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회담 2

2011. 5. 27. 13:20discourse & issue

 

 

김정일 “온 힘 다해 경제건설중”
후진타오와 정상회담서 밝혀…“6자회담 조기재개 희망”
한겨레 박민희 기자기자블로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온 힘을 다해 경제건설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안정적인 주변환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인 지난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26일 보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이란 목표를 앞두고 북한의 경제 회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외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올해는 중국의 ‘12·5 계획’(제12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해로 방문 동안 중국 각지에서 온 힘을 다해 경제건설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며 “많은 변화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후 주석에게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중-조(북-중) 양국 무역협력의 많은 방면에서 진전이 있었다”며 “올해는 중-조 우호협력조약 체결 50돌을 계기로 양국이 각 영역에서 끊임없이 경제무역 협력의 신국면을 확대·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경제 회생의 출구로 생각하는 ‘북-중 경협 강화’의 필요성을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한반도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해 갈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남북관계 개선에 줄곧 성의를 갖고 있다”고 언급해,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남한 쪽에 돌리면서도 앞으로도 일정 기간 동안 유화적인 대남 정책을 펼칠 것임을 내비쳤다. 김정일 위원장은 방중 7일째인 26일 베이징을 출발해 귀국길에 올랐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한반도 안정 바란다”→“남북관계 개선 줄곧 성의”
김위원장 입장 일보전진
한겨레 손원제 기자 메일보내기
“우리(북한)는 힘을 다해 경제건설을 하고 있고, 안정적인 주변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 및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던진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김 위원장이 정세 안정이 필요한 이유로 ‘경제건설’을 직접 제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2012년이 목표연도인 강성대국 진입과 후계체제 완성을 앞두고 절박하게 경제발전을 추구하고 있으며, 그만큼 주변정세 안정도 절실한 과제로 삼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는 한반도 정세 완화를 희망하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6자회담을 재개하고자 주장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줄곧 성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전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성의를 갖고 있다는 부분도 지난해 김 위원장의 두차례 방중에선 볼 수 없는 표현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27일 열린 정상회담에선 “조속한 6자회담 재개 등을 바란다”고 했고, 지난해 5월5~6일 열린 정상회담에선 “각국과 함께 6자회담 재개에 유리한 조건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이번엔 관련한 언급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변화가 읽힌다.

 

북한 쪽 발표인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직접 소개하는 대신 “쌍방은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6자회담의 재개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며 ‘장애적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전반적 이익에 부합된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8월엔 “동북아시아 정세와 관련해 허심탄회하고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했으며 완전한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했을 뿐, 6자회담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어조가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바뀐 점에 비춰, 이후 6자회담과 남북관계를 재개하려는 북한 쪽의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6자회담 재개의 첫 단계로 한·미·일과 중국이 합의한 비핵화 남북회담에 대한 북한의 참여 타진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5일 북-중 정상회담에 북한의 핵 문제 실무 책임자인 강석주 부총리와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동시에 참석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번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원칙을 넘어 실제 수순에 대한 북-중 사이 깊숙한 협의가 이뤄졌을 것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남쪽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비핵화 남북회담의 연계 방침을 분명히 거둬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먼저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남쪽이 6자회담 재개의 ‘장애적 요소’로 떠오를 경우, 중국이 남북대화를 뛰어넘어 북-미 대화로 바로 가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김정일 “중국 많은 변화에 감탄…개혁·개방 정확했다”
양국 구체적 합의는 없어…나선·황금평은 개발될듯
김위원장, 경제건설·대외관계 개선 의지 적극 내보여
한겨레 박민희 기자기자블로그

 

 
» 나선·황금평 개발계획
북-중 경협 어떻게 되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의 초점은 북-중 경제협력에 맞춰져 있었다.

중국 <신화통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6일 공개한 내용을 보면 김 위원장은 중국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여러 차례 경제건설개혁개방에 대한 관심과 북-중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동북3성 지역과 남부 지역을 돌아본 뒤 “많은 변화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언급했다. 2001년 상하이 방문 때 ‘천지가 개벽했다’고 밝힌 것과 분위기가 엇비슷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북한이 민생개선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당과 전국이 노력을 기울이면서, 추호의 흔들림 없이 경제건설 속도를 높이고 인민생활 수준을 높이는 것을 기쁘게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돋웠다.

 

김 위원장이 “온 힘을 다해 경제건설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대외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점을 보면, 북한 경제 회생을 위해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실려 있다. 김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의 개혁개방 정책은 정확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경제를 살릴 방법으로, 김 위원장은 북-중 경협 강화를 다시 강조했다. 양국 발표문에 경협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양국 정부가 추진해온 ‘계속 의제’인 만큼, 양국 정상이 이를 더 진척시킬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북한과 함께 지방과 기업의 적극성을 더욱 발휘해 상호 협력이 더 높은 수준에 이르기를 바란다”고 한 것은 북-중 경협의 전면에 지방정부와 기업이 나서되 중국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북-중 경협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전략적’ 사안이다. 중국은 나선항 개발을 통해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 계획의 성공에 필수인 동해 출항권을 얻고, 북한 안정화를 통해 중국 경제발전의 환경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북한도 나선과 황금평을 ‘강성대국 선도지구’로 개발해 중국의 지원과 투자를 받아 경제를 살리고, 후계구도도 안정시키는 국면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북·중 나선 공동개발의 막을 올리는 원정~나선 도로가 곧 착공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26일 오후 지린성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원정~나선 도로 보수 공사가 5월 말 전면 착공된다”며 “중국과 북한이 나선을 합작 개발하는 데 주요한 사업”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대대적인 착공 행사를 여는 대신 실질적 사업 추진과 협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훈춘의 소식통은 26일 밤 “30일 나선에서 열릴 예정이던 도로 착공식 행사가 취소된 것은 아니지만, 행사 개최에 대해서는 최종 지시가 계속 내려오지 않고 있어 상황이 유동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28일로 예정된 황금평 개발 착공식도 상황에 따라선 연기될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1주일간 대륙 6000㎞ 누빈 김정일
국경 넘기전 회담내용 ‘이례적’ 발표
한겨레 박민희 기자기자블로그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일부터 27일까지 투먼·무단장·창춘·양저우·난징·베이징 등 중국에서 6000㎞ 가까운 열차 이동을 하며, 경제 개발 의지를 내비치고 북-중의 역사적인 유대관계를 강조했다.

 

산업시찰에선 농업과 첨단과학 등에 집중했다. 무단장에서는 하이린 농장을 방문해 산업화와 도시화 현황을 시찰했고, 현지 노동자 가정도 방문했다. 지린성 창춘에서는 창춘중점지역계획건설전시관을 거쳐 이치자동차와 제팡자동차의 공장에서 승용차와 트럭 조립 과정을 지켜봤다. 이어 남방으로 이동해 장쑤성 양저우에 간 김 위원장은 스마트밸리를 방문해 스마트그리드와 전자책 등 첨단 생산품의 연구개발 과정을 시찰했고, 식품 매장인 수궈를 방문했다. 난징에서는 판다전자를 방문해 첨단 엘시디(LCD) 공정 과정을 지켜봤다.

26일 오전에는 베이징에서 ‘중국판 실리콘 밸리’인 중관춘을 리커창 부총리의 안내로 시찰하면서, 중관춘의 대형 정보통신(IT) 기업인 선저우수마(선저우디지털)를 둘러봤다.

 

김 위원장은 “9개월 만의 중국 방문에서 중국이 경제발전, 사회건설, 민생사업 등 각 영역에서 계속 진보하는 것을 보았다”며 “중국 공산당의 개혁개방 정책은 정확하며, 과학적 발전관은 생명력이 있다”고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남북을 종횡하는 긴 열차여행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은 건강 회복을 과시하고, 자신이 건재하니 북한의 안정과 후계구도에도 문제가 없을 것임을 강조한 행보로 보인다. 그는 중국 일반인들 앞에도 의도한 듯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경제회복에 노력중인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투자해도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낸 행보로도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26일 방문한 중관춘 선저우수마의 직원은 “(김 위원장이)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럽지 않고 전반적으로 건강이 괜찮아 보였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중국이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북-중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돌아가기 전에 김 위원장의 일정과 정상회담 내용을 모두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2000년 이후 7번의 방중 대부분의 경우 양국은 특별열차가 북한으로 넘어간 잠시 뒤 방중 내용을 동시에 보도하는 관례를 지켜왔다. 김 위원장의 신변보호 등을 위한 북한의 요구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5월 방중 때는 김 위원장이 북-중 국경을 넘기 몇시간 전에 북한 매체들이 방중 사실을 보도했고, 중국 매체들도 뒤이어 관련보도를 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중, 김정은 후계 사실상 공개 지지
김정일-후진타오 정상회담
“대를 이은 북·중 친선” 강조
한겨레 김종철 기자 메일보내기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이름은 중국의 초청 명단에 없었지만, 25일 있었던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후계자로서의 그의 입지를 굳히는 표현들이 여러차례 언급됐다. 정상회담에서 후계체제 문제가 깊숙하게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대를 이은 친선관계’라는 표현에 동의한 부분도 주목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밤 정상회담과 관련한 보도에서 “최고 영도자들께서는 60여년의 자랑스러운 역사적 노정을 걸어왔으며 새로운 높은 단계에 올라선 조-중 친선협조관계를 대를 이어 계승하고 공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남이 대신할 수 없는 공동의 성스러운 책임과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는 데 대하여 견해를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후 주석은 “역사적인 조선로동당대표자회 정신을 높이 받들고”, “중국 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두 나라 노세대 혁명가들의 고귀한 넋이 어려 있는 전통적인 중-조 친선의 바통을 굳건히 이어가는 데서 역사적 책임을 다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지난해 9월 노동당대표자회의에서 공식적인 후계자 지위에 오른 김정은 부위원장에 대한 사실상의 공개적 지지를 약속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후 주석의 이러한 언급은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때 있었던 정상회담 때와 비교해서도 한발 나아간 것이다. 당시 김 위원장이 “조(북)-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고 그것을 대를 이어 강화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은 우리들이 지닌 중대한 역사적 사명”이라고 강조한 데 대해 후 주석은 “중-조 친선을 대를 이어 전해가는 것은 쌍방 공동의 역사적 책임”이라고 덕담 수준에서 화답했다. 당시 후 주석은 양국 지도부가 함께 참석한 공식 만찬 연설에서는 후계구도에 대한 직접적 지지로 읽힐 수 있는 ‘대를 잇는다’ 등의 표현을 쓰지 않았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정상회담 때 시진핑 부주석 배석
김정은 명단에 없어…북쪽 장성택·강석주·김영일 등 수행
한겨레 박병수 기자 메일보내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25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을 비롯해 중국 최고 권력자들인 당 상무위원들과 잇따라 면담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6차례 방중에서 예외 없이 당 상무위원 9명을 모두 만났다. 이번에는 아프리카 순방중인 권력서열 2위 우방궈 상무위원장과 만나지 못해, 이런 관행이 깨졌다.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의 25일 정상회담에는 차기 주석으로 꼽히는 시진핑 부주석이 배석했으며, 김 위원장은 이날 숙소를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와도 따로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는 북한의 핵심 인사들이 두루 수행했다. 북-중 경협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대외투자 유치활동 기관인 합영투자위원회를 이끄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수행자 명단에 올랐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1일 지난해 두 차례 방중에도 수행했던 장 부위원장이 북-중 경협과 관련해 본격적인 교섭과 계약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외교 관계자로는 김 위원장의 단골 수행원인 강석주 부총리와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이 예상대로 수행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이번에 처음으로 수행자 명단에 끼었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을 중요한 방중 의제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 김기남 당비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박도춘 자강도당 책임비서, 태종수 당 부장,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등 당 고위 인사들도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그러나 군 인사들은 눈에 띄지 않아 주목됐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기사등록 : 2011-05-26 오후 09:27:56 기사수정 : 2011-05-26 오후 11: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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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訪中] 中, 동해쪽 나선 개발에만 관심… "김정일, 화난 상태서 돌아간 듯"

황금평·나선 행사 전격 취소

조선일보 | 안용현 기자 | 입력 2011.05.27 03:13 | 수정 2011.05.27 11:33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강원


이달 말 예정됐던 압록강 하류의 황금평과 두만강 하류의 나선 경제특구 개발 착공식이 전격 취소된 것은 25일 북중(北中) 정상회담에서 나온 황금평과 나선 개발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 때문으로 26일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 김정일 이 상당히 화가 난 상태에서 귀국길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황금평에서 엇갈린 북·중

↑ [조선일보]

 

 

베이징 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은 황금평과 나선을 패키지로 묶어 개발해줄 것을 중국측에 요구했지만 중국 측은 나선만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중국측이 황금평 개발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압록강 하류의 섬인 황금평은 지반이 약해 공단을 조성하려면 지반보강 공사를 해야 한다.


또 북한은 황금평에 단순 임가공이나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관광산업 등을 유치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선 비용만 많이 들고 부가가치가 없는 산업들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황금평 건너편인 단둥 일대에 대규모 산업 공단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의 동해 출항권이 달려 있는 나선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은 황금평 개발이 뜻대로 되지 않자 훈춘~나선 간 도로 포장공사 착공식마저 취소하며 나선 개발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윤승현 옌볜대 교수는 "북측에선 황금평 활용 방안에 대해 중국측에 계속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고, 중국도 '동해 출구'를 얻기 위해 나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북중 경협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황금평과 나선 개발 착공식이 백지화된 게 아니라 당분간 늦춰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정일, 1년간 세 번이나 갔지만…

김정일은 1년 사이 세 차례 방중해 경제 지원 등을 요청했지만 중국은 깐깐했다.

작년 5월에는 후진타오 주석이 김정일 면전에서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는지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작년 8월에는 원자바오 총리가 개혁·개방을 압박했었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김정일이 자존심을 굽히고 세 차례나 방중했지만 만족할 만한 경제적 성과는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단둥은 귀국하는 김정일 때문에 교통이 통제되고 호텔이 폐쇄됐다. 단둥 기차역도 삼엄한 경비에 휩싸였다. 오후 2시쯤 단둥역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고 했으나 "전부 계엄이다. 주차할 수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단둥역과 붙어 있는 단둥철도호텔(丹鐵大酒店) 앞엔 "오늘 저녁 7시까지 역 앞과 호텔 주차장에 세운 모든 차량을 이동시키지 않으면 결과는 알아서 책임지라"는 공안국(公安局)의 통지문이 붙어 있었다. 단둥철도호텔의 한 직원에게 '왜 방이 없느냐'고 물으니 목소리를 낮추며 "모르세요? 김정일이 오늘 밤 (북한으로 돌아가잖아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