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분단을 넘어서야

2012. 5. 28. 16:43everyday photo

 

우리 안의 분단을 넘어서야

 

지금 '종북주의' 일종의 트랜드다. 대통령부터 집권여당, 야당, 시민사회 할 것 없이 모두가 한마디씩 내뱉는다. 심지어 대통령은 북한보다 더 나쁜 것이 종북주의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가관이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사회, 말하는 것을 인정하고 아니 그 말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똘레랑스이며, 관용이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일방적이다. 한쪽은 광란의 비난을 보내고 있고, 또 한 쪽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말을 토해내고 있다. 금기라고 얘기하며 그 금기를 금기라는 이유만으로 토설해내고 있는 상황이다. 마녀사냥이고, 금기의 영역을 확대하고 공고화하고 있다.

사회는 당대의 보통의 상식과 규범으로 살아간다. 그것을 벗어나면 공동체의 상...
식과 규범 내에서 스스로 자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면 된다. 법의 잣대, 정치라는 도구를 통해 문제를 끄집어내고 난도질하는 순간, 상식과 규범은 권력의 손아귀에 잡아먹힌다.

국제 엠네스티 연례보고에 의하면, 2011년 북한 주민 600만명이 긴급 식량원조가 필요하고, 정치범이 최대 20만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2500만명의 주민 중에 1/5 이상이 긴급한 식량원조가 필요한 상황이 바로 북한의 현실이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모아가도 모자랄 판에 전혀 다른 얘기들이 담론을 장악하고 있다. '허상' 속의 북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우리의 논쟁 속에 올려놓아야 한다.

적어도 인간적 미덕과 윤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생존을 위한 시장 참여와 부패의 일상화가 북한의 생존윤리라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그 정도의 인지상정도 발휘하지 못하면서 평화와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거짓으로 위장한 이데올로기적 공격에 다름 아니다.

통합진보당의 현 문제를 '종북주의'의 프리즘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의아스럽다. 민주적 과정과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가 없는가의 프리즘으로 봐야 한다. 한 사람의 사상을 어떻게 '종북주의'의 프리즘으로 예단할 수 있을지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 되물어봐야 한다.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치의 본령이 되어야 한다.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정치를 재구성해야 한다. 무엇을 위한 통치인지의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성찰과 토론도 필요하다. 그리고 휴머니즘을 넘어 '애물(愛物)'의 관점까지 확장하는 시선의 확대가 절실하다.

분단체제의 처참한 몰골이다. 분단은 마음 속에서 확대재생산되고, 다양한 사물 속에, 다양한 정치 속에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이것을 방치하면 분단의 과실은 일상의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권력에게 떨어진다.

부처님 오신날, 한국사회의 자화상은 참 초라해보인다. 부처님 오시다가 다시 뒤돌아가실 것 같다.

 

 

불기 2556년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불자들이 법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