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버려라

2001. 1. 17. 15:53파놉틱 정치 읽기

하나의 사건을 접하고 나서 신문을 볼라치면 이거 열통이 터진다. 한국언론이 그렇지 하면서도 치미는 울화통이란. 내! 원! 참!

88년 언론민주화의 꿈을 안고 태동한 한겨레신문을 모태로 해서 한국사회 언론민주화를 위한 투쟁은 이제 본궤도에 들어서고 있다. 90년대 지난한 언론민주화 투쟁과 그 조직적 틀을 견고히 해나가면서 새천년에 들어서 민주언론의 꿈은 이제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안티조선'에서 시작된 수구 반동적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운동은 이제 '언론개혁'이라는 구조적 해법을 만들어 가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한국신문의 문제는 재벌에 의한 신문의 소유, 1인 또는 소수에 의한 언론기업의 소유집중, 비공개적 신문사 운영 등을 들 수 있다. 몇 해 전에는 신문배달을 둘러싸고 배급소간의 칼부림이 기억된다. 이러한 운영의 뒷면에는 권언유착과 가진 자를 옹호하는 철저한 공생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현혹하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 아마 조선일보는 그 대명사일 것이다. 조선일보 뿐이겠는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3대트로이카"를 이루면서 반공이데올로기를 한국사회 주류로 격상시키는 데 일등공신 노릇을 했고, 가진 자의 이익에 반하는 다양한 국민적 행동에 대해서는 용공 또는 질서를 파괴하는 자로 몰아 부쳤다.

이미 많은 국민들은 "3대트로이카"의 목소리에 익숙해 있으며, 굳이 다른 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지 않다. 색다른 소리를 다양한 소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불협화음 또는 괴기한 소리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언론개혁의 칼을 들어야 한다.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민의(民意)가 사실적으로 반영되는 입을 만들기 위해서 이제 수술대에 언론을 올려놓고 아름다운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 '아'라고 말하면 '아'라고 발음되는 입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여기서는 필자의 무능력으로 인해 큰 줄기에서만 몇 가지 지껄이려고 한다.

첫째, 개혁은 시스템을 바꾸고 그것을 제도화, 법제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재벌의 신문소유를 원천적으로 막아내고, 언론기업 내부의 지배구조를 혁신시켜야 하며, 과당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투명하고 개방적인 운영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시스템의 문제와 함께 자유로운 입을 보장할 수 있는 편집권의 독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일선 기자들의 촌철살인(寸鐵殺人)할 기사들이 언론사 사장이나 데스크에 의해 삭제 당하거나 왜곡되었던 일들은 지금도 여전하다. 싱싱한 기사들이 썩은 동태눈깔로 변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편집권의 독립은 절실한 지상과제라 하겠다.

셋째, 정부의 입김에 의해 주도되는 언론개혁은 그 자체 문제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것은 참 난센스다. 언론개혁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민주적 언론을 만드는 과정이며,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에 정부가 개입을 한다면 이건 또 다른 속박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놈의 공룡신문들이 움쩍달싹 안 할테니 그것도 참 고민이다. 여기에선 도대체 길이 보이질 않는다. 옛날처럼 탱크로 밀어 부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럴 때만 박정희, 전두환이 그립다(단 이것이 박정희 신드롬에 기인한 것이 아님을 엄숙히 선언한다. 다짐).

이상과 같이 세 가지가 이루어진다면(마지막은 미해결과제이지만) 언론개혁은 제 갈 길을 알아서 가는 오도매릭 시스템이 될 것이다. 그때는 필시 신문 볼 재미가 있을 것이고, 양비론에 시달리지 않고 세상을 실사구시(實事求是)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미래의 나의 아이들에게 어리지만 신문을 마음껏 읽게 할거다. 신문을 보고 큰 아이들은 세상을 밝고 맑은 눈으로 볼 것이고 우리는 그 맑은 눈망울에 미래를 낙관하며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거다. 단 언론개혁이 승리한다는 전제를 달고....

이도저도 안되면 종이를 버리자, 찢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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