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한국사회의 정치적 변동

2013. 1. 29. 17:34discourse & issue

 

 

 

<한국사회의 정치적 변동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흔히 학자들이 정치적 변동을 예측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을 추사법이라고 하는데 과거에 비추어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뜻입니다. 학자들이 이런 방법을 쓸때는 정치적 제도, 정치적 행위자, 정치적 이슈 같은 요인들을 다 분석해서 현대 정치적 상황이 만들어 질 때까지 경로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그런 방법을 쓴다. 그러나 나는 학자가 아니니 식견에 벗어나는 일은 그만두고 오늘은 아주 단기적이고 미시적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겠다.

 

제가 굳이 변화가 아니라 변동이라고 말한 이유는, 정치적 변화라고 하면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바뀌는 것을 변화라고 하고 변동은 비교적 단기간내에 임의적으로 생기는 변화, 이것을 변동이라고 하기 때문에 현재 한국 정치 상황이 임의적으로 단기간내에 안바뀌면 안된다고 판단해서 정치 변동이란 말씀을 드리겠다.

 

정치변동이라는 것은 대개의 경우 정변이나 쿠데타로 또는 봉기 같은 것에 의해 일어났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패전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의 경우 이런 정변으로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4.19, 5.16 등 이런 것들이 포함될 수 있겠다. 한국정치 변동에는 한가지 특성이 있다고 한다. 기존의 체제가 완전히 대체되는게 아니라 보완되는 성격의 변동이었다는 것이다. 권력을 점유하는 사람은 변하지만 기존 체제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집권 세력도 기존 체제에 기반을 뒀다. 그래서 한국의 정치변동은 선거에 의한 합헌적 변동이지 사회적 혁명은 아니다. 지금 우리는 산업화,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가 한단계 도약해야 하는데 정체돼 있다. 거기에다 세계화, 정보화라는 세계적 변화도 같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정치 축을 이루면서 민주당이 10년간 집권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두번의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를 하면서 이같은 위기가 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산업화, 민주화 이후의 과제 즉 무엇보다도 극한정치 대결을 지양하고 세계화에 대한 나름의 목표를 세웠지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진 못했다. 그 이후 한국사회에 극심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이로인해 지난 대선에선 모든 후보가 대통합이라는 말도 사용했다.

 

시대적 과제와 야당의 정체성과 관련해서 말해보자면, 특히 대선결과의 경우 친노의 평가가 다르고 비노의 평가가 다르다. 그런데 패인의 요인을 보면 대개 논의의 초점이 선거공학이라고 얘기하는 전략전술 차원, 즉 도구적 차원에 머물러 있고 당의 정체성 차원 즉 존재론적 차원 분석은 상대적으로 소홀한거 아니냐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올바른 평가와 대안제시를 위해서는 역시 도구적 차원보다는 가치지향적 성격을 담은 존재론적 차원의 논의로 옮겨가야 하는거 아니냐하는 그런 생각이다. 패인분석과 관련해서는 새누리당 벤치마킹론까지 나오고 있는걸 봤다. 그러나 시대성을 전제로한 당의 정체성 확립이 무엇보다도 핵심이다. 그리고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또 어떻게 국민을 대표하는 체제를 만들 것이냐 이것이 민주당이 급히 해결해야 할 우선적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시대 교체를 얘기했다.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3가지를 얘기했는데 나중에는 박근혜 후보도 시대교체를 받아서 쓰는것을 봤다. 두 유력 후보가 시대교체를 주장했다는 것은 시대적 공감대를 건드릴려교 그랬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선거용 캐치프레이즈에 그쳤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우리가 당면한 시대적 상황을 보면은 세계화 현상을 들어야 한다. 탈냉전이라든지 정보화 같은 시대와 맞물려서 확산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쫒는 것도 옳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가는 과정에서 아주 무분별하게 여러가지를 받아들인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혜롭게 헤져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제는 세계화의 특별한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창의적으로 대응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되는 아주 힘든 일이다. 세계화의 현상은 자본이나 노동이나 기술이 아무렇게 국경을 넘나드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주권이 제약 받는 상황도 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북아를보면 줃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우리도 외교적 경제적으로 전략의 틀이 변화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고 주한미군의 성격 규모, 한미 동맹체제의 변화도 내다봐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또 북한의 도발,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 정전협정 체제의 전환이라든지 이런 문제까지도 내다봐야 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적 과제를 맞아 새로운 정체성 확립이 필요한데 이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 국가사회전반을 바꾸는냐가 오늘날 우리의 큰 과제다. 이런 과제들은 우리 정치 체제, 운영원리를 새롭게 바꿀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것이 경제적 성장과 번영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그 과정에서 개인의 삶과 사회에 끼친 폐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간의 조건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생활의 물질적 측면을 얘기하는 것인데 우리가 1인당 국민 소득이 2만불을 넘었다고 얘기 하는데 또 IT분야라든지 자동차에 한해서는 세계적으로 경제대국이라고도 하는데 근데 왜 개인은 행복하지 않다고 하고 자살률은 최고인가 이런 것은 어떻게 설명할수 있냐는 거다. 극도로 상반된 내용이 공존하는 변종국가라는 것이다. 이것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것이 한국 정치가 짊어져야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런데 우리 정치를 보면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오히려 탈권위주의 혹은 책임정치 같은 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럼 민주당이 야당으로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하냐면, 일단 노선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이념정치가 아니라 생활정치로 증오와 대립 투쟁의 정치가 아니라 화합과 상생의 정치로 가야 하는거 아닌가 본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탈냉전 전후로 이미 삶의질을 위한 정치로 옮겨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도 이념을 떠나 생활정치를 해달라고 했지만 정당들이 이를 귀 담아듣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가 서민의 삶을 중시한 이유는 이러한 차원의 행동이었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흔히 말하는 분열의 정치, 기득권 세력에 응징에 방점을 뒀다는 정치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결국 평화라는 어젠다를 새누리당에 뺏기는 결과가 발생했다.

 

한신대 유평준 교수가 말한것을 빌리면 민주당에 중도자유주의를 거론했다. 좌클릭하는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으로써 반동이라는 거친표현을 썼다. 저는 민주통합당이 중도자유주의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지금의 민주통합당은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친노적인 정체성으로 확립됐다. 국민의 인식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후보가 나온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친노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세력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노무현 정신은 지역극복, 국민참여 확대, 실사구시 등 아주 긍정적인 희망을 정치적 의제로 제시한 거다. 높이 평가한다. 근데 이같은 노무현 정신을 실천하는 노무현 정치에서 문제점이 발생한다. 문제제기와 문제설정은 다르다. 문제제기를 잘하더라도 문제설정이 잘못되면 성취될 수 없다. 문제제기 차원에서는 많은 보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민주당은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전통적 뿌리와 연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뿌리는 보수적 온건 세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 여당하고 합당한 YS계 하고는 차별적으로 운동권 세력을 흡수하면서 진보적 색깔이 강화됐다고 본다. 그러나 DJ는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했다. 집권한 뒤에는 지표로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병행발전을 제시했다. 보수의 입장을 견제하면서 진보적 입장을 제시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노무현 정권 이후 다른 세력이 합류하면서 당의 정체성이 빠르게 좌클릭했다. 당 밖의 세력이 당의 정체성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

 

이러한 당의 정체성이 총선과 대선에서 결국 국민에게 선택되지 못한게 아닌가. 정체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서민과 중산층을 대표하는것이 옳다고 본다. 만약에 3년 후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새로운 시대적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주요정당의 위상을 상실할 지도 모른다. 결국 그렇게 보면 당의 획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지금부터 심각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는 새로 등장하는 지도체제가 형성될 것이다. 그렇다고 비대위원장이 말한것처럼 기득권하고 계파갈등 내려놓는다고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그것만 가지고는 잃어버리는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는 나는 힘들다고 본다. 그렇다면 제3의 대안도 찾아야 한다고 본는데 불행하고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정말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본다.

 

대여관계에서 말해보겠다. 박근혜 정부와 관계설정은 어쩌면 딜레마가 될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정부다. 또 리더십이 매우 수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잇다. 당과 인수위를 보면 그렇다. 그렇다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역할과 기능이 상당히 취약해 질 것으로 본다. 역대 대통령들도 취임하고 나면 집권 여당을 무력화 시켰다. 이제 야당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진다. 국회의 기능과 본능을 충실히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국회의 본능의 중요성은 말 할 필요가 없다. 여야 관계도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비대위가 여야의 대선공약 중 교집합 부분은 빨리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여야 관계가 좋아진다. 그리고 새로 등장하는 정권은 초기에 안정되게 된다. 그럼 야당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협력과 비판의 딜레마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것을 협력하고 어떤 것을 견제할 것이냐 하는 기준도 정해야 한다. 야당의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 견제와 균형을 해나갈 건지 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박근혜 정부가 내각에 참여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건지 FTA, 제주해군 강정마을 같은 것은 어떻게 할건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위를 보면 언론이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고 많은 평가를 하는데 민주주의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인데 과정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일 때 민주당은 어디까지 협력하고 어디까지 견제할 것인지 이런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한가지 특별히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박근혜 당선자가 당에 계실때 보면 국가주의적인생각하는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때가 있었다. 왜 이런 말씀을 드리냐면 국가라는 것을 운영하는데 공공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대통령은 국가공공성을 상징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공성이라는게 민주적 공공성이어야 하는데 만약 하나라도 집단적인 이익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 우선한다. 또는 무관하다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이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국가주의적 공공성의 모습을 보일때면 정말 민주당이 결연하게 견제해야 한다.

 

정치가 줄 수 있는것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라는 말이 있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정체성 문제로 혼란스러운 과정을 겪고 있지만 하루빨리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시고 시대적 과제를 고민하셔서 한국정치가 국민들이 보기에 가능성의 정치라는 말이 맞다고 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 국가공공성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 닿는다. 역시 세상을 보는 현안이 있는 것 같다.

[출처] 주춧돌 주최의 세미나에서 윤여준 전 장관의 발제 전문|작성자 체게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