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과 직원의 연간 보수 격차가 가장 큰 상장사는 삼성전자(75배)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큰 보수격차
전체상장사 평균 격차는 7배
‘슈퍼부자’ 10대기업은 21.7배
10대기업 임원보수 증가속도 308%
근로자는 29%로 10분의 1 그쳐
한국타이어 68배, CJ 65배…
부가가치 낮은 유통업도 13배
기업 경영자들이 단기 성과를 추종하면서 과도한 보수를 받아왔던 게 2008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영자가 가져가는 보수는 기업 내부 문제일 뿐이라는 강력한 통념도 깨졌다. 기업 내에서 보상 체계가 왜곡될 경우 자본주의 전체 시스템에 치명적인 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이 소수 대주주만의 전유물이 아닌 임직원과 주주, 소비자, 공급자, 은행, 지역 공동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경영진의 보수가 기업 내부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내년부터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등기 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가능해진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인사 및 보상 체계가 빠르게 이식되면서 우리나라의 임원과 직원 사이의 보수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 내 보수 격차는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한 원인이자 그 현상이기도 하다. <한겨레>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기업의 보상 체제와 임원 보수의 실태, 그 결정 과정을 둘러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법인세 깎아주기’ 수십년…조세 불공평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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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조3315억 감면…상위 1%가 혜택 독식
“대기업이 덜낸 세금, 월급쟁이에 떠넘기니 저항”
‘세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야 각당에서는 반대 및 수정 의견이 백가쟁명식으로 터져나오고 있고, 전문가 집단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유리지갑 털기’ 논란이 조세 형평에 대한 의구심으로 수렴되는 모양새다.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고소득층과 재벌기업에 대한 증세 논의 없이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정부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홍 의원은 “정부는 법인세에 적용되는 44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겠다고 했으나, 그 가운데 14개만 축소키로 했다”며 “재벌기업에 대한 증세 노력에 비해, 중산층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방식”이라고 말했다.실제 국세청이 홍 의원실에 답변한 ‘법인세 공제감면 세부현황’(2011년 기준)을 보면, 전체 47조2502억원에 이르는 법인세 산출세액 가운데 감면 세액은 9조33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법인세의 19.7% 정도가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은 것이다. 특히 전체 법인 가운데 매출액 상위 1%에 해당하는 4606개 법인이 7조3440억원의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아, 전체 혜택의 78.7%가 상위 1% 재벌기업에 집중된 셈이다.비과세·감면 혜택의 세부 항목 역시 조세 형평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외국 정부에 이미 낸 세금을 공제해주는 외국납부세액공제가 1조5960억원,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가 2조3113억원에 달했다. 외국납부세액공제의 93.4%,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46.5%를 전체 상위 1% 기업이 독차지했다. 또 설비투자·고용창출 시 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역시 전체 2조6690억원 가운데 2조4412억원(91.4%)가 1% 법인 몫으로 돌아갔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임시적으로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며 1982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지금까지 30여년 동안 단 8년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운용됐다. 반면 법인들이 돌려받은 근로자복지증진투자세액공제는 135억원에 불과했고, 정규직전환세액공제 역시 1억원에 불과했다. 근로자 복지증진과 정규직 전환에 그만큼 투자액이 적었다는 의미다.사정이 이렇다보니, 법인세의 실효세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2012년 한국·미국·일본·타이완의 상위 3대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기업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2011년 기간동안 삼성전자(16.7%), 포스코(21.4%), 현대자동차(24.2%)는 모두 명목 법인세율 25.3%보다 낮은 수준의 법인세 부담을 졌다. 반면 미국은 엑손모빌(42.6%), 월마트(32.8%) 등으로 명목 법인세율 39.13%와 비슷한 세 부담을 지고 있었으며, 일본도 엔티티(NTT·41%), 도요타(36.4%) 등으로 명목 법인세율 38%와 비슷했다. 법인세 명목세율이 경제개발협력기구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실효세율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인 셈이다. 또 4대보험 등으로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 역시 조세와 유사하게 징수되지만, 우리 기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 정도를 내고 있다.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치인 5.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제를 변경하고 2~3년 정도 지나야 뿌리까지 정착되는데,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 인하가 이제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며 “투자와 고용 탓에 기업 혜택을 확줄일 수는 없는데다, 대통령께서 증세없는 복지를 천명한 이상 우리로선 다른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선대인 소장은 “고소득층과 대기업 위주 감세 정책으로 생겨난 세수 부족을 중산층, 근로소득자에게 떠넘기는 꼴이니 조세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100대기업 임원 작년 연봉 11억6413만원…직원은 평균 6729만원
상장사 457곳 급여 15년치 분석
직원 166% 늘때 임원은 240%↑
임금격차 3배→3.9배로 벌어져
스톡옵션 등 포함땐 격차 더 커져
IMF뒤 ‘미국식 스톡옵션·연봉제’ 확산으로 격차 심화
임원 보수 급증 이유는
1990년대초 연공급제땐 격차 적어
개인별 업적평가 따라 보수 양극화
음성적 보수 양성화도 영향 미쳐
외국인 영입 늘어 보수 상승 압력
‘재벌비리 변호’ 법조인 영입에
성과따라 보상 ‘삼성효과’도 한몫
한국 CEO 보상수준 11억2000만원
일본 8억9000만원보다 25.8% 높아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니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보상 수준이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1일 <한겨레>가 입수한 세계적인 기업 인사·재무 컨설팅 업체인 ‘타워스왓슨’ 내부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 매출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가 넘는 우리나라 기업의 최고경영자 총보상 수준은 11억2000만원 정도로 조사됐다. 이는 조사 대상 국가인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홍콩, 싱가포르, 멕시코, 브라질, 네덜란드 등에 견줘선 낮은 수준이지만 일본(약 8억9000만원)보다는 25.8%가량 높다.또 총보상 구성을 보면, 한국은 장기성과급 비중이 37%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5개국 가운데 캐나다(49%)와 미국(46%), 중국(38%)에 이어 한국이 네번째로 높다. 반면 일본은 총보상에서 차지하는 장기성과급 비중이 6%에 그쳐 조사 대상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김환일 전북대 교수(경영학)는 “일본은 호봉제 문화가 매우 강한데다 외국인 임원 비중이 아주 낮기 때문에 총보상 수준과 장기성과급 비중이 낮다”고 말했다.실제 같은 업종에 속하는 도요타의 경우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지난해 1억8400만엔(약 21억8000만원)을 받았지만, 외국인 최고경영자인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은 9억8800만엔(약 115억원)을 받았다. 김 교수는 “도요타는 195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이후 사주 일가가 직원들에게 고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이처럼 한국은 총보상 전체 규모는 비교 대상 국가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장기성과급 비중은 매우 높다. 이는 향후 총보상 수준도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고 볼 근거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국의 사례에서 이런 사실은 명확히 드러난다.캐롤라 프리드먼 미국 보스턴대 교수(경영학)와 더크 젠터 스탠퍼드대 교수(경영학)가 2010년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기본급 수준(2000년 화폐 가치로 조정)은 1992년부터 2008년까지 큰 변화가 없었으나, 스톡옵션과 스톡그랜트와 같은 주식보상에 근거한 장기성과급은 6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총보상 수준이 두 배 정도 상승했다. 김기령 타워스왓슨코리아 대표는 “기본급이나 단기성과급은 속성상 일반 직원 등과 대비해 큰 폭의 격차를 줄 수 없다. 반면 장기성과급은 외부에서 정당성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은 특징 때문에 총보상 수준을 급격히 확대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고 말했다.김경락 류이근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