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 그 필요성은

2001. 4. 19. 11:07파놉틱 정치 읽기

남북관계와 관련된 글을 올려야 하는데 요즘 관망중입니다. 여러가지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고 미국의 대북정책은 아직 확정이 안되었고, 남과 북도 마찬가지로 관망자세입니다. 조만간 윤곽이 잡히면 졸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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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 국회 교육상임위 위원 7인이 제출한 교육 3법(사립학교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개정안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 양 갈래로 입장이 명확히 갈리고 있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하는 진보적 교원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반면에 사립연합회 측은 반대성명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저지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도 매 한가지다. 한나라당, 자민련은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론으로 확정된 민주당의 경우도 일부 의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주 어지러운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소장개혁파 의원들과 민주당 소장개혁파의원 등 20여명은 민주당 안보다 훨씬 진보(?)적인 안을 제출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사립학교법은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정향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태생적으로 사학 측의 입장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공교육 붕괴의 책임을 묻기 위한 청문회"를 주장하면서 사립학교법 논의를 지연시키고 있다. 자민련도 매한가지다. 단 빈 공간이 있는 것은 민주당과 정책협의라는 틀이다. 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당도 당론화 되었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 과거 정치자금을 끌어들일 수 없었던 야당시절 아마도 민주당 일부는 지역의 '토착교육자본'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을 것이다. 이러한 인연을 끊기가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다. 또한 보수적 의원들의 경우도 그리 반겨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입법발효가 되기까지는 아마도 긴 시간과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긍정적 순화의 과정이 될 것이다. "사립학교법의 개정 없이 교육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사학의 비리와 부패는 구조화되었다. 사학은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건전한 학원이 아니라 부를 축적하는 공장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구조를 전환시키자는 것이 사립학교법 개정의 취지이다. 비판론자들의 입장은 아래와 같고, 거기에 대한 반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학의 인사권·경영권을 박탈하는 위헌적 개정이다"라는 비판. 개정안의 골자는 21세기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양성의 공간으로 사학을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이다. 즉 경영과 인사의 분리를 통해 견제와 균형의 사학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의 제기이다. 교육자를 선발하는 것은 교육전문가에게 맡기고 경영에만 전력하면 될 것이다. 인사권 박탈이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개정안에는 교원인사권을 총(교)장이 갖도록 하고 있으나, 총장의 월권을 방지하기 위해 교원인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교원인사위원회에는 각각 이사회, 총장, 교수회(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다. 기존에 인사위원회는 총장이 모든 인사를 추천하였다.

둘째,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학원이 사유재산인가. 과거 교육기관이 태부족이던 시절에 땅만 가지고 있으면 국가가 건물도 지워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학건립자는 학교를 위해 전입금을 만들지 않았다. 초중고 운영의 98%가 학생의 등록금과 국고보조금에 의해 이루어졌다. 사학건립자들은 땅만 가지고 학교를 만들어 수십 년이 지나면 몇 백억대의 부자로 둔갑한다. 그리고는 나의 재산인데 당신들이 왜 참견이냐고 반발하며 이를 사학의 자율성이라는 용어로 교묘하게 포장하고 있다. 국가와 학생, 학부모가 지분에 참여하였다면 그 지분만큼 이제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건립자가 건립이념에 근거해 학교를 만들었으면 그 건학정신만 지켜지면 되는 것이다. 자자손손 대물림하며 자기마음대로 재산을 유용하고 인사비리를 저지르는 것이 어찌 교육자의 자세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미 학교에 기부된 재산은 사회적 공기로 인정되어야 하며, 공적 재산으로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누가 당신들의 재산을 침해한다고 했는가. 법개정 어디에도 재산을 환수한다는 조항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셋째,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 반대와 교수회·교사회·학부모회의 법정기구화는 교사들이 학교를 접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는 주장. 이 대목에 와서는 참 숨이 턱 막힌다. 초중고는 학교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즉 소위 '뺑뺑이'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배치가 된다. 국·공·사립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공립 학운위는 심의기구이고, 사립 학운위는 자문기구이다. 이는 평등성에도 위배된다. 교육 주체들의 법정기구화는 시대적 추세이다. 학교의 주체가 이사회라는 허황된 제왕의식은 버려야 한다. 학교는 학생이라는 제일의 고객을 위해 존경받을 수 있고 능력 있는 교사 또는 교수를 모시고 올바른 교육을 하기 위한 공간이다. 학교의 최우선 주체는 학생이다. 학생들의 수업권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을 이루는 주체들이 학교에 참여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은 참여교육의 기본이다.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가. 당신들이 뽑아놓은 교수와 교사를 못믿는다는 증거이며, 당신에게 꼬박꼬박 수업료와 학교발전기금을 갖다 바치는 학부모를 못믿겠다는 증거이다. 어찌 전교조 같은(그들이 주장하는 좌익집단) 교사와 학부모들만 있겠는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격언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외에도 비리이사의 복귀를 엄격하게 한 것이 위헌소지라는 둥 가는 곳보다 비판뿐이다.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교육자율권만 외친다. 조·중·동 기사를 자신의 무기로 삼는다. 중앙일보는 민주당 안으로 확정된 다음날 사설을 실어서 사학 자율권의 심각한 침해라는 응원전을 펼친다. 아마 조만간 자립형사립고등학교, 기여입학제 등을 실시하라는 목소리를 계속 짖어댈 것이다. 다양한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 보장 등은 우리가 심각하게 논의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단 사립학교법 개정이 사학의 자율권 침해라는 논리와는 분리해서 사고할 필요가 있다.

비리와 부패를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학생들의 수업권을 철저히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투명하고 민주적인 제도적 틀을 형성해 나가면서 우리는 교육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거기에는 자립형사립고도 기여입학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 하지만 사학 측의 과거 관행을 뿌리뽑지 못한다면 범죄자에게 총을 쥐어주는 꼴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짖을 얘기가 너무나 많지만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그만 손가락을 접을까 한다. 일상에서 혁명을 진행하는 것이 힘든 만큼 그 일상에서 혁명이 이루어진다면 삶의 변화는 엄청날 것이다. 교육현장의 건강한 변화를 일구어낼 때 우리의 미래가 있다는 자세와 입장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에 찬성하는 자들의 열렬한 응원과 참전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