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9. 16:45ㆍeveryday photo
‘500mm테러’ 경향신문 1면 제목이다. 21세기는 ‘유동하는 공포’의 시대라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절망적 이야기는 서양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현실이다. 자본주의의 꽃 도시가 초토화되었다. 그것도 서울이. 인공물로 가득한 서울은 가상의 공간이다. 인간의 정감 있는 살 냄새를 내던지고 인공물의 독한 냄새에 익숙해져야 하는 공간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삶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연과 사물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말하지 못하는 존재와 사물로서 자연과 사물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21세기는 그야말로 ‘유동하는 공포’ 그 자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저 수많은 하이브리드의 인공물, 인간이 자신의 이기적 삶을 위해 그렇게 처절하게 착취를 하고 있는 자연의 문제를 등한시 하고 인간이 요구하는 발전은 이제 불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간은 이제 하이브리드 인공물을 만들 때, 인간들만의 대화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자연과 사물에게 물어야 한다. 그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간의 국회에서 ‘사물의 국회’로, 인간의 정치에서 ‘사물의 정치’로 전면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우면산의 산사태도, 강남의 침수도, 춘천 펜션의 참사도 그저 자연의 재앙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인간들이 만든 수많은 ‘하이브리드의 역습’이다. 그들에게 묻지 않고 진행된 개발지상주의의 결과다.
진보와 보수의 논쟁을 넘어서서 공감과 공존의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자연과 사물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인간의 이성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저 극단적 이성주의와 개발주의를 버려야 한다. 선험적 합리론의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험을 중시하고 겸손과 중용의 가치로 세상을 봐야 한다. 일상의 공간에서 인간과 사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여름을 덮친 ‘물 폭탄’의 경험 속에서 새로운 지혜를 발견해야 한다. 단지 하수도를 개선하고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방비벽을 만들고 도시를 다시 인공물로 가득 차게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무분별한 자본의 손아귀에 도시를 재건하게 하는 또 다른 하이브리드의 괴물로 채워서는 안 된다.
주위를 둘러보자. 모든 신문의 사진들을 보자. 도시를 가득 메운 인공물들의 휘양찬란한 모습이 사라진 그 뒤의 흉흉한 몰골들을 살펴보자(경향신문 7월 28일자 1면 사진은 극명하게 도시의 몰골을 보여준다). 인간의 개발역사, 도시역사의 몰골을 보면서, ‘이것은 괴물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모르게 도처에서 자라나는 괴물, 그 괴물들이 ‘유동하는 공포’로 되돌아오는 현실. 절망에서 희망을 발견하기 위해 우리는 자연․사물과 새롭게 결합해야 한다. 그것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새롭게 네트워크해야 한다. 그 옛날 고대의 의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것에는 인간과 사물이 같이 모였던 것처럼 말이다.
'everyday phot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주호를 보며, 세상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 (0) | 2011.09.04 |
---|---|
민어와 수육 (0) | 2011.08.28 |
준설 악순환 흙탕물 천지…강이 울고 있다 (0) | 2011.06.13 |
새 여성운동? ‘슬럿워크’ 논란 속 확산 (0) | 2011.06.08 |
21세기 중국에 공자의 동상 (0) | 2011.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