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담론과 언론, 이젠 변해야 한다.

2015. 12. 17. 21:09파놉틱 정치 읽기


‘한겨레신문’답다. 야권 물 먹이면서 자신의 논조는 정당하다는 그 불굴의 독선과 오만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점에서는 일관성 있다. 모 기자는 안철수가 분열의 길을 걸었다면서 안철수와 원로정치인의 통화내용까지 기사화한다. 소제목들도 압권이다. ‘모든 중재안 거부’, ‘전당대회 주장은 당내 소수’, ‘내미는 손길 번번이 거절’, ‘창당의 명분과 세력 부족’, ‘무엇을 위한 탈당인가.’ 한겨레신문의 모 기자가 문재인 대표를 엄호하는 기사를 쓸 것이라는 내 친구의 예측은 정확히 맞았다. 사적인 통화내용까지 비판의 근거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원로가 누구인지 확인도 안 해주면서, 안철수는 당의 장악하기 위한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물로 묘사하고, 그 권력욕을 실현하지 못하니 탈당하여 야당을 분열시키는 분열주의자로 묘사하고 있다. 난감하다. 기자적 윤리와 인격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한다.


같은 신문의 모기자는 역으로 문재인 대표의 무능력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포용력이 없어서 안철수를 내쫓았다. 치밀한 전략도 없고 정치력도 부족하다, 전략공천 없는 시스템 공천의 결과로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했다. 야당 대표를 무능력하고 포용력도 없고 전략도 없고 정치력도 부족하고 그래서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했고, 그런 대표가 안철수 의원을 쫓아냈다는 것이다.


한겨레신문이 문재인과 안철수를 동시에 ‘디스’했다. 놀라운 능력이다. 한겨레신문답다. 홈페이지 메인기사는 “뼈아픈 여권분열의 역사, ‘여당 180석’ 현실화 하나”이다. 분열은 완패라는 협박이다. 통합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을 찾아야 한다. 분열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에, 누군가에게 전가하는 것에 몰두했던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민심이 무엇인지? 민심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에 대한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온통 정치행위자들의 인터뷰와 ‘사운드바이트’만 난무하다.


여기에 또 어떤 분은 안철수는 중도로 가라, 문재인은 진보로 가라 지침까지 내리신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중재안까지 제시한 분이 그러시면 안 된다.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매번 사건 사고마다 훈수 두는 버릇도 버려야 한다.


기자들과 학자들의 역할이 사회와 정치에 대해 비판적 논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건 민주적 토론이어야 한다. 자기 식으로만 규정짓고, 알 수 없는 근거로 재단하고, 얕은 지식으로 이리가라 저리가라 훈수 두는 방식은 이젠 그만했으면 좋겠다. 진짜 민주적 토론을 하자. 


안철수, 끝내 ‘분열’의 길을 가다

등록 :2015-12-13 14:52수정 :2015-12-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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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을 선언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의겸의 우충좌돌]
▶ 바로 가기 : ‘박원순 지지’부터 ‘새정치 탈당’까지…정치인 안철수

지난해 3월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한 직후다. 그는 어느 원로 정치인에게 자랑스레 전화를 걸었다. “제가 드디어 민주당을 먹었습니다. 의원들과 당원들 대부분이 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김한길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지만 조만간 단독 대표가 될 겁니다.”

요즘 이 원로는 혀를 차고 있다. “예전에 안철수 신당을 지지했던 건 영남을 기반으로 강고하게 구축돼 있는 새누리당의 한쪽을 허물고자 하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 의원이 거꾸로 야당을 분열시키고 있어요.”

안철수 의원은 13일 탈당을 선언하며 “저는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라고 ‘분열의 책임’을 새정치민주연합에 돌렸다. 그러면서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라고 탈당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객관적 정황과 지표는 안 의원에게 더 큰 책임을 묻고 있다.

 

모든 중재안 거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과 안 의원의 ‘혁신 전당대회’는 워낙 간극이 컸다. 둘 다 혁신을 얘기하지만 접근 방법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래도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여러가지 타협안을 짜냈다. 중재안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것은 수도권 의원들이 제안한, 문재인 안철수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비대위 체제였다.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이 사실상의 공동 대표로서 공천권 등 전권을 행사하라는 내용이었다. 중재안에는 수도권 의원 64명 중 40여명이 서명을 했다. 당직을 맡고 있거나 주류 비주류 색체가 강한 의원들은 빼고 서명을 받은 만큼 수도권 의원들의 ‘총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 의원 쪽은 “문·안·박의 변형에 불과하다”며 거부해버렸다.

형식면에서 ‘문·안 비대위’가 문·안·박과 비슷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문·안·박은 문 대표가 법적인 대표 권한을 유지한 채 안 의원의 협조를 구하는 거라 안 의원의 염려대로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재안은 안 의원에게 공동 대표로서의 권능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이를 존중하겠다는 수도권 의원들의 ‘충성 서약’이 따라붙어있다. 문 대표가 설사 꼼수를 쓰더라도 수도권 의원들이 이를 막아주겠다고 집단 보증을 선 셈이다. 더구나 이 중재안은 문재인 표 혁신안과 안철수 표 혁신안 모두를 과감하게 실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안 의원이 마음 먹기에 따라 수도권 의원들을 자신의 우군으로 삼아 자신의 혁신안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도권 의원들의 집단 서약은 12일 한밤중의 의총에서 의원 74명의 호소문으로까지 확대됐으나 안 의원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13일 새벽의 ‘문전박대’는 그 연장선에 불과했다. 안 의원이 일고의 고려도 없이 차버릴 만큼 수도권 의원들의 고민이 가벼웠는지 의문이다.

 

전당대회 주장은 당내 소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만이 유일한 활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의 여론분포를 보면 명백한 소수다. 공개적으로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한 의원들은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인 ‘구당모임’ 소속 19명, 통합행동 소속의 현역 의원 4명, 주승룡 유승희 최고위원과 이종걸 원내대표 정도다. 전체 의원 127명 가운데 30명이 채 안된다. 한 언론사가 새정치연합 초·재선의원 37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해 본 결과 ‘혁신 전대’ 요구는 단 두명( 5%) 뿐이었다. 수도권 의원들과 같은 내용의 ‘문안 공동비대위체제’ 의견이 전체응답자의 37%(13명)으로 다수였다. 그 다음은 ‘문 대표 선사퇴, 비대위 구성’(7명, 19%), ‘문안박 연대’(3명, 8%) 등의 순이었다. 어떤 형식이든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이 공동으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런데도 안 의원은 탈당 선언문에서 “더 큰 혁신은 배척당하고, 얼마 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 있습니다.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규정했다. 자신의 혁신안 말고는 모두 ‘기득권 지키기’로 낙인찍어버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상곤 혁신위원회를 꾸려서 몇달 동안 고민한 결과 혁신안을 만들었다. 당의 의결기관인 중앙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거쳐서 당론으로 확정됐다. 이 혁신안이 통과되는 긴 여름 동안 안 의원은 한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연히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는 다 끝난 뒤 “김상곤 혁신안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조직인의 도리와는 거리가 멀다. 김기식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정치인에게는 자기 책임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당에 문제가 있으면 바꾸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거나 아니면 정치를 그만두거나 해야 한다. 그것이 당을 선택한 자기 결정에 대한 자기 책임이다. 그래서 탈당은 정치인이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3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국회로 가기위에 차량으로 이동 하고 있다. 2015.12.13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3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국회로 가기위에 차량으로 이동 하고 있다. 2015.12.13 연합뉴스
내미는 손길 번번히 거절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내미는 손길을 잡은 적이 없다. 지난 5월 문 대표는 안 의원에게 당 혁신위원장을 제안한 뒤 다음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혁신위원장을 안 의원이 맡았으면 좋겠다는 최고위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안 의원은 곧바로 “어제 문 대표와 저는 당 혁신의 당위성에 대해 공감한 바 있지만, 혁신위원장을 제안받고 ‘제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씀드렸다”고 고사했다. 문 대표는 당에 새로운 인물을 불러들이는 인재영입위원장도 안 의원에게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렇다고 안 의원이 당 지도부와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인 것도 아니다. 그는 최근 두 차례의 민중총궐기 대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국정교과서 투쟁에도 부정적이었다.

 

창당의 명분과 세력 부족

여의도 정가에서는 신당 창당의 세가지 요건으로 돈, 명분, 사람을 꼽는다. 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가 신당 창당의 필요조건인 명분과 사람(세력)이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다. 최근의 야당의 신당 창당 사례와 비교하면 안철수의 탈당이 더욱 초라해진다. 열린우리당은 2003년 11월 새천년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갈 때 민주당 40명, 한나라당 5명, 개혁신당 2명 등 47명의 의원이 있었다. 민주당에 남은 의원이 더 많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을 뒷받침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전국 정당’을 표방하면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기에 창당 하자마자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정동영 등 차기 대권주자들도 열린우리당으로 몰렸다.

1995년 김대중 총재가 만든 새정치국민회의의 경우 명분은 좀 약했지만 세력이 강했다. 민주당 의원 95명 가운데 65명이 김대중 총재를 따라 당을 옮겼다. 그해 6월 김대중 총재가 지방선거를 이끌면서 서울시장을 당선시키는 등 압승을 거둔 동력이 있었다.

이에 비하면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신당은 명분과 세력 모두 약하다. 고작 전당대회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게 탈당 명분이다. 안 의원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병호 의원은 연말까지 30명이 탈당할 것이라고 장담하나, 당의 대체적인 관측은 10석 안팎이다. 한참 거리가 멀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지난 2012년 11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후보 사퇴 표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에게 양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뉴시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지난 2012년 11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후보 사퇴 표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에게 양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뉴시스】
무엇을 위한 탈당인가

안철수 진심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금태섭 변호사는 자신의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에서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 이유가 “깨끗하게 포기해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도대체 안철수라는 개인이 선거를 깨끗하게 포기하고 이미지를 지켜서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어떻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지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철수의 ‘멘토’라고 불리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의 주장이 안 의원의 생각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안 의원의 탈당은 한 교수가 제시한 길로 내딛는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그의 탈당으로 다음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민심이 한풀 꺾일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 답은 명료하다. 나는 현 집권세력이 한국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 제가 만일 어떤 길을 선택한다면 그 길의 가장 중요한 좌표는 이것이 될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2011년 정치에 첫발을 떼면서 한 말이다. 과연 그는 그 ‘초심’을 지키고 있는 것인가.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