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요동치는' 동아시아의 지정학과 우리 안의 '두려움'

2013. 2. 22. 15:31파놉틱 평화 읽기

 

 

'요동치는' 동아시아의 지정학과 우리 안의 '두려움'

 

미일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리고 MD(미사일방어체제)가 논의된다고 한다. 이에 덧붙여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일본 가입문제도 일정하게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동아시아전략의 핵심은 중국을 억지하면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모순적 전략이다. 중국의 마지노선은 한국의 MD 참여라는 중국 국제정치 학자들의 분명한 언급을 보면서, 아시안+3과 충돌할 것이 뻔한 TPP에 대한 미 행정부의 열정적 추진을 보면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과 갈등은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실험으로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더 큰 지정학적 변화가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토론회 자리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핵 실험 문제는 북핵 문제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문제'로 지칭되는 북한의 생존과 미래 문제, 미중의 동아시아전략에 의해 파생되는 지역안보를 둘러싼 갈등,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의해 추동되는 동맹 구조의 변화, 미중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재편되는 역내 경제적 충돌문제 등 다양한 형태의 변이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시선을 확대해서 북한 핵문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동북아 국가들의 전략적 이해관계, 동아시아의 지정학, 미국의 전략적 방향 등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미래는 이러한 파고를 뚫고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있다. 갈 길은 멀고 험한데 등에는 '북한 문제'를 짊어지고 가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 북한문제에 대한 즉자적 대응은 사태를 예측불가능으로 몰고 가고, 지혜롭지 못한 대처는 한국의 입지를 더욱 좁게 할 것이다.

 

전쟁과 분단으로 야기된 우리 안의 DNA 작동을 단숨에 없애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반공의 도그마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상식적 논의도 북한이라는 괴물(?)을 만나면 단숨에 비상식으로 돌변하게 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북한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이며, '우리의 밖'에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안'에 있는 문제인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계산 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하면 우리에게 그것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북한의 핵 능력은 한국 국민들에게 두려움으로 표상된다. 그 두려움 속에서 여론은 요동치고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제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협상만으로도 제재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남북한 당사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의해 얽히고설켜있는 문제들, 주변국들의 두려움 등 엉켜버린 실타래는 차근차근 풀어낼 수밖에 없다.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 해법은 형식으로서의 균형추를 마련했던 6자회담의 외양을 복원하는 것이다. 6자회담의 효용성은 최악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그 참여의 틀은 유효하다. 이 형식적 외양 속에 실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씨앗을 뿌려야 한다. 그것은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 평화협정 회담'일 것이다. '핵 보유국'으로 치닫고 있는 북한을 인정할 수도 없고 벌어지고 있는 핵 실험을 꿈속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비핵화의 원칙적 선언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평화협정의 바구니를 꺼낼 수밖에 없다. 4자회담에서 북한의 "비확산-비핵화와 평화협정-경제지원"의 팩키지를 일괄적으로 타결하는 것이다. 이 일괄타결은 단순히 북핵 문제의 해결 출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동아시아 지정학의 거대한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남북 당사자의 레버리지를 확보하고 동아시아지역에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결단을 할 수 있다면,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박근혜 이니셔티브'라고 지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권 또는 학계에서는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비둘기니 매파니 좌니 우니 서로를 규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들 속에서 북한문제는 이미 좌와 우를 넘어서는 문제로 착근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올바른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차별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면서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 토론하고 공동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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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22일 정상회담…MD 강화 합의할듯

등록 : 2013.02.21 20:26 수정 : 2013.02.21 21:23

일 TPP 참가길 열릴지도 주목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권 2기를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22일(미국 워싱턴 시각) 취임 뒤 첫 정상회담을 연다. 양국이 미-일 동맹을 어느 수준까지 강화할 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21일 3박4일간의 방미 길에 올랐다. <요미우리신문>은 22일 오후(일본 시각 23일 새벽) 워싱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미사일 방위(MD) 강화에 의견일치를 볼 것이라고 21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2일 “동맹국과 함께 미사일 방어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에 아베 총리가 협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방식으로 동맹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군이 현재 아오모리현 미군기지에서 운용중인 미사일 탐지용 조기경계 레이더를 서일본 지역에 이른 시일 내에 추가 배치하고, 양국이 공동개발중인 차세대 요격 미사일 ‘SM3블록2A’의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방침도 두 정상이 확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세대 요격미사일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요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하려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아베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제한적 범위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헌법 해석의 변경에 착수했다는 사실도 미국에 설명할 방침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에 의욕을 내비치고 있는 아베 총리에게 길을 열어줄지도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20일 <아사히신문>과 한 회견에서 “세계 국내총생산 규모 3위의 일본이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의해 협정의 중요성이 달라진다. 성역(관세철폐의 예외)이 있을 테니 그것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세철폐에 예외가 있어야 협정에 참가할 수 있다는 일본의 입장을 오바마 대통령이 배려해달라는 뜻이다. 아베 총리는 “교섭에 참가할지는 내가 결정한다. 회담이 끝나고 귀국한 뒤 시간을 끌지 않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