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0. 18:07ㆍ파놉틱 정치 읽기
지난 주 뮤지컬 명성황후를 감상했다.
이 뮤지컬은 이문열의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해서 계속 리메이크하고 있다. 사실과 다른 것이 있어서 약간은 거북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메우고 집중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왠지 뭉클하기도 했다.
광복 70주년, SNS, 뉴스, 다큐 등에서 일제의 침략역사를 알리고 있다. 단죄하지 못한 역사, 일제에 의해 왜곡된 역사가 아직도 사실로 알려진 이 비극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계속 발굴되고 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조국을 배반하고 동포를 살해한 사람들이, 해방 이후에는 생존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독립을 위해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웠다.
그 후손들은 왜곡된 역사를 고정시키기 위해 오늘도 그 뻔뻔한 입으로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다. 조선후기 세도정치와 양반봉건지주들의 핍박 속에서 농민의 수탈은 극단으로 치달았고, 이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백성들은 100년 동안 '민란'으로 맞섰다. 그것의 가장 거대한 흐름이 동학농민전쟁이었고, 일제와 외세에 맞서 분연히 일어난 것도 동학농민전쟁이었다. 패배한 농민군들은 의병운동으로 독립운동으로 조선의 해방과 ‘백성의 국가(民國)’를 만들기 위해 제2차, 제3차 봉기를 이어나갔다.
고종도 명성황후의 시해 이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광무개혁’을 통해 조선의 근대화와 부국강병을 위해 노력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군을 강화하고 외교력을 높이기 위한 근대화 기획에 착수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고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으나, 광무개혁 기간 동안 훈련된 군인들은 이후 신흥무관학교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1919년 3.1운동도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동학의 교도들이 중심되어 전개한 것이었다.
이러한 역사의 축적, 대한제국의 '대한'과 백성들이 그다지도 염원했던 '민국'이 결합해서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는 무수하게 많은 우리 백성들이 죽어갔다. 백성의 나라를 만들고 싶어서, 식민지가 아닌 해방된 나라를 만들고 싶어서...그래서 온전히 독립운동의 역사는 백성의 것이고 국민의 것이다. 그것이 올바른 사관이고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엉망진창이다. 누구는 이승만을 국부(國父)라 부른다. 식민지 해방운동에서 아무런 도움도 안 된 사람이 국부인가? 전쟁이 나자 백성을 버린 사람이 국부인가? 국민의 힘으로 쓰러트린 '하야 대통령'이 국부인가? 1945년이 아니라 분단이 기정사실이 된 1948년이 건국이라는 분도 있다. 그것도 KBS 이사장이란 분이다.
왜 이런 분들은 항상 좋은 노른자위 자리만 골라 가는지 모르겠다. 김구선생처럼 ‘임시정부 문지기’라도 좋으니 조국을 위해 일하겠다는 생각은 아마 가져본 적이 없을 듯싶다. 1910년 이후 국민은 조국 안에서 조국 밖에서 독립과 해방을 위해 싸워왔다. 조국 밖에서는 1945년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하고도 있었다.
최근 계속 망언을 쏟아내는 분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친일식민사관,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이며, 병적인 극우보수 극단주의자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 교묘하게 세상을 속이고, 이제는 세상을 속이는 것이 내장되었는지 자신마저 속이고 있는 것 같다. 누구의 딸처럼 그냥 대놓고 친일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당당하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이들이 학계에서 '암약'하는 시대를 넘어서서 정치의 영역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젠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그들에게 역사까지 대의하게 해선 안 된다. 왜냐면 우리도 일본의 잘못된 역사를 따라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마지막 장면 노래가사다. 마지막 5분은 감동적이었다.
[백성들] 애통하다 왕비마마 사라지는 불꽃이여
[명성왕후] 우리 조선은 고요한 나라 착하고 순한 백성들/ 걱정은 오직 험난한 시대 이 땅을 어찌 지킬꼬
[백성들] 수려한 강산 비옥한 들판 짓밟혔네/우리들의 왕비마마 비통하게 가셨네/ 간악한 일본 짓밟힌 들판 어허허허 이 수모와 이 치욕을 우리 어찌 잊으리
[명성왕후] 알 수 없어라, 하늘의 뜻이여./조선에 드리운 천명이여./한스러워라 조정의 세월, 부질없는 다툼들./바위에 부서지더라도 폭포는 떨어져야하고/죽음이 기다려도 가야할 길 있는 법./이 나라 지킬 수 있다면 이 몸 재가 된들 어떠리./백성들아, 일어나라. 일어나라./이천만 신민 대대로 이어 살아가야 할 땅.
[백성들] 한 발 나아가면 빛나는 자주와 독립,/한 발 물러서면 예속과 핍박./용기와 지혜로 힘모아, 망국의 수치 목숨 걸고 맞서야 하리/
[모두] 동녘 붉은 해, 동녘 붉은 해 스스로 지켜야하리/조선이여 무궁하라, 흥왕하여라
동녘 붉은 해, 동녘 붉은 해 스스로 지켜야하리/조선이여 무궁하라, 흥왕하여라
동녘 붉은 해, 동녘 붉은 해 스스로 지켜야하리/조선이여 무궁하라, 흥왕하여라 아- 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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