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첫 날의 단상

2017. 1. 2. 01:14sensitivity




민심이 천심이고,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며 백성은 귀하고 왕은 가볍다는 민유방본(民惟邦本)과 민귀군경(民貴君輕)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병신년이 떠나가고,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낡은 체제는 무너질 듯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그 벽을 발로 차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숨기지 않는 낡은 생각들이 해체되지 않아서 인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진심이 없어서 허둥대는 무능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서 인 것도 같고...


올해도 여전히 격랑의 파고는 잦아들 것 같지 않다. 욕심과 무능을 버리고 사람의 마음을 얻고 대동의 세상을 만들려는 중용의 덕을 보이지 못하면,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몇 달을 외치며 꿈꾸었던 미래는 신기루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들을 되찾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 함께 잡은 손 놓지 않기 위해, 싸움이 아니라 사랑으로 품기 위해, 편 가르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그런 대동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유년을 수놓았으면 좋겠다.


너무 아파서 그리도 가기 힘들었던 곳에서 새해를 시작했다. 팽목항은 가지 못하지만 광화문,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과 잃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여전히 아홉 분의 깃발은 모진 바람 속에 흔들리고 있고 저 많은 아이들은 사슴 같은 눈망울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고, 저 텐트 속의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준비하고 있고, 스산한 광화문을 찾은 사람들은 지금도 노란리본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고개 숙여 아이들에게 짧은 묵념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우리 시대는 매일 눈물 흘리지 못하지만, 울컥울컥 눈동자에 맺히는 그 눈물과 가슴으로 전해지는 먹먹함으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사람을 더 사랑하기 위해 그래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 위해...정유년에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들은 더 아름다운 별에서 이렇게 기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건강하게 살아가야 한다. 우리의 건강함이 불의(不義)와 불인(不仁)을 막을 수 있을테니...
그래서 힘차게 시작하려 한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힘은 강하다. 사랑과 연대의 힘을 만드는 정유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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