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계는

2012. 1. 2. 11:44discourse & issue

 

 

[2012 신년특집] G2 외 주요국 선거는

 

2012 지구촌 선택의 해…민중의 심판을 기다린다

등록 : 20120101 21:51 | 수정 : 20120101 23:03

 

70여개국서 대선·총선…푸틴·사르코지 재집권 도전
‘99%의 힘’ 변수로…이집트·예멘 ‘아랍의 봄’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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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일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첫 대결이 펼쳐지는 아이오와주 주도 디모인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기선을 제압할 공화당의 첫 승자가 결정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2011년 미국 사회를 흔든 ‘오큐파이(점령) 운동’이 디모인을 타깃으로 선언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큐파이 디모인’은 공화당의 코커스(당원대회)에 맞서 ‘민중 코커스’를 열겠다면서, ‘부적격’ 후보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2012년 지구촌에는 여느 해보다 많은 선거가 예정돼 있다. ‘아랍의 봄’과 오큐파이 운동으로 분출된 세계 민중들의 힘이 선거의 해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 70여국에서 대선-의회 선거

 미국 비정부기구인 국제선거제도재단 자료를 보면 올해 70여개국에서 의회선거와 대선이 치러진다. 예년보다 많을 뿐 아니라 주요국들에서 지도부 교체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도 올해 선거 일정들은 의미가 크다.

미국에서는 이 나라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재선 여부가 11월에 판가름난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되는 경우가 많지만, 공화당 선두 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저력도 만만찮다.

또다른 대국 러시아에서도 3월에 대선이 치러진다. 3선 연임 금지 규정에 걸리자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올리고 ‘실세 총리’로 물러앉는 기묘한 정치 전술을 구사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복귀가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중국에서는 10월 개최가 예상되는 제18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후진타오 국가주석한테서 공산당 총서기 자리를 물려받는 것을 시작으로 지도부 교체가 예정돼있다. 한반도 주변 4강 중 일본을 제외한 3개국(미·중·러)에서 권력 교체가 예정됐거나 권력 교체를 가져올 수 있는 선거가 진행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총선과 대선이 개최되고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로 권력 세습에 박차를 가할 것이기에, 올해 한반도와 그 주변의 정치 일정은 어느 때보다 번잡하다.

이밖에 프랑스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4월에 재선에 도전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앞선다. 올랑드는 2007년 대선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패한 당시 사회당 후보 세골렌 루아얄과 25년간 동거했던 인물이어서 관전의 흥미를 더한다.

 

■ 99%의 힘, ‘선거혁명’으로 이어질까

지난해 폭발적으로 분출된 ‘99%’의 변화 욕구가 선거 일정들과 맞물려 어떤 작용을 일으킬지도 관심사다. 서민들은 경제위기에 짓눌리는데, 최상층 부자들은 사상 최대의 부를 쌓아놓고 있는 현실은 선거의 해를 맞아 또다른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난해 ‘1%’에 대한 반대와 저항이 시도되기는 했으나 불평등 구조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의 진원지이면서 경제적 불평등의 표본인 미국에서는 오큐파이 운동이 대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코커스 현장에까지 찾아다니는 오큐파이 운동 참여자들이 대선에서 세력으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연설에서 오큐파이 운동의 영향을 받은듯 “상위 1%”에 부가 집중되는 현상을 언급했다. 이와 맞물려 ‘부자 증세’ 목소리도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위기의 진원지이면서 올해 4월 총선이 예정된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도 사회적 긴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제 위기는 이미 지난 수년간의 선거에서 집권세력에게 연패를 안긴 바 있다.

오큐파이 운동이나 유럽의 ‘인디그넌트(분노한 사람들) 운동’에 영향을 준 아랍세계의 민주화 운동 동향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호스니 무바라크가 30년 독재 끝에 쫓겨난 이집트에서는 오는 3일 3차 투표로 총선이 마무리되고 3월에는 대선이 예정돼있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마침내 민의에 굴복해 물러나는 예멘에서도 2월에 대선 일정이 잡혀있다. 두 나라 선거가 민주주의로의 평화적 이행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랍세계의 변화 흐름에서 중요한 고비가 될 수 있다. 지난 연말에 옛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발생한 러시아에서 푸틴 총리의 권력이 퇴조기에 접어들지도 민주주의의 진전이라는 세계적 조류 차원에서 지켜볼 사안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