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6] 서울시장 선거결과 1. 안철수 영향

2011. 10. 27. 11:08a survey of public opinion

 

1. 안철수 돌풍

[10·26 정치 빅뱅] 安, 딱 한번 등장에… 박원순·나경원 지지율 7~8%P 이동 효과

공보 담당자 한명도 없이 박근혜 대세론에 타격 "매우 큰 덩어리 고민 중"

조선일보 | 박국희 기자 | 입력 2011.10.27 03:31 | 수정 2011.10.27 10:36 | 누가 봤을까? 10대 여성, 광주




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 박원순 의 선거'였지만 ' 안철수 의 선거'이기도 했다. 지지율 5%였던 박 후보를 50% 후보로 만들었고, 선거전 막판 흔들리던 박 후보를 구한 것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이었다.

 

 

↑ [조선일보]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재보궐선거가 열린 26일 서울 한강로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기표한 뒤 기표소를 나오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안 원장은 지난 6일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딱 한 번 등장했다. 투표를 이틀 앞둔 지난 24일 박원순 후보 사무실을 방문한 것뿐이었다. 다음날인 25일 아침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전날 밤까지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할 말을 잃었다. 당의 전략 연구소인 여의도연구소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24일만 해도 나경원 후보가 4%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왔으나 25일에는 3~4% 뒤지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안철수 원장이 한 번 나타난 것만으로 무려 7~8%포인트의 '이동효과'가 여론조사 수치로 입증됐던 것이다.

안 원장의 위력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공간에서도 두드러졌다. 그의 등장 이후 영화배우 박중훈 , 가수 이효리 등 대중 스타들까지 안 원장이 만든 흐름에 몸을 실었다. 결국 박근혜 대세론에 큰 흠집을 내는 결과를 만들었다. 반면 수도권 외의 지역에서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안 원장이 8·24 주민투표 이후 두 달 동안 정치권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활동만으로 얻은 '정치 재산'은 다른 기성 정치인이 부러워할 만큼 크다. 또 안 원장은 그가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할 경우 지지기반, 도와줄 사람, 자금 등 모든 것을 갖고 있다. 그가 이 재산을 바탕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이유다.

안 원장은 현재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공보 담당자 한 명도 없다. '안철수연구소'에 공보 담당이 있기는 하지만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시골 의사' 박경철 씨 등 가까운 사람들도 최근 들어 거의 만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일정도 대부분 취소한 상태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안 원장은 현재 홀로 고민 중"이다. 그 고민은 또 "매우 큰 덩어리의 고민"이라고 한다. 지난 24일 박원순 캠프를 방문했을 때 전달한 편지에서 흑인 인권운동에 불을 댕긴 '로자 파크스 사건'을 거론한 점,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기는 길'을 거론한 점 등에 그의 고민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할 때 안 원장이 당장 정당을 만들어 현실정치에 뛰어들 가능성은 적으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선까지 시야에 넣고 고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한다.

[10·26 정치 빅뱅] 박근혜, 서울은 한계… 非수도권 여전히 위력, 안철수, 서울서 돌풍… 他지역 파워는 미지수

朴, 여당에 화난 무당파의 야권 쏠림 못 막아

조선일보 | 최재혁 기자 | 입력 2011.10.27 03:32 | 수정 2011.10.27 10:40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광주




10·26 서울시장 선거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을 다시 흔들어놓았다. 최근 일부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뒤진 데 이은 두 번째 충격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제 '박근혜 대세론'이 아니라 '박근혜 우세론'이라고 해야 맞다"고 했다.

↑ [조선일보]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6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2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듣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 [조선일보]

'선거의 여왕'이라 불렸던 박 전 대표가 3년9개월 만에 선거 지원에 나섰고, 선거운동 기간 13일 중 7일을 서울에서 보냈는데도 한나라당 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20·30대 젊은 층과 무당파(無黨派)에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여야가 전통적 지지층을 총집결시킨 상황에서 여당에 화가 난 무당파 등이 야권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박 전 대표 홀로 막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었다"고 했다.

내년 대선도 이번처럼 '여권 후보 대(對) 야권 단일 후보'의 대결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야권은 장외의 안철수 교수를 포함한 단일 후보를 필승 공식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지고도 대선에 승리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박 전 대표에게 수도권과 20~40대 무당파층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위력은 서울을 제외한 부산·경남, 대구·경북, 충청권 등의 시장·군수·구청장 선거에선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경남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비관적이던 판세를 단 한 번의 지원 유세로 뒤엎기도 했다.

친박 핵심 인사는 "이번 선거 지원은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몸을 푼 정도"라며 "4년 가까이 한 번도 안 움직였는데 이 정도 결과가 나온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원인을 제공한 서울시장 선거는 애당초 어려운 선거였다"며 "'안철수현상'의 의미를 박 전 대표도 잘 알고 있고, 20·30대를 겨냥한 대책도 마련돼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25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선거가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최근에는 또 다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 이번 유세 과정에서 만난 시민들과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을 올렸다. 박 전 대표는 이 페이스 북의 대화명을 '수첩공주'라고 붙였다. 그에게 '수첩'은 '약속과 신뢰, 책임정치'를 뜻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