 강하게 지지해 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역내 국가와 지방정부 등이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는 데는 두 사람은 공감했다. 판 고문은 “내년에 한겨레-인천 국제심포지엄이 다시 열리면 북한을 불러 그들의 요구를 경청하면서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며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화해를 중심 원칙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올바르다”고 말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북한과 한국 간의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결과물”이라며 “서해를 분쟁의 바다에서, 이제는 개성공단과 같이 화해의 바다로 바꾸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내실있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
“북한, 외교 다각화 노력중…한국, 미·중 균형감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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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7 2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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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찬룽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진찬룽 중국인민대학 국제정치학원 부원장은 7일 한국의 대미의존 외교와 관련해 “장기적 관점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중국과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서구와 같은 산업화 기술을 가지게 되면 세계 최강이 되는 것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며 “한국이 이 부분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 부원장은 현재 중국 전국국제학협회 부회장, 전국인민대표회의 정책계획 자문 등으로 활동하는 대표적인 중국 학자로, 중국의 외교정책과 중미 관계 등이 주요 연구분야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이례적으로 잦은데. “북한이 안보뿐 아니라 경제 개발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북한은 정권 세습을 앞두고 더 나은 정치적 유산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런데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북한이 더욱 고립되자,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최근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데 대한 우려가 있는데. “북한은 중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각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스웨덴과는 리바이스 청바지 공장을 합작했고, 쿠웨이트에 직항기를 띄우기도 했다. 남한과 일본, 미국 등과도 교류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정치적 긴장으로 안 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의 중국 의존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이 될 것이다. 북중 경제 협력은 북한의 연착륙에 도움이 된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개혁·개방이다. 그렇게 나아갈 때 북한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국익, 국방이 아닌 경제를 우선시하는 정상국가가 된다.”
-북한이 최근 남한 정부와 상종 안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데. “북한이 남한 정권에 실망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남북 정상회담을 해도 더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고 다음 정권을 기다리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
-6자회담이 장기 공전상태다. “6자회담 3단계 해법은 미국의 아이디어였고, 중국도 동의했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대안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중국은 G2 개념을 거부한다. 2009년 1월 원자바오 총리가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개도국이다. 한반도 정책은 3가지 목표가 있다. 전쟁 반대(No War), 핵무기 반대(No Nuclear), 혼란 방지(No Chaos) 등 3노(No)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앉아서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나리오는 없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제안할 게 있다면? “북한은 핵이 정권안보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는 수준이 낮고 숫자도 적어서 방어용으로도 별 쓸모가 없다. 이런 것을 붙들고 고립을 자초하는 것은 바보다. 남한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단기적으로 화가 나는 일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은 더 이상 상대가 안 된다. 큰 그림을 보고 가야 한다. ”
글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
“강경 치닫는 남-북-미 대화없인 해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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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7 2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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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 11돌 기념 한겨레-인천 국제심포지엄]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
조엘 위트 미 콜롬비아대 선임연구원은 7일 “협상과 대화 없이는 (북한 핵문제 있어)어떤 해결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화정책으로의 방향전환을 촉구했다. 위트 연구원은 이날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한겨레-인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한겨레>와 가진 별도 인터뷰에서 “6자회담의 새로운 그림을 열 수 있는 건 남한이 기존정책을 바꿔 새로운 접근을 할 때”라며 이렇게 밝혔다.
하지만, 그는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바꿀 것 같지 않으며, 오바마 정부도 한국정부를 뒤따르는 대북정책을 바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한국의 새 정부가 등장해서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상황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해, 남북관계가 더 악화하고 있다. 북한이 왜 이렇게 나온다고 보는가? “북한이 다음 정권을 염두에 두고 현 정권에 대한 큰 기대를 버리지 않았나 추측해 볼 수 있다. 또다른 측면은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중점을 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남한이나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의 작은 부분에 대해 논쟁을 거듭하는 동안에 북한은 중국에 아무 때나 가서 식량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이 최소한 단기적 차원에서 중국을 자신들에 대한 지원의 가장 큰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 중국은 그동안 남북대화를 먼저하고 그 다음 미북대화를 거쳐 6자회담에 이른다는 3단계론에 합의한 바 있는데 북한이 남북대화를 이번에 사실상 거부했다. 이로써 6자회담 재개 과정에 큰 장애물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은 최소한 다음 한국 대선 이후까지는 재개되기가 어렵지 않을까 조심스레 관측한다. 미국과 한국 모두 진정한 대화 의지가 부족하고, 현재까지 워싱턴과 서울이 내놓은 조건을 북한이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현 상황에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남한 정부가 대북 태도를 바꾸는 것 뿐인데 그런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 같다.”
-차기 한국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북한의 핵 능력은 더욱 확대될텐데 북한을 대화에 끌어낼 창의적인 대안은 없는가? “그렇다. 현 상태에서 북한이 새로운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을 하든 않든 간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라늄 농축 등 많은 일들을 진행할 것이다. 대안은 솔직히 잘 안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게 고통과 아픔을 줘서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한다는 목적은 달성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중국이 북한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그림을 열 수 있는 건 남한이 기존정책을 바꿔 새로운 접근을 할 때인데 현 정부가 그럴 것 같지 않다. 한국의 새 정부가 등장해서 정책을 재점검하고 완전히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풀릴 것으로 본다.”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와 달리 북 핵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한국 정부가 워낙 북한에 대해서 강경하게 나간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미국이 한미 동맹을 우선시 하면서 한국 정부에 너무 의존했던 데도 원인이 있는 게 아닌가. “그 평가가 대체로 맞다고 본다. 미국은 대북정책을 상당부분 남한에 위임한 측면이 있다.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 온도차는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미국이 남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저도 남한과 미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취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본다. 그래서 향후 미국에서의 대북 정책이 크게 변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유일한 가능성 있다면 남한 정권 교체로 인해 기존 정책 재검토가 될 때라고 본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중국 방문에 이어 오는 10일 서울에 온다. 북한 핵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 6자회담과 관련해 진전된 안이 나올 것으로 보나? “지난 몇년 간의 상황을 봤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보는 데 회의적이다. 캠벨은 거의 매달 한, 중, 일을 방문해왔으며, 이번 건이 특별한 경우는 아니라고 본다. 설령 6자회담 테이블로 당사국들이 다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현 상태에서는 뭐가 이뤄질 것 같지 않다.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모멘텀이나 정치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 없이는 만나더라도 대화가 시들하게 진행돼 소기의 목적을 달성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지금 이대로 북한이 핵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겠다는 건가.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핵 능력이 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발적 포기의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협상과 대화없이는 그 어떤 해결도 이뤄지지 않을 것라는 점이다. 유엔 차원에서의 징계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 같은 처벌과 징계 위주의 접근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 갖고는 불가능하다. 대량살상무기 보유에 대한 징계 조처와 동시에 외교적 협상을 해야 한다.
-킹 특사가 북한을 방문하고 돌와온 뒤에 미국이 대북 식량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식량 지원이 어떻게 될 것이며, 식량지원이 이뤄질 때 미-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리라고 보는가. “미국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것과 반대되더라도 인도적 지원은 하는 전례가 있어 식량지원은 이뤄지겠지만, 이것이 전면적 대화로 확대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식량지원 이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넓혀서 다른 잇슈로 확대할 수 있는 정치력이 있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현재 남한 정부의 입장을 감안할 때 그게 가능할지는 의문시 된다.”
-남한의 대북 강경정책은 미국의 대북정책이나 대중외교정책에 방해가 되는 것인가? “물론 지난해 사건들이 매우 심각했으며, 북한의 행동이 도발적이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남한 정부가 사람들의 분노와 우려에 대해서 충분한 조처를 취할 필요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정부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보면서 지도하고 (정책을) 끌고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점에서 미국과 남한이 심각한 문제를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북한을 포용하면서 대량살상무기를 억제하고 풀어가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에도 문제가 있다. 나는 오바마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 한국에 재하청을 줬다고 본다. 동맹끼리 긴밀하게 협조하고 같이 일하는 게 맞지만, 아무리 친한 동맹이라도 다른 동맹에게 재하청을 주는 건 심각하다고 본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우리의 입장이 중국과 동일하지 않은 것도 많지만, 핵심은 중국 쪽 입장과 우리 입장 좁힐 수 있는 것이다. 차이를 좁히기 위해선 미국과 남한이 코트 안에 들어와서 공을 차야 하고 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기 떄문에 중국이 플레이어로서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중국의 커지는 대북 영향력이 앞으로 까다로운 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을 포용해야 하는 데로 돌아가야 한다.”
- 엠비 정부가 끝날 때까지 오바마의 대한정책이 이대로 갈 것인가? “지난 몇년 간의 기록을 볼 때 작은 변화야 있을 수 있겠지만, 큰 변화는 아닐 것이다. 북한이 중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지고 싶어하지 않기에 미국이 변화할 기회는 있을텐데 현재의 남한 정권이 있는 한 그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글 김종철 선임기자,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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