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라는 수수께끼-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위기들>

2012. 7. 15. 15:21Book

 

 

자본주의의 위기, 이번엔 다르다

등록 : 2012.07.13 21:02 수정 : 2012.07.13 21:02

 

 

<자본이라는 수수께끼-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위기들> 데이비드 하비 지음, 이강국 옮김/창비·2만8000원

<자본이라는 수수께끼-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위기들>
제3세계로 위기 이전시키며
자본축적 해오던 방식 한계
2008 금융위기는 심장경련
빼앗긴 대중들 저항 들끓는
지금이 바로 가능성의 순간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며 자본주의 대안체제를 모색해온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대가 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 교수는 <자본이라는 수수께끼>(The Enigma of Capitalism and the Crises of Capitalism, 2010) 제8장에서 이렇게 묻는다.

 

“자본주의가 현재의 충격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러고는 대답한다. “물론이다.” 그는 또 묻는다. “자본가계급이 수많은 경제적·사회적·정치적·지정학적·환경적 난관에 직면하여 그 권력을 재생산할 수 있을까?” 역시 자답한다. “분명히 할 수 있다.”

 

그런데 앞 질문 대답에서 하비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러나 무엇을 대가로?” 두번째 대답에도 이런 말을 붙였다. 재생산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위해선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노동의 열매를 권력자들에게 관대하게 건네줘야 하고, 많은 권리와 힘겹게 얻은 자산가치(주택에서 연기금까지)를 포기해야 하며, 막대한 환경 악화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생활수준 저하는 말할 것도 없다. 이는 이미 사회 최하층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이들에게 굶주림을 의미한다. 그로 인한 불안을 억누르려면 상당한 정치적 억압, 경찰 폭력, 국가의 군사적 통제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자본가 계급 권력 중심부에도 힘겹고 고통스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역사를 보건대, 자본가 계급은 자체의 성격을 바꾸고 자본축적을 이제까지와는 달리 하면서 (동아시아 같은) 새로운 공간으로 (자본을) 이동시켜야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신생 자본가들 또는 약화된 자본가들의 계급권력 재생산에 도전하는 혁명적 운동들과 충돌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하비는 자본가계급과 자본주의가 살아남고 권력을 재생산할 순 있겠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되려면 반발하는 다중의 저항을 극복하고 스스로도 변해야 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 얘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그리고 덧붙인다. “위기는, 사회주의적인, 그리고 반자본주의적인 것들을 포함하여 그것으로부터 모든 종류의 대안이 등장하는 역설과 가능성의 순간이다.”

 

2009년 <자본이라는 수수께끼>를 쓴 하비는 2008년 금융위기가 한 고비를 넘긴 그 시점에도 위기를 진행형으로 봤다. 하비는 위기는 자본주의체제의 항상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위기를 우회하거나 이전해 왔을 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한 적이 없고, 또 해소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하비는 자본을 혈액에 비유한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국가의 심장에서 발생한 심각한 경련”으로 봤다. 그런데도 경제학자나 기업가, 정치적 정책결정자들은 자본 흐름의 특성에 무지했고 자본의 횡포는 여전했다고 비판한다. “이른바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신용카드 수수료를 갑자기 2배로 인상하는 식의) 다양한 계략을 통해, 국제기구와 신용거래 장사꾼들은 거머리처럼 세계의 모든 이들로부터­-그들이 아무리 가난하더라도-빨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피를 계속 빨아대고 있다.”

 

<신자유주의〉(한울 펴냄, 2009)에서도 그는 1980년대 이래 50개국 이상 주변부 국민들의 4조6000억달러에 이르는 부를 중심부 채권자들이 앗아 갔다며, 이를 뒤집힌 마셜플랜이라고 했다.

 

하비에 따르면, 신자유주의화의 본질은 ‘탈취에 의한 축적’이며 1960년대에 자본가계급의 자본축적과 권력강화, 곧 탈취를 가로막은 것은 노동이었다. 자본가들은 더 값싸고 더 고분고분한 노동력을 원했다. 1970년대 위기 때 그들은 신자유주의라는 칼을 빼들었다. 그리하여 임금 억제와 사회복지 축소를 통해 이윤율 하락과 부의 감소 위기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유효수요 감소라는 또다른 위기를 불렀다. 자본가들은 신용카드산업과 부채 증대, 곧 금융 팽창으로 그 구멍을 메우며 피해갔다. 하지만 그 귀착점은 2008년 금융위기였다. 그러자 또 막대한 긴급구제금융 살포로 파산을 피해갔다.

 

하비는 말한다. 영원히 지속되는 성장은 불가능하다. 자본주의 위기는 거듭되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은 잉여의 생산과 분배 모두를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것밖에 없다.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윤리적이고 착취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자본주의는 불가능하다. 이는 자본의 본질 그 자체와 모순된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제8장의 제목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할 것인가?’다. 레닌의 말에서 따온 이 질문과 관련해 그는 마침내 대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만큼 자본주의가 변동기 또는 변곡점에 도달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새로운 공산주의’의 도래 가능성에 대해 얘기한다. “공산주의 가설을 부활시키려는 현재의 시도들은 보통, 국가의 통제를 포기하고 생산과 분배를 조직하는 기초로서 시장의 힘과 자본축적을 대체하는 집단적인 사회적 조직화의 다른 형태들에 주목한다. 수직적 명령이 아닌, 자율적으로 조직되고 운영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집단공동체들 간의 수평적 네트워크로 연결된 조정시스템들이 새로운 형태의 공산주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커뮤니케이션 기술들이 이런 시스템을 가능케 하는 것 같다.”

 

이건 스탈린주의적 공산주의가 아니다. 공산주의라는 말이 싫으면 ‘월스트리트 당’에 대적하는 ‘분노의 당’이라 불러도 좋다고 그는 말한다. 자본주의는 저절로 무너지지 않으며, 자본가계급 또한 권력을 결코 순순히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하비는 얘기한다. 정치적 행동을 통해 그것을 쟁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그게 곧 시작될 것이라고 했고, 이 책이 영어권에서 출간되고 얼마 뒤 “월가를 점령하라!”가 시작됐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