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분석] 안철수에 대한 내재적 접근에 대해 내재적으로 접근해보니

2016. 4. 7. 17:11파놉틱 정치 읽기



정치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지대하다.
세상의 중요한 일들을 취재‧분석‧해석하고, 공론장에서 토론이 가능토록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여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인물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특정 언론 또는 특정 매체 또는 특정 기자는 그들을 설득하고 동원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윤리강령을 제정한 것이 한겨레신문일 것이다. 보편적으로 윤리강령에는 진실 보도, 객관 보도, 공정 보도와 함께 언론의 자유와 책임, 독립성을 강조한다. 최근 한겨레신문을 보면, 편향된 가치에 의한 편향적 시각으로 편향된 기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동일 기자가 지난번에는 안철수 대표의 멘토에게 안철수대표가 얘기했다는 전화내용을 확인할 수도 없이 기사화해서, 그 기사내용이 계속 반복적으로 회자되었고, 오늘 동일 기자가 동일 내용을 다시 기사화했다. 그것이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기자가 안철수가 아닌 이상, 그 발언의 맥락과 뉘앙스, 의도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것은 자의적 해석일 뿐이며, 사적인 전화 통화일 뿐이다. 그런데 이번 기사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의도적이라면 혐의를 받을 만하다. 아마도 오랜 친구이거나 친한 사이인 것 같다. 반말로 통화를 했으니 말이다. 내용을 읽어보면, 국민의 당의 출마자가 국민의 당의 행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고해성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터놓고 말해주니 모든 것이 이해”가 되어서, 그것을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터놓은 출마자가 그런 뜻으로 마음을 열고 터놓았는지는 모르겠다.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기사화했는지도 모르겠다. 출마자의 해석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 국민의 당 중앙당에 또는 안철수대표에게 또는 전략홍보본부장에게 확인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것도 없었다면, 믿고 말해 준 친구나 지인에게 엄청난 실례를 한 것이다. 그 진의와 의도가 특정 지역구에 출마한 한 출마자의 이야기로 확인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느닷없이 ‘내재적 접근법’을 들먹인다. ‘내재적 접근법’을 ‘관심법’ 쯤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내재적 접근법’은 인식은 경험에 근거한 것이지 선험적으로 이미 인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대상 또는 그 인물, 그 사회 등에 대해 경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단정적 재단이나 이데올로기적 편견 등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것을 보자는 것이 본뜻으로 알고 있다. ‘관심법’이 아니다. 어림짐작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고는 갑자기 정당이론의 ‘정’자도 모르는 것처럼, 정당을 군대로 비유한다. 정당은 군주를 지키는 군대라는 생각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비유가 어디 있는가. 정당이 왜 군대인가?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정당의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그렇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지만). 그런데 위계적인 서열과 일사불란한 명령체계의 군대와 정당을 비유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이제 내재적 접근법이 아니라 ‘관심법’으로 넘어가 버린다. “새누리가 압승하면 엄청난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가 입을 상처가 찰과상이라면 문재인은 치명성이다. 더민주는 책임론을 둘러싸고 공황상태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안철수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풍파를 헤쳐나갈 수 있다. 버티면 기회는 온다.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당이 자리잡은 호남은 하늘이 내린 요새다. 군과 민이 하나로 뭉쳐 있으면 난공불락이다. 더민주가 내년 대선에서 중원으로 나가려면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한다. 안철수가 성문을 열어주지 않는 한 아예 선거구도가 형성되지 않는다.” 정당은 군대가 아니기 때문에 전제부터 잘못되었다. 호남 유권자들은 안철수에게 견고한 요새를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야권의 새로운 변화와 각성, 정권교체의 가능성,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정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 기사를 쓴 기자와 동일한 ‘관심법’으로 응수하면, 이 기자의 생각을 이 기자가 주장하는 ‘내재적 접근법’으로 해석하여,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하게 되면 그 패배의 책임이 문재인 대표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치명상’을 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패배의 멍에를 선거 이전에 완충하고 반분할 수 있는 방법은 패배의 책임을 안철수에게 돌리는 것이다. 그것도 안철수의 대권 욕심 때문으로 돌리는 것이다. 안철수는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몽니를 부려서 야권이 분열되었고 그래서 패배했다. 패배의 원인은 이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결과가 나온 후에 이런 토론을 전개해도 늦지 않다. 애써 패인을 규정하여 선거에 어설프게 개입하려는 것은 기자의 자세가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왜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이 이동하고 있는가? 그 원인은 무엇인가? 왜 수도권에서 단일화는 불가능하게 되었는가? 아직까지도 수도권에서 유권자의 힘으로 한 후보에게 단일화의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가?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일화 논쟁으로 함정에 빠져버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고뇌와 고충, 분노와 상실을 대변하고, 그 대안과 가능성, 희망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다. 유권자와 공감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다. 왜 분열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런 분열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서 겸허하게 반성하는 것이 시작이어야 했다.

서로를 반목하고 비난하고 갈라놓는 정치 속에서, 연대와 사랑은 불가능하다. 특정 정치인을 위해 그것을 부추기는 것은 분열의 정치를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민심과 무관하게 유리한 것은 부풀리고 불리한 것은 감추는 비열한 행동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잘못한 것은 드러내고 겸허하게 비판받고, 그것을 발판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고 정도다.

학문적 토론의 역사 속에 명칭을 얻은 ‘내재적 접근’이 한겨레신문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제발 정신 차리고 국민을 대변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1988년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편집국에서] 안철수에 대한 내재적 접근 / 김의겸

등록 :2016-04-06 19:25수정 :2016-04-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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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연합뉴스
국민의당으로 수도권에서 출마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10% 정도 나오는 후보다.

단일화 안 할 거야? “중앙당에서 하지 말라고 하잖아.”

후보끼리 하는 건 허용한다고 했잖아? “에이, 그래서 기자들이 순진한 거야. 정계에서 퇴출시킨다고 문자도 보내고, 중앙당 실세들이 서슬 퍼렇게 지켜보고 있잖아. 단일화에 응하면 선거 뒤에 나한테 지구당위원장 시켜주겠어? 그러면 난 끝이지. 그래도 내 조직이 있으면 다음 선거를 기약할 수 있잖아. 야당이 다시 합쳐지면 안철수 몫으로 지역구를 받을 수도 있고.”

그러다 새누리당이 어부지리 얻으면 욕먹을 텐데. “뭐 나만 욕먹나? 더불어민주당 후보랑 같이 먹는 거지. 같이 맞는 매는 덜 아프잖아.”

터놓고 말해주니 모든 게 이해가 된다. 이해득실을 따져봤을 때 어디 하나 틀린 말이 없다. 안철수 대표도 마찬가지다. 남들은 “단일화 안 하면 야권이 공멸한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안 대표의 처지에서 안 대표를 바라보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으로 ‘안철수의 생각’을 읽어보자.

2012년 대선 때 얻은 큰 교훈은 ‘정당의 소중함’이다. 현대의 정당은 옛날로 치면 군대다. 군주를 지켜주고 영토를 확장해주는 조직이다. 4년 전 안철수의 지지율은 문재인의 두 배가 넘었다. 그러나 정당이 없었기에 지지율이 허물어지는 꼴을 보면서도 손을 쓸 수가 없었고 끝내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2014년 3월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드디어 자신의 당을 가지는 듯했다. 얼마나 기뻤으면 한 멘토에게 전화를 걸어 “제가 드디어 민주당을 먹었습니다”라고 들뜬 목소리를 전했겠는가.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안철수가 바라던 충성을 찾기 어려웠다. 국민의당은 안철수가 처음으로 가지게 된 ‘나만의 군대’다.

비례대표 몇석을 더 건지기 위해 단일화를 거부했다고 쑥덕대는 사람들이 있다. 안철수의 꿈을 몰라서 하는 말일 뿐이다. 다음 대선을 생각한다면 전국적인 당 조직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의당 후보들이 단일화 협상장에 나가면 더불어민주당에 먹힐 게 뻔하다. 진영 한쪽이 무너지면 사기도 떨어지고 규율도 흐트러진다. 그런 군대로는 내년 12월까지 이어질 장기전을 치를 수가 없다. 비례대표 몇명하고 바꿀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새누리가 압승하면 엄청난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가 입을 상처가 찰과상이라면 문재인은 치명상이다. 더민주는 책임론을 둘러싸고 공황상태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안철수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풍파를 헤쳐나갈 수 있다. 버티면 기회는 온다.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의당이 자리잡은 호남은 하늘이 내린 요새다. 군과 민이 하나로 뭉쳐 있으면 난공불락이다. 더민주가 내년 대선에서 중원으로 나가려면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한다. 안철수가 성문을 열어주지 않는 한 아예 선거 구도가 형성되지 않는다. 덩치는 작아도 대선 후보 단일화의 주도권은 안철수가 쥐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단일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리한 지형이다.

김의겸 선임기자
김의겸 선임기자
어떤가. 안철수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가. 그러나 그만큼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들의 머릿속은 한층 복잡해진다. 안철수를 내세워 이길 수 있다면야 간단하지만 그리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안철수의 이해관계와 정권교체라는 대의,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4월13일이 끝이 아니다. 진짜 어려운 고차방정식은 그날부터 시작될지 모른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