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가고 싶습니다.

2001. 2. 15. 12:26파놉틱 정치 읽기

"머리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좋은 것이 손좋은 것만 못하고
손좋은 것이 발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형태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 사색」 중에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구절입니다. 우리 시대 아픈 역사의 가운데를 걸어왔던 신영복 선생의 글은 많은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끊임없는 애정을 보내는 선생의 글을 읽고 있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자성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신영복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통일을 대하는 자세와 입장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갈라진 인간들의 애절한 슬픔을 잇는 작업에서 우리는 절대로 인간이라는 단어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서로 쌍방이 적대적 관계에 놓여 관찰하고 질시하고 적대해 왔던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가 얼마나 애정에 야박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애정에 바탕한 실천적 연대는 누누히 강조해도 아깝지 않은 말입니다. 21세기 새로운 조건과 환경 속에서 남과 북은 이제 애정의 눈을 갖고 실천적 연대, 창조적 연대를 실현해야 합니다. 공생과 공존의 가치가 우리의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체제와 이념, 사상과 제도가 다르게 살아왔다는 차이의 강조는 자칫 차별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이에 근거해서 서로를 메워나갈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야 합니다. 차이를 인정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바로 통일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실천적 연대, 창조적 연대가 발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더욱 큰 하나가 되기 위한 과정은 인고의 역경일 것이며, 희망의 교차점일 것입니다. 이제는 희망이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만남이고 싶습니다. 훈훈한 인간의 살을 맞대기 힘든 여름이 아니라 서로 부둥켜안아야만 이겨낼 수 있는 겨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입장이 동일해지는 곳으로 가야합니다. 입장의 동일은 일체가 됨을 의미합니다.

머리가 좋다고 여기저기 나불거리는 그런 입만 살아서는 안됩니다. 마음이 움직이고 손이 움직이고, 그리고 그것을 옮겨나갈 발이 움직이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가슴으로 얘기하는 그런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올 봄 나불거리며 다가오는 한 마리 나비처럼 희망의 날개 짓으로 퍼덕거렸으면 좋겠습니다. 인고의 과정을 거쳐 화려하게 부활하는 나비처럼 오욕과 적대의 껍질을 벗기고 희망과 하나됨의 시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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