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2. 10:08ㆍsensitivity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석모도 선착장...연육교가 놓이고 이곳은 사람의 흔적이 사라졌다. 문 닫힌 매표소와 매점 앞 찬바람만 반겨준다. 비린내 풍기는 바다 냄새와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겹쳐진 역겨운 냄새는 이곳이 이미 사람들이 버려버린 공간이라는 것을 또렷이 알려준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이 뱃길을 통해 석모도로 들어가고 나왔다. 사랑하는 자식 손에 새우깡 쥐어줬던 뱃전, 무서워하던 아이들도 새우깡 입에 물고 가는 갈매기를 보고 나면 또 달라고 조르며 환하게 웃었던 그 뱃길...
휘돌아 넘어가면 저 멀리 멀어져간 썰물 덕에 세상과 맞닿은 뻘이 반겨준다. 동막해수욕장은 연육교와 상관없어서 이 겨울에도 사람들이 꽤 많다. 저 너른 뻘은 바다가 주는 모습과는 다른 인간적인 냄새를 풍긴다. 질퍽하게 몸닿는 그 끈끈함은 바다가 줄 수 없는 뻘의 선물이기도 하다.
그렇게 세상은 비린내와 뻘냄새를 풍기기도 하고, 스산함 속에 사람의 마음을 외롭게도 한다. 어쩌면 내가 외로운 것이고 내가 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들이야 온전히 자기의 모습으로 있는 것이었거나, 그 온전함을 훼손한 사람의 손길 때문이었을 테니...
천일이라는 시간을 생각해본다. 누구에게는 너무나도 길고 긴 칠흑 같은 밤길이었을 게다. 턱턱 막히는 숨을 참고 견뎌온 고해였을 게다. 터져버릴 것 같고 너무나 아려서 두드리고 매만져도 담을 수 없는 슬픔과 분노였을 게다. 우리가 무엇을 알겠는가...그저 너무 아플 거라고 너무 슬플 거라고 공감하는 것일 수밖에...나도 가끔 너무 아픈데...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천일의 기다림으로 오지 않는 새벽을...다시 천일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새벽은 올 것이고 그 길에 앉아...미안하지만 좀 쉴 수 있지 않겠는가...
'sensitivit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라톤의 춤과 노래 (0) | 2017.02.08 |
---|---|
도시의 비극 (0) | 2017.02.08 |
정유년 첫 날의 단상 (0) | 2017.01.02 |
맥주 한 잔 (0) | 2016.12.18 |
SNS와 공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0) | 2016.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