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국가는 무엇인가? 천안함를 보면서

2010. 4. 9. 15:55everyday photo

 

홍석재 기자 송채경화 기자 메일보내기

 

 

» 천안함 실종자 장병의 어머니(왼쪽)가 8일 저녁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 안 정비지구식당에서 천안함 생존 장병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울음이 터진 장병의 얼굴을 매만지고 있다. 평택/사진 공동취재단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되묻고 곱씹어도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처참한 현실 앞에서 국가란 무엇인가? 충성이란 무엇인가?

인간존재의 상실감만 깊이 새겨진 천안함 사건

국가는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아니었다.

나라의 안보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배웠고

분단시대 징집제에 의해 누구나 국가를 위해 시간을 헌납해야 하는 대한민국

국가를 위해 충성을 하면 국가는 나에게 무엇으로 보답할 것인가?

 

실종자의 어머니의 눈물과 생존 자체의 고독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 병사의 눈물 앞에서

왜 그들은 부둥켜 안고 통곡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평범한 성인이면 누구나 군에 입대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에 대한 충성임과 동시에 쓰라린 자기 체험의 공허함으로 얼버무려진 무엇이다.

국가가 그들을 어루만지고 보듬어 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서로를 어루만지고 보듬어 주고 있다.

이건 절망이다.

평범한 시민, 힘없는 서민들의 애환 그 자체다.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곳이 없는 취직장벽에 가로막힌 국가

그나마 들어간 직장은 비정규직 투성이인 국가

한 대학생은 대학 자체를 포기하는 국가

등록금 문제로 단식을 하고 고공시위를 해야 하는 국가

그 힘겨운 대학생활과 직장생활 속에서

국가의 부름을 받고 다시 군 생활을 해야만 하는 국가

그리고 천안함

 

이제 국민이 국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국가포기선언이 도처에서 터져나와야 하는 것일까?

 

북한의  포와 미사일 발사의 위협 때문에 백령도 뒤쪽으로 기동훈련을 한다는 말에

백령도 주민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가?

그들을 볼모로 기동훈련을 전개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도통 미스테리 투성이다.

국가라는 악령이 몰려오고 있다. 도처에서

스물스물 퍼져 개인을 옥죄이는 국가라는 괴물...

 

 

실종자가족-생존자 ‘통곡의 만남’

“너라도 살아 고맙다” “어머니 울지마세요” 부둥켜안은채 눈물

 

 

8일 저녁 7시50분께, 천안함 침몰 사고 생존 장병 39명이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정비식당 안에 도착했다. 10분 뒤 천안함 실종자 가족 59명이 이들과 마주 앉았다. 장병도 가족들도 이미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천안함 침몰 사고 14일 만에 생존 장병과 실종자 가족들이 처음 얼굴을 마주 본 순간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병장들을 만나러 가는 길부터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 가족들이 도착하기 전 장병들은 자신들의 사이사이에 가족들이 앉을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너라도 살아줘서 고맙다, 다행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아들의 마지막 체취를 느끼는 듯 동고동락했던 생존 장병들의 손을 움켜쥔 채 놓지 못했다. “너랑 같은 방에 살았다던데, 우리 아이는 어떻게 지냈니? 아픈 데 없이 잘 있었던 거지?” 가족들은 장병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아들과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생존 장병들은 “어머니, 울지 마세요”라며 가족들을 다독이다가도, 스스로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실종자 가족들과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터뜨렸다. 이날 실종자 가족과 생존 장병의 만남은 1시간40분이나 이어졌다. 생존 장병 이외의 다른 군 간부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천안함 생존 장병 58명 가운데 몸 상태를 회복한 46명이 전날 국군수도병원을 퇴원해 2함대 사령부에 도착했고, 가족 면담에는 39명(부사관 26명·사병 13명)이 나왔다. 최원일 함장을 비롯한 나머지 12명은 국군수도병원에 남았다.

 

 

평택/홍석재 송채경화 기자 forchis@hani.co.kr

 

기사등록 : 2010-04-08 오후 11:48:00 기사수정 : 2010-04-09 오전 07: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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