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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형태로 운영되는 카셰어링 차량을 이용하는 한 시민이 지난 6월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공영주차장에서 차 문을 열려고 회원 카드를 승용차 앞유리 안쪽에 있는 카드리더기에 대고 있다. 차 열쇠는 운전대 옆에 꽂혀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NIE 홈스쿨] 공유경제 바람
미국 LA 도심에 사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과 영국 외곽의 아담한 집에 살던 청년이 있었습니다. 이 둘은 각자 멋진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2주 동안 서로 집을 바꾸어 생활하기로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건을 겪으며 로맨틱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지난 2006년 개봉했던 할리우드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속 이야기입니다. 6000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이들이 집을 바꾸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바로 ‘공유경제’ 사이트를 통해서입니다. 실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이 사이트에서 접한 것에서 착안해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공유경제란 무엇일까요?
공유경제는 물품을 소유하지 않고 서로 나눠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제활동을 말합니다.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사용하는 것으로, 물품은 물론 생산설비나 서비스, 정보 등 개인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필요 없는 것들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는 형태입니다.
공유경제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된 말입니다. 레식 교수는 경제를 상업경제와 공유경제로 나눴습니다. 상업경제는 돈과 노동,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작동합니다. 또 이미 만들어진 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에 반해 공유경제는 돈만으로 작동하지 않을뿐더러 거래되는 물품이나 서비스의 원 소유주는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사람은 매번 바뀌기 때문에 불분명합니다.
레식 교수가 예로 든 위키피디아를 보면 공유경제의 특징이 잘 나타납니다. 위키피디아는 인터넷 이용자가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입니다. 단어나 문체 등 쓰는 이에 따라 문장이 다 다릅니다. 누군가 이미 쓴 글을 지우고 고치는 과정에서 위키피디아는 방대한 지식을 쌓았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키피디아는 누구의 소유도 아닙니다. 글을 작성한 사람들도 돈을 받기 위해 참여한 것이 아니기에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협업’으로 이뤄진다는 면에서 공유 경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을 띠고 있습니다. 2011년 <타임>지는 세상을 바꿀 10개의 아이디어 중 하나로 ‘협력적 소비’를 꼽았습니다. 일반적 의미에서 협력적 소비란 ‘소유하고 있는 기술과 자산을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을 말합니다. 공유경제는 이 협력적 소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공유문화가 번져가고 있습니다
물품에서 서비스, 정보까지
나눠 쓰는 대상도 다양합니다 ‘혼자 잘사는 삶’에서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
공유경제를 통해 가능할까요
공유경제는 원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특징인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와 대비되는 관점에서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침체,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운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전 세계는 저성장·저소비·높은 실업률 등에 직면하게 됐고 자본주의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게 됐습니다. 이러한 금융자본의 극단적 이윤 추구가 만들어낸 장기적 경제 불황 속에 급부상한 것이 ‘공유경제’였습니다. 소비자들은 기존의 소비수준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공유경제 시스템을 활용하게 됐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공유경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농협은 지난 5월 농기계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이앙기 3300대를 전국 모든 농가가 공유할 수 있도록 ‘농기계 품앗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내년까지 시범 실시한 뒤 2015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예전 농번기 때 이웃끼리 상부상조 방식으로 했던 ‘모내기 품앗이’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계가 대신하게 된 셈입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공유도시’를 선포했습니다. 차를 나눠 쓰는 카셰어링, 지적제작물을 무료로 공유하는 단체 및 관련 기업들을 지정해 이에 대한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5일부터 11월 1일까지 ‘공유위크’로 지정해 서울 곳곳에서 옷·음식·경험·정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공유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소유가 아닌 나눠 쓰는 공유경제의 가치가 ‘나 혼자 잘 사는’ 삶에서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시도하는 이들의 기반이 될 수 있을까요. 필요한 것이 생기는 대로 무조건 사고 볼 것이 아니라 잠깐 빌려서 쓰는 건 어떨까요?
책으로 확장하기 | 생물은 경쟁 아닌 협동으로 진화
1902년에 출간된 러시아의 동물학자이자 무정부주의 활동가였던 P. A 크로포트킨의 <만물은 서로 돕는다>(사진)는 무정부주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인정받는 책입니다. 그는 경쟁과 투쟁을 인정했지만, 진화의 중요한 요인에는 서로 돕는 상호부조의 법칙도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사실 이 책은 다윈주의자인 토마스 헉슬리의 ‘인간사회에서의 생존 경쟁’이란 논문을 반박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크로포트킨은 인간을 ‘협동하는 존재’로 봤습니다. 그에 따르면 상호부조는 작은 곤충들이나 동물들의 본능이기도 했고 자연의 법칙이었습니다. 책은 무척추 동물들, 개미와 꿀벌, 새들의 습성뿐 아니라 사회나 길드 조합 중심이었던 중세도시에서의 자발적 협동이나 근대 네덜란드 촌락의 상호부조 제도까지 두루 탐색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를 통해 생물의 진화는 경쟁이 아닌 서로간의 협동을 통해 이뤄졌다고 이야기합니다.
공유경제 또한 이 상호부조의 법칙이 없이는 제대로 운영되기 힘듭니다. 경쟁에서 이긴 자가 강하고 살아남는다는 무한 생존 경쟁의 시대에 그의 얘기는 한번쯤 곱씹어 볼만 합니다. “가장 낮고 학대받는 계층에 속한 비천한 사람들에게는 상호부조의 원리야말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근간이 된다. 인류가 상호투쟁보다는 상호부조의 원리를 널리 확장시켜가야만 훨씬 더 품위 있게 발전해갈 수 있다.”
교과서 펼쳐보기 | 사회화의 의미와 다양한 관점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가치·기술·지식·규범 등을 학습해야 하는데, 이것을 사회화라고 한다. 인간은 사회화를 통해 인간다운 품성과 자질을 획득해 나가며 사회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 사회화를 보는 데에는 사회 구조가 개인의 사회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시적 관점과 개인 혹은 집단과의 상호 작용에 의해 사회화가 이루어진다는 미시적 관점이 있다. (…) 미시적 관점 중 하나인 상징적 상호 작용론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개인은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접하는 타인의 눈을 통해 사회화된 자아를 형성해 가는데, 자신과 접하는 타인들의 반응에 따라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내면화하게 되며, 이 과정이 사회화라는 것이다.(고등학교 <사회·문화>·금성출판사·53쪽)
논제로 정리하기 |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해결책
2013년도 이화여대 논술 예시 문제는 현대사회의 경제적 측면, 특히 자본주의가 지닌 한계와 대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두 개의 제시문을 제시한 뒤 각각에서 얘기하는 문제점을 요약하고 해결책을 설명하라는 문제를 냈습니다.
제시문 (가)는 리처드 세넷의 <뉴캐피털리즘>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근검절약, 욕망의 절제가 미래의 행복을 보장한다고 봤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는 다르게 현대 자본주의는 미래의 행복과 번영을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현재의 무분별한 소비를 조장한다고 비판합니다. 제시문 (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의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인간들 사이의 협력적 공유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인간사회의 협력과 공유제도는 중앙정부의 통제나 무력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자유주의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제시문은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현재의 금욕을 통해 미래의 보상을 기대하는 대신 책임의식이 상실된 경제체제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에 비해 두 번째 제시문은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 사회의 이기적 행위가 어떻게 바람직한 경제시스템으로 승화될 수 있는가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유재를 남용할 경우 그 피해는 공동체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며, 결국 개인 스스로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두 제시문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대안은 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욕망을 절제하는 것과 강압적 방법 대신 ‘자발적 참여’와 ‘협동적 관리 시스템’을 통해 이기적 개인들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극복해 나가는 것입니다. 특히 두 번째 대안은 공유경제 시스템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