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4. 14:26ㆍ파놉틱 정치 읽기
‘바보 노무현’ 기억하기 : 2008년 4월 2일 봉하마을
생태와 경관의 조화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
대안미디어의 절박성
시장주권시대에서 시민주권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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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2일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만나 뵙기 위해 아침 일찍 봉하마을로 출발했다. 강의가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떠나는 것이 참 미안하기만 했다. 그래서 갔다 와서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 ‘보고’(?)를 하기로 약속하고 출발했다. 4명이 출발했고 나중에 2명이 합류하기로 했다. 과거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모시고 일했던 사람들이다. 귀향 후 인사를 드리기로 했고 흔쾌히 응낙을 하셔서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4시간 후에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참 먼 곳, 진짜 촌 골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봉하마을... 최초로 귀향한 대통령님을 만난다는 느낌...
11시 25분부터 50분까지 사저 안에서 간단히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이런 저런 소회를 가볍게 얘기하셨다. 권양숙 여사도 옆 자리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계셨다.
차를 다 마시고 비포장도로를 이리 구불 저리 구불 달려 도착한 곳이 화포 매거지탕을 파는 곳이었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매기국집이라고 하며 80년이 된 오래된 식당이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매기국을 먹어본다. 그것도 산딸기 와인과 함께... 모두 이 곳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봉하마을의 자랑들을 즐기는 시간이 된 것이다.
점심시간 내내 짧지만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님(아래 글에서는 ‘바보 노무현’으로 적어나갈 것이다. 왠지 이 호칭이 당신이 살아온 시간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 같아서다)의 말씀은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신영복 선생이 올(2009년) 신년대담에서 하신 인디언의 풍습이 연상된다. 인디언들은 말을 한참 달리다가 문득 말에서 내려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말을 달려오는 동안 자신의 영혼이 자신의 신체를 따라오지 못할까 살펴보는 것이란다. 이것은 사람의 삶에서 성찰을 의미한다. 자신이 살아온 길에 대한 성찰... 그것은 살아온 길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들은 앞만 보고 달려왔고, 권력이 요구한 이데올로기만 쫓아서 달려오는 것이 다반사다.
그래서 공동체보다는 개인주의가, 공동의 복지보다는 발전과 성장의 이데올로기에 복속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돌아보는 것도 아까운 시간이 되어버렸다. 앞만 보고 말에 채찍질만 가하면서 그렇게 살아온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그 날 그 점심시간은 개인적으로 인디언이 말에서 내려와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그만큼 의미 있고 고민의 화두를 받아온 시간이었다.
생태와 경관의 조화
‘바보 노무현’은 봉하마을 사저 주변에 차나무도 심고 청소도 하면서 마을을 정비하고 있다고 근황을 설명하셨다. 친환경농업을 봉하마을에서 실현해보고 싶은 소망이 계속 내비쳤고, 수질․대기뿐 아니라 경관까지 고민하는 생태마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로 밝히셨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곤충박사가 되고 싶다는 약간은 생경한 소망도 밝혔다. 아마 생태마을로 가는 길은 그 공간에 곤충들이 마음껏 살아가는 마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곤충박사가 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아마 살아 계신다면 하루하루 생태마을의 곤충박사가 되기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하셨을텐데, 가슴이 아프다.
사람 신명나는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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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문제로 옮겨졌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만들고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바보 노무현’은 참 어렵고 힘든 질문이라면서 말씀을 이어갔다. 사상은 글로 정리해내야 하는 것이고 많은 사람이 반복해야 사상이 된다고 하셨다. 그것도 남의 것을 안 베끼고 자기 얘기를 해야 하며, 압축한 것을 반복해서 설명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핵심은 그 내용의 중요성도 있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합의하고 실천하는 것에 방점을 두신 것 같았다. 그래서 사상은 그 내용인 논리와 그 논리를 구현할 구상(실천체계)으로 만들어지며 궁극적으로 그것은 국민들, 시민들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민주주의 사상이 21세기에 새롭게 구성되고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해 ‘바보 노무현’도 동의하셨다. 그리고 그 출발은 18C 계몽주의라고 하시면서, 단 계몽주의 시대에 계몽은 백성이 빠진 계몽주의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 재산 있고 교양 있는 시민들이 전개한 계몽의 한계를 뛰어넘어 권리에 대해 각성하고 실천하는 시민, 그리고 공동체의식을 갖고 실천하는 시민들에 의한 민주주의의 필요성은 언급하셨다. 이것을 재정리하고 재해석하고 재발굴하는 작업의 중요성도 강조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 2.0과 사람사는 세상은 이 재정리 재해석 재발굴을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고 생각된다. web 2.0에 기반을 둔 쌍방향 소통에 의한 자유로운 공론과 쟁투가 전개되고 그런 역동적인 과정이 궁극적으로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신명나는 세상이 되는 것을 바란 것일 게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
권력은 다수에 의해 위임된 것이며, 따라서 권력의 근원은 다수이다. 일정한 집단의 구성원들에 근거한 간(間)주체적 연대와 소통을 거쳐 위임된 것이 권력이다. 그래서 권력은 근본적으로 민(民)에게 있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위반하고 권력을 위임받은 자와 세력이 지배를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강권(폭력)을 행사하는 순간, 권력의 원천은 사라져버린다.
‘바보 노무현’은 평등은 자유를 제약한다고 하면서 자유는 지배자만 제약하고, 강자의 자유만 박탈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히셨다. 또한 자유는 불평등으로부터 성립된 것이며, 사람을 속박하는 것은 지배권력이 발생하고부터 시작되었다면서 권력이 사유화되고 계급화 되면서 자유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씀하셨다. 즉 불평등이 있고 부자유가 발생한다는 것이며 따라서 평등을 통한 자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원리에 따라 1987년 ‘6월 항쟁’ 이후 지금까지 권력에 의한 지배에 맞서 싸워서 이제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셨다. 즉 민주주의의 한 단계 진보냐 아니면 도태냐 하는 단계에 왔다는 것이다.
대안미디어의 절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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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권력집단과 정보․미디어가 결합하여 보다 강고한 지배를 만들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과거 미디어는 권력과 결탁했다면 현재는 권력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미디어는 속이는 것이고 지배는 겁주는 것이다. 지배의 겁주기가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해 속이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건강하지 못하다. 총선에서 여론조사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데, 핵심은 누가 되면 세금이 올라가거나 내려갈 것인지 그러면 누가 좋고 누가 나쁜지? 자사고가 생기면 무슨 일이 발생하고 나의 자식에게 어떤 상황이 닥칠 것인지 등 선거의 결과 발생할 나, 부모, 자식에 어떤 일이 있을지에 대한 정확한 여론이 필요하다.“
“미디어의 시장적 지배구조가 정착된다면 소득의 많고 적음이라는 차원에서 공정한 틀 속에 경쟁을 인정하는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버지 덕에 권력집단이 되거나 하는 것이 고착화 된다면 인간성을 박탈하는 것이고 이것은 돈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미디어와 여론조사의 함정에 헤매는 사람을 시민으로 동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직하고 믿음직한 미디어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다.
즉 대안미디어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미디어문화를 바꾸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대안 미디어를 만들어내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할 것이다. 그것은 상황과 조건에 맞게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시장주권시대에서 시민주권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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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미디어에 대한 이런 현상이 발생되지 않도록 권력과 미디어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바보 노무현’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노력을 통해 현재의 시장주권시대에서 시민주권시대를 열어나가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것은 현실에서 정치권력, 시장권력, 정보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대안매체운동의 필요성으로 직결된다.
‘바보 노무현’은 민주주의의 진일보와 새로운 가치 창출을 자신의 과업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현장에서는 봉하마을을 생태마을로 만드는 것으로, 민주주의 2.0과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민주주의의 진일보와 새로운 가치 창출을 생각한 것이다.
이런 꿈들은 이제 ‘바보 노무현’이 이끌어갈 수 없게 되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 된 것이다. ‘바보 노무현’의 생전의 꿈은 가치로 남는 것이고 그 가치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바로 ‘바보 노무현’을 드러내는 것이다.
어쩌면 ‘바보 노무현’은 철들지 않는 ‘청년 노무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 변해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철이라는 것이 든다. 그것은 용인하는 것, 저항하지 않는 것,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바보 노무현’은 철들지 않는 삶의 필요성을 우리에게 남겨놓고 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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