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아직 호남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가 무소속 제3후보임에도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건 호남에서 예상보다 높은 지지를 얻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까지 포함한 3자 구도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20%대의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 후보 단일화는 호남 민심에 달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론조사 방식과 시점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지만 호남 지지율은 안 후보가 높다는 분석이 많다. 박 후보를 꺾을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찍자는 전략적 판단과 참여정부 시절의 ‘호남 홀대론’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21~22일 리얼미터가 호남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야권 단일후보 지지도에서 안 후보는 62.4%를 얻어 문 후보(23.8%)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이런 지지율이 고착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안 후보가 지난 22일 국회의원 100명 감축, 정당보조금 삭감 등 파격적인 정치개혁안을 내놓은 뒤 호남에서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10월 넷째주 조사의 경우 안 후보는 3자 구도에서 호남지역 지지율이 32%로 36%의 문 후보에게 오차 범위 내에서 뒤졌다. 셋째주 조사에선 안 후보가 43%, 문 후보가 27%였다. 야권 단일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10월 셋째주 2% 포인트 뒤지던 문 후보가 넷째주에는 6% 포인트 앞섰다.
4월 총선 유권자 비율을 적용한 리서치뷰의 24~25일 휴대전화 ARS 여론조사에서도 문 후보는 호남에서 51.1%를 획득해 안 후보(45.7%)를 앞섰다. 오차범위 내지만 이 회사의 단일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이긴 것은 처음이다. 여론전문가들은 정치 쇄신안에 대한 실현 가능성 및 포퓰리즘 논란이 일면서 안 후보의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후보 단일화의 최적 시점으로 거론되는 다음 달 25일 대선후보 등록까지 3주 이상 남았고, 12월 대선까지 50여일 남은 점을 감안하면 호남 민심은 얼마든지 출렁일 수 있다. 호남의 아들을 자처하는 문 후보와 호남의 사위임을 강조하는 안 후보 간 이 지역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8일 “두 후보가 정치 쇄신안을 놓고 정면충돌한 지금부터 호남에서 진정한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뚜벅뚜벅 가겠다”고 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