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짐으로 뒤덮인 아프리카 사헬 지역 자동차. 사하라 사막 남쪽에 동서로 길게 퍼져 있는 사헬 지역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로베르토 노이밀러(Roberto Neumiller) 촬영. 아르에이치케이(RHK) 제공 |
지구 인구 4.5일마다 100만씩 증가
인구 성장은 착취 위한 ‘자본 논리’
20여 나라 탐사 결론은 ‘성장없는 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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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음 옮김
아르에이치케이(RHK)·2만원 인구가 줄면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한 우리 사회 주류 담론은 한마디로 ‘그렇게 되면 나라도 개인도 망한다’는 식이다. 인구가 줄면 그러잖아도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속에 늘어나는 노년층을 부양해야 할 노동력이 줄고 생산과 소비도 줄어 성장 기조가 무너지고 국가 경쟁력이 약화돼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저출산을 국가적 중대위기로 간주하면서 시급히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들에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는 걸 보면, 우리 국민 대다수가 그런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거기에 동조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저널리스트 앨런 와이즈먼 애리조나대 교수(국제저널리즘)의 <인구 쇼크>는 경제에 초점을 맞춘 그런 사고나 문제접근 방식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진짜 문제는 인구 감소가 아니라 인구 증가라는 것이다. 지금 70억을 넘긴 인구 증가 속도를 막지 못하면, 그것은 인류 자멸의 ‘인구 폭탄’이 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한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경제를 거덜내는 것은 인구 폭발이지 감소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는 인구가 줄어도 1인당 소득은 감소하지 않으며, 진정한 복지나 평화롭고 여유있는 삶을 향한 인류의 새로운 도약에 필수적인 조건이 바로 적정 수준으로의 인구 감소라고 말한다. 대규모 인구 유지와 끊임없는 성장을 바라는 ‘진짜 이유’는 인구가 늘어야 취업 경쟁이 치열해져 값싸게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과 자본 쪽 논리 뒤에 숨겨져 있다는 주장도 한다. 2007년에 번역 소개된 <인간 없는 세상>에서 와이즈먼은 과학으로 무장한 인간 종이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지구 역사상 여섯번째의 ‘대멸종’ 위기를 초래했다며, 인간이 사라진 뒤의 가상현실을 그리면서 방향전환의 절박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했다. 지금 지구상 인구는 줄어서 문제가 아니라 무서운 속도로 너무 늘고 있어서 문제다. 유엔 인구국 통계로는 지금 평균 4.5일마다 100만명, 연간 8000만명씩 불어나고 있다. 1년마다 2100만명 인구의 중국 베이징만한 거대도시가 4개씩 느는 셈이다. 이는 서울·인천 등 한국 수도권만한 인구 밀집지대가 1년에 4개씩 새로 생기는 것과 같다. 이런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와이즈먼은 ‘기하급수적 배증’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1분마다 둘로 쪼개지는 세균 한 마리를 증식 조건을 갖춘 병 속에 오전 11시에 넣어두면 12시에 병을 꽉 채운다. 그 병 절반을 채운 시각은 오전 11시59분. 나머지 절반을 채우는 데는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무섭게 가속되는 것이다. 영국의 과학 저술가 닉 레인은 저서 <미토콘드리아>에서 대장균을 예로 들었다. 20분마다 분열하는 1조분의 1그램 무게의 대장균 한 마리가 하루 72번 분열하면 단 이틀 만에 5.977×10의 21제곱 톤인 지구의 질량을 능가하게 된다. 물론 그걸 지탱할 영양분과 공간 등의 조건이 갖춰질 때. 만일 급속도로 불어나던 대장균이 한정된 영양과 공간을 다 소진해버리면, 그 순간 급속한 붕괴와 소멸의 역주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인류는 비료 생산과 곡물 품질개량 등을 통해 맬서스식 비극을 피해왔지만, 향후 대처 방향에 따라 그것은 더 급하고 더 큰 붕괴로 가는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지구는 자원과 공간이 한정된 일개 작은 행성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속도로 불어나면 기하급수적 배증 원리에 따라 인간은 지구 자원을 삽시간에 결딴내고 조만간 급속한 붕괴가 시작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와이즈먼 문제의식의 핵심이다. 인류는 화석연료들을 30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마구 태워 지난 300만년 동안 지구가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쏟아냈다. 지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만년 전과 같은 수준인데, 300만 년 전 해수면이 지금보다 30미터나 높았단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30미터 올라가면 지구상 주요 도시 3분의 2가 물에 잠긴다. 서울·인천·부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한반도는 물론 북미와 유럽 하늘까지 엄청난 황사를 몰고 오는 중국과 몽골 등의 사막화도 가속적으로 진행된다. 옥수수 농사조차 불가능해진 영화 <인터스텔라> 속의 지구 생태계 붕괴가 바로 그 귀착점일 수 있다. 그런 비극적 사태를 막는 방법은 인구 감소밖에 없다는 게 와이즈먼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건 가능하다고 본다. 그는 한 인구통계연구소에 한 자녀만 두도록 한 중국의 인구억제 정책을 지구상 모든 나라가 채택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계산해 달라고 주문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불과 한 세대 뒤 세계 인구가 정점에 이른 뒤 줄어들기 시작해 이번 세기말에는 15억 남짓으로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15억은 20세기 초의 지구 인구다. <가이아의 복수>를 쓴 제임스 러블록은 5억을 지구상 적정 인구로 봤지만, 와이즈먼은 15억~20억을 적정 인구로 본다. 인류가 합의만 하면 그런 변화는 단기간에 달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구 쇼크>는 바로 그런 중국식 정책보다 더 나은 인구억제정책 가능성이나 시행 사례들이 없는지 2년 넘게 21개국을 돌아다니며 꼼꼼하게 살핀 결과를 정리한 흥미로운 보고서다. 중국은 한때 인구 억제를 주장한 서구 열강의 맬서스적 접근을 자신들의 책임은 방기한 채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의도를 지닌 부도덕한 제국주의 논리라고 비판하며 거부했다. 하지만 그대로는 인구 폭발을 감당할 수 없게 된 현실과 로마클럽이 내놓은 <성장의 한계> 등의 자극을 받아 덩샤오핑 시절에 억제 쪽으로 선회했다. 와이즈먼은 억압적인 맬서스식 사고나 중국식 정책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도 중국의 결정을 불가피했다며 긍정적으로 수용한다. 그리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장 없는 번영을 추구할 수밖에 없게 된 일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일본은 어차피 인류가 피할 수 없는 마이너스 성장이 재앙 수준으로 들이닥치기 전에 가장 먼저 그것을 체험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실험을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등 일본 주류 우파들과는 전혀 다른 사고지만, 그럴 법하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