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구 부자동네, 부자 구 가난한 동네 ‘계급투표’ 뚜렷

2011. 8. 26. 10:52a survey of public opinion

 

 

가난한 구 부자동네, 부자 구 가난한 동네 ‘계급투표’ 뚜렷

최우규·송윤경·강병한 기자 banco@kyunghyang.com

 

24일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강남구 도곡2동 제4투표소의 투표율은 60%였다. 전체 평균인 25.7%의 2배를 웃돈 것이다. 반면 종로구 창신2동 투표율은 13.4%에 불과했다. 한 곳은 비싸기로 소문난 주상복합건물 ‘타워팰리스’ 내부에 설치된 투표소이고, 다른 한 곳은 서울의 대표적 저개발 지역이다.

복지 확대가 쟁점이 된 주민투표에서는 이처럼 집값과 투표율의 상관관계가 뚜렷이 확인됐다. 부자는 오세훈 시장 선별적 복지를 제안한 주민투표에 적극 참여하고, 가난한 이는 투표 불참으로 오 시장의 뜻을 거부한 ‘계급·계층 투표’가 이뤄진 것이다.

경향신문이 25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동별 투표율과 국민은행이 제공하는 아파트 시세를 비교한 결과, 투표율이 평균치(25.7%)를 넘은 7개 구 중에서 노원구를 제외한 6곳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 평균가격을 모두 넘었다.

 



국민은행이 집계하는 8월 셋째 주의 아파트 3.3㎡(평)당 평균가격에서 투표율 1위(36.2%)인 서초구는 2803만원이었다. 서울에서 2위다. 투표율 2위(35.4%)인 강남구 아파트는 평당 3249만원으로 압도적 1위였다. 투표율 3위인 송파구 아파트도 평당 2372만원이었다. 투표율 4·5위인 강동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가격도 서울 평균인 1708만원을 훌쩍 넘었다.

야당이 투표 자체를 거부한 상황에서 이들 지역에서는 오 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 확대’ 방안에 대해 찬성표가 많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 시장은 6·2지방선거 때도 이 지역에서 몰표를 받아 시장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만큼 이곳 유권자들은 ‘감세와 선별적 복지’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표를 던진 것이다.

평균 투표율에 가깝게 접근된 지역들은 공교롭게 아파트 가격도 평균가격이다. 동작구부터 중구·도봉구·종로구·영등포구·성동구가 그렇고, 투표율 24.2%인 강서구도 아파트 가격은 평균치였다.

3.3㎡당 아파트 값이 1001만원으로 가장 싼 금천구는 투표율도 20.2%로 가장 낮았다. 1083만원으로 가격이 두 번째로 싼 중랑구는 투표율이 23.1%, 1116만원인 강북구는 21.7%, 1169만원인 구로는 23.5%에 불과했다.

동별로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송파구 잠실7동(51.9%)과 두 번째인 문정2동(49.9%)에는 중대형 아파트인 ‘아시아선수촌 아파트’가 있다. 타워팰리스, 아이파크 등이 있는 강남구 대치1동은 3위였다. 송파구 오륜동과 강남구 도곡동, 서초구 반포동 등 강남 3구 내 동이 10위 안에 들었다.

투표율이 낮은 곳은 역시 저개발 지역이었다. 종로구 창신2동을 비롯해 관악구 신림동이 13.7%였고, 그 뒤를 구로구 가리봉동(14.5%), 양천구 신월3동·구로구 구로3동(15.9%) 등이 따랐다.

한 구에서도 집값과 투표율의 상관성은 눈에 띈다. 강남 3구에도 유난히 투표율이 낮은 곳이 있다. 강남구 역삼1동은 19.6%에 불과했다.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무주택자가 80%에 이르는 전형적인 ‘강남 속 강북’이다. 신사동(투표율 38%)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논현1동 투표율도 20.2%였다. 논현1동에는 전통시장이 있고 약 90%의 주민이 소형 단독주택 또는 연립·다세대 주택에 산다.

반대로 ‘강북 속의 강남’ 주민들은 투표율이 높았다. 중대형 아파트나 대형 빌라, 고급 단독주택들이 들어선 ‘전통적 부자동네’들이다. 강동구 명일2동 41.3%, 용산구 동부이촌동 40.5%, 강동구 둔촌1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각각 39.8%, 양천구 목5동 39.4% 등이다.

중대형 아파트가 많은 광진구 광장동의 투표율은 인근 군자동(20.9%), 구의2동(22.3%)과 달리 33.8%였다. 전통적인 부자들이 대형 단독주택이나 빌라에 모여 사는 평창동 역시 35.3%로 종로구에서 가장 높았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를 묻는, 즉 보수와 진보의 이념이 예각적으로 드러나는 쟁점을 놓고 계급적 투표가 진행됐다”면서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기득권 옹호 정책 탓에 계급적 긴장이 높아졌다는 점, 20~30대에겐 지역주의가 더는 작동하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