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8. 18:02ㆍdiscourse & issue
중국 화시촌, 사회주의+자본주의= ‘무릉도원’ | |
중국 장쑤성 화시촌을 가다 소유·복지는 사회주의, 돈벌이는 시장경제 활용 31년전 만든 공동소유 화시그룹서 73억달러 수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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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들어서면 중심엔 15층짜리 진타(금탑)호텔이 우뚝 서 있고, 잘 정돈된 가로수 사이로 난 길마다 붉은 지붕을 인 서양식 2층 빌라들이 줄지어 있다. 저택들은 건평 400㎡~600㎡의 규모이고, 주차장엔 고급차들이 즐비하다. 주민들의 평균 연간소득은 20만위안(약 3430만원). 중국 평균의 10배다. 마을 한쪽에선 초대형백화점과 공연장, 고급 아파트 등으로 쓰일 72층짜리 초고층건물 ‘공중 신농촌’ 공사가 한창이다.
화시촌은 ‘사회주의 공동체’를 통해 중국 제일의 부자 마을이 됐다. 소유와 복지는 철저하게 사회주의 시스템이되, 돈은 시장경제를 능숙하게 활용해 벌어들였다.
1978년말 이 마을 주민 1000여명은 개인들의 자산을 ‘향진기업’에 투자해 이를 공동소유로 했다. 마을의 모든 자산과 ‘화시그룹’이라는 대기업을 공동 소유한 주주들이기도 한 마을 주민들은, 매년 말 지분과 노동 실적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다. 지난해 500억위안(73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화시그룹 산하엔 철강, 알루미늄, 섬유, 건설 등 60여 기업이 있는데, 이중 일부는 선전증시에 상장돼 있다. 하지만 마을은 모든 가구에 집과 차, 무료 교육·의료·양로 혜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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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비좁은 황무지땅에서 시작된 이 마을에‘사회주의 모범 농촌’의 기적을 일군 이는 ‘화시촌의 덩샤오핑’이라 불리는 우런바오(82) 전 서기다. 그는 문화대혁명의 서슬이 퍼렇던 1969년 비밀리에 주민들을 모아 작은 철물공장을 세웠다.
‘자본주의 추종자’로 몰려 박해도 받았지만 “주민들이 부유하고 행복해지는 게 중요하다”며 ‘지하공장’ 운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1979년 개혁개방이 시작되자 이미 시장경제의 기반을 갖추고 있던 화시촌의 향진기업은 고속성장을 시작했다. 마을 토박이인 자오쥔(41)은 “어린 시절 네식구가 농사를 지으며 방 두칸에서 어렵게 살았다”며 “우런바오 전 서기를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단결해 개혁개방의 기회를 잡아 발전을 이뤘고, 지금은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화시촌은 이제 관광산업 등 서비스 산업을 통한 제2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화시촌의 성공 경험 자체가 최대 관광상품이다. 연간 2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은 진타호텔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 ‘사회주의 신농촌’의 발전상에 감탄한 뒤 우런바오 전 서기의 강연을 듣는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절묘하게 결합해 성공했지만, 원주민과 농민공 사이의 빈부격차 문제를 안고 있는 화시촌은 중국식 발전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이 마을의 2만여 농민공들에게 3만5000여명 원주민들이 누리는 윤택한 생활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우셰언 당서기는 “외지인도 월급이 똑같고 외지 아이들도 똑같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주식 배당금이나 막대한 보조금 등 원주민들이 누리는 주주로서의 혜택은 받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
화시촌은 중국 농촌을 빈곤에서 끌어낼 발전모델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우런바오 전 서기는 “화시의 발전은 이 곳의 특색을 살린 결과다. 다른 지역들은 ‘실사구시’에 따라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길을 찾아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시촌(장쑤)/글·사진 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기사등록 : 2009-10-08 오후 02:46: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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