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기업 내 보수 격차 대해부

2013. 8. 12. 14:23lecture

 

 

삼성전자 등기이사 평균보수 52억…직원의 75배

등록 : 2013.08.11 19:38수정 : 2013.08.11 22:41

임원과 직원의 연간 보수 격차가 가장 큰 상장사는 삼성전자(75배)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큰 보수격차

전체상장사 평균 격차는 7배
‘슈퍼부자’ 10대기업은 21.7배
10대기업 임원보수 증가속도 308%
근로자는 29%로 10분의 1 그쳐 

한국타이어 68배, CJ 65배…
부가가치 낮은 유통업도 13배

기업 경영자들이 단기 성과를 추종하면서 과도한 보수를 받아왔던 게 2008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영자가 가져가는 보수는 기업 내부 문제일 뿐이라는 강력한 통념도 깨졌다. 기업 내에서 보상 체계가 왜곡될 경우 자본주의 전체 시스템에 치명적인 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이 소수 대주주만의 전유물이 아닌 임직원과 주주, 소비자, 공급자, 은행, 지역 공동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경영진의 보수가 기업 내부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내년부터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등기 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가능해진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인사 및 보상 체계가 빠르게 이식되면서 우리나라의 임원과 직원 사이의 보수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 내 보수 격차는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한 원인이자 그 현상이기도 하다. <한겨레>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기업의 보상 체제와 임원 보수의 실태, 그 결정 과정을 둘러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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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은 ‘슈퍼 리치’란 말을 써서 미국 사회를 설명했다. 상위 1%의 부자 안에서도 0.1%(1000명 중 1명)의 소수한테 부가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잘나간다는 기업과 업종일수록 그렇지 않은 곳보다 임원 보수가 훨씬 많고, 직원과 임원의 보수 격차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안과 밖에서 동시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11일 <한겨레>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주식가치의 총합)을 기준(7월 말)으로 상위 10대 기업(공기업 제외)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했더니, 직원과 임원의 보수 격차가 평균 21.7배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의 직원 1인당 평균임금이 7894만원인 데 반해 임원의 평균 보수는 17억1320만원이었다. 시가총액 10위 안에 현대차그룹 계열이 3개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이 2개, 포스코, 엘지(LG)화학, 에스케이(SK)하이닉스, 신한지주 등이 포진해 있다. 분석 대상 임원은 회장과 부회장, 사장, 부사장 등 사내 등기이사로 한정했다.

지난해 전체 상장사(분석 대상 710곳)의 1인당 평균 보수는 직원이 6115만원, 임원이 4억1918만원이었다. 전체 상장사 직원의 1인당 평균임금은 시가총액 10대 기업으로 좁혔을 때 29% 증가에 그치지만, 임원의 보수는 무려 308%나 급증한다. 잘나가는 기업의 직원 보수가 늘어나더라도 ‘슈퍼리치 임원’의 보수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이들 기업에서 직원과 임원 간 보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전체 상장사 가운데 보수 격차가 가장 큰 10곳은 삼성전자(75배)와 한국타이어(68배), 씨제이(CJ)제일제당(65배), 에스케이(60배), 영원무역홀딩스(57배), 에스케이이노베이션(57배), 이마트(56배), 한화(53배), 메리츠화재(49배), 삼성중공업(48배) 순으로 나타났다. 영원무역홀딩스와 메리츠화재를 빼면 모두 재벌이라 할 수 있는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들이다.

공기업을 뺀 30대 그룹의 직원과 임원의 보수 격차는 24.8배, 100대 기업은 18.5배로 나타났다. 역시 전체 상장사 평균(6.9배)과 비교했을 때 3~4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전체 상장사를 20개 업종(기타 포함)으로 구분했을 때, 통신업 직원과 임원의 보수 격차가 가장 컸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U+) 등 통신 3사로 구성된 상장사 통신업종의 임원 평균 보수는 약 19억원으로 직원과 보수 격차가 29.4배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과점 체제를 형성해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반면에 전기가스업(3.5배)은 격차가 가장 작은 업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기가스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이 사실상 정부의 임금 통제를 받는 공기업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종의 보수 격차도 전체 기업의 평균보다 낮은 5.3배를 보였다.

부가가치가 낮다고 임원과 직원의 보수 격차가 항상 작은 것만은 아니었다. 내수 업종으로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유통업(13.1배)과 서비스업(9.8배), 음식료품업(9.4배)의 보수 격차는 평균을 웃돈다. 보수 격차가 큰 상위 20개사에 이들 업종 ‘삼총사’에 해당되는 기업이 절반이 넘는 12개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엘지, 에스케이씨앤씨(SK C&C), 롯데쇼핑, 신세계, 씨제이제일제당, 현대백화점 등 주로 재벌의 지주사 또는 주력 계열사들이다.

금융업종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업종의 보수 격차는 100배가 넘는 미국의 ‘월가’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전체 업종 평균(6.9배)보다 높은 9.3배를 기록했다. 금융업의 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이 6억3693만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번 분석 대상에 주식형 장기성과보상 등이 빠진 탓에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분석 대상인 상장사는 국내 대표 기업들이다. 따라서 전체 상장기업의 직원 보수 수준 또한 전체 근로자보다 높은 편이다. 이들 기업의 직원 1인당 평균임금(6115만원)은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상 우리나라 전체 임시·일용직의 연간 1인당 평균임금(1551만원)과 상용직 1인당 평균임금(3813만원)보다 각각 3.9배, 1.6배 높은 수준이었다. 따라서 잘나가는 상장사 10대, 100대 기업 임원의 보수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그 가운데서도 특히 비정규직과의 보수 격차는 훨씬 커지는 구조다.

류이근 김경락 기자 ryuyigeun@hani.co.kr

 

‘법인세 깎아주기’ 수십년…조세 불공평 키웠다

등록 : 2013.08.11 19:38수정 : 2013.08.11 22:20

               

       

 

2011년 9조3315억 감면…상위 1%가 혜택 독식
“대기업이 덜낸 세금, 월급쟁이에 떠넘기니 저항”

‘세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야 각당에서는 반대 및 수정 의견이 백가쟁명식으로 터져나오고 있고, 전문가 집단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유리지갑 털기’ 논란이 조세 형평에 대한 의구심으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고소득층과 재벌기업에 대한 증세 논의 없이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정부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홍 의원은 “정부는 법인세에 적용되는 44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겠다고 했으나, 그 가운데 14개만 축소키로 했다”며 “재벌기업에 대한 증세 노력에 비해, 중산층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세청이 홍 의원실에 답변한 ‘법인세 공제감면 세부현황’(2011년 기준)을 보면, 전체 47조2502억원에 이르는 법인세 산출세액 가운데 감면 세액은 9조33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법인세의 19.7% 정도가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은 것이다. 특히 전체 법인 가운데 매출액 상위 1%에 해당하는 4606개 법인이 7조3440억원의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아, 전체 혜택의 78.7%가 상위 1% 재벌기업에 집중된 셈이다.

비과세·감면 혜택의 세부 항목 역시 조세 형평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외국 정부에 이미 낸 세금을 공제해주는 외국납부세액공제가 1조5960억원,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가 2조3113억원에 달했다. 외국납부세액공제의 93.4%,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46.5%를 전체 상위 1% 기업이 독차지했다. 또 설비투자·고용창출 시 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역시 전체 2조6690억원 가운데 2조4412억원(91.4%)가 1% 법인 몫으로 돌아갔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임시적으로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며 1982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지금까지 30여년 동안 단 8년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운용됐다. 반면 법인들이 돌려받은 근로자복지증진투자세액공제는 135억원에 불과했고, 정규직전환세액공제 역시 1억원에 불과했다. 근로자 복지증진과 정규직 전환에 그만큼 투자액이 적었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인세의 실효세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2012년 한국·미국·일본·타이완의 상위 3대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기업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2011년 기간동안 삼성전자(16.7%), 포스코(21.4%), 현대자동차(24.2%)는 모두 명목 법인세율 25.3%보다 낮은 수준의 법인세 부담을 졌다. 반면 미국은 엑손모빌(42.6%), 월마트(32.8%) 등으로 명목 법인세율 39.13%와 비슷한 세 부담을 지고 있었으며, 일본도 엔티티(NTT·41%), 도요타(36.4%) 등으로 명목 법인세율 38%와 비슷했다.

법인세 명목세율이 경제개발협력기구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실효세율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인 셈이다. 또 4대보험 등으로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 역시 조세와 유사하게 징수되지만, 우리 기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 정도를 내고 있다.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치인 5.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제를 변경하고 2~3년 정도 지나야 뿌리까지 정착되는데,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 인하가 이제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며 “투자와 고용 탓에 기업 혜택을 확줄일 수는 없는데다, 대통령께서 증세없는 복지를 천명한 이상 우리로선 다른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선대인 소장은 “고소득층과 대기업 위주 감세 정책으로 생겨난 세수 부족을 중산층, 근로소득자에게 떠넘기는 꼴이니 조세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100대기업 임원 작년 연봉 11억6413만원…직원은 평균 6729만원

등록 : 2013.08.11 19:44수정 : 2013.08.11 22:26

상장사 457곳 급여 15년치 분석
직원 166% 늘때 임원은 240%↑
임금격차 3배→3.9배로 벌어져
스톡옵션 등 포함땐 격차 더 커져

외환위기 이후 지난 15년 동안 국내 기업 임원과 직원의 보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서 창출한 성과 가운데 경영진의 몫이 직원의 몫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1일 <한겨레>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1998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계속 상장된 기업 457곳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직원 및 임원 보수 지급액을 분석했더니, 직원과 임원의 연간 보수 격차가 평균 3.0배에서 3.9배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연간 직원의 임금은 1인당 평균 2386만원에서 6360만원으로 늘어난 반면 임원 보수는 1인당 평균 7203만원에서 2억4496만원으로 증가했다. 직원 임금이 166% 증가하는 동안 임원 보수는 그보다 큰 폭인 240% 늘어난 것이다.

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 공시된 기업체의 15년치 연간 사업보고서 등 7000개가 넘는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여기서 임원 보수는 사내외 이사와 감사의 보수를 모두 포함한다.

임원 보수에서 사외이사와 감사를 제외한 사내 등기이사의 보수만을 놓고 보면, 임원과 직원의 보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지난해 기준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투자사업체 등을 제외한 710개사 사내 등기이사의 연봉은 평균 4억9177만원으로 이들 상장사의 직원 연봉(6115만원)보다 6.9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내 등기이사는 주로 기업체 회장과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가운데 평균 3~4명 안팎의 핵심 경영진으로 구성된다.

사내 등기이사로만 했을 때 1인당 임원 보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사외이사와 감사의 보수가 직원 평균보다 적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외이사와 감사(감사위원 포함)가 보수를 받는 경우에 연간 1인당 평균 보수는 각각 3497만원, 6668만원인데, 고정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곳(15%안팎)을 고려할 경우 실제 이들의 평균 보수는 상장사 직원 평균보다 훨씬 낮아진다.

지난해 기준 상장사 사내 등기이사의 평균 보수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인 3595만원의 약 14배에 이른다. 사내 등기이사의 보수에서 대체로 공시에 빠지는 장기성과급이나, 주식형 보상(주식매수선택권, 스톡그랜트) 등을 포함할 경우 임원과 직원의 보수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최고경영자(CEO) 1인과 전체 직원의 평균 보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 상장사 최고경영자와 직원의 보수 격차는 수십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임원 보수가 총액으로 공시되는 탓에 회장과 사장 등 개별 임원의 보수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보수 격차는 시가총액이 높을수록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공기업 제외) 임원의 평균 연봉은 11억6413만원으로 이들 기업 직원 1인당 평균임금(6729만원)의 17배,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3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장사 가운데 보수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연간 1인당 평균임금이 6970만원인 데 반해 임원 1인당 평균 보수가 52억100만원으로, 격차가 무려 75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1998년에도 상장사(1998~2012년 계속 상장 기업 기준) 가운데서도 1인당 임원 보수가 가장 높고, 임원과 직원의 보수 격차도 가장 큰 기업이었다.

지난 4월 말 자본시장법이 개정됨에 따라 내년부터 상장사 등기 임원의 보수가 5억원을 넘는 경우 개인별로 공시되면 임원의 보수 실태가 좀더 자세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류이근 김경락 기자 ryuyigeun@hani.co.kr

 

IMF뒤 ‘미국식 스톡옵션·연봉제’ 확산으로 격차 심화

등록 : 2013.08.11 19:51수정 : 2013.08.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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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보수 급증 이유는
1990년대초 연공급제땐 격차 적어
개인별 업적평가 따라 보수 양극화
음성적 보수 양성화도 영향 미쳐

외국인 영입 늘어 보수 상승 압력
‘재벌비리 변호’ 법조인 영입에
성과따라 보상 ‘삼성효과’도 한몫

최지성 삼성그룹 부회장(미래전략실장)은 2000년과 2001년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각각 3만주 받았다. 그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2010년 이후에만 최소 74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10년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10배 이상으로 크게 오른데다, 애초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스톡옵션을 받았기 때문이다.

임원과 근로자의 보수 격차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커진 것은 임원 보수가 근로자 보수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임원 보수 급증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최 부회장의 경우처럼 스톡옵션이나 연봉제와 같은 미국식 임원 보상 체계가 재계에 확산됐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1993년과 1994년 임원과 일반 직원에게 차례로 연봉제를 도입했지만 외환위기 이전까지 임원 보상 체계의 주류는 ‘연공급 체계’였다. 연공급제는 근속연수에 기반한 보상 체계였던 터라 임원 보상 수준을 낮게 묶는 효과를 가져왔다. 여전히 연공급 체계가 중심인 일본의 경우 최고경영자 등 임원과 일반 직원의 보수 격차는 크지 않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연봉제 등이 도입되면서 그룹별로 상향·하향·다면평가와 같은 임원 개인별 업적평가(KPI) 등 인사평가제도가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해갔고, 임원 보수도 성과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기 시작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한 고위 임원은 “연봉제가 전면 시행된 이후 부장과 초임 임원 보수가 두 배가량 격차가 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 대형 카드사의 부사장은 “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인사관리 시스템이 본격 도입됐고, 당시에 현재의 임원 보수 시스템의 근간이 마련됐다. 일반 기업들도 (연공급에서) 성과보상 문화로 바뀌었다. 현재의 보수 체계가 만들어진 것은 긴 역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늘어난 회계 투명성 강화 노력도 임원 보수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보상이 양성화되면서 보수가 오르는 결과를 낳았다. ㅇ그룹 전직 부회장은 “과거에는 아파트를 임원에게 원가로 제공하거나 협력사 관리권 등 각종 이권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투명 경영 요구가 사회적으로 높아지면서 음성적 보수가 양성화됐다”고 말했다.

한 헤드헌팅 업체의 대표는 “국민은행의 경우 마케팅비로 배정된 예산을 은행장이 판공비(업무추진비)로 사용해왔으나 2001년 김정태 행장 때부터 은행장 연봉에 판공비를 포함시켰다. 은행장 보수가 급격히 올라간 이유”라고 말했다.

외국인 영입 활성화도 임원 보수의 전반적 상승을 가져왔다. 대부분이 외국인 임원과 국내 임원 간 이중 보상체계를 갖추고는 있지만, 고연봉의 외국인 영입 확대가 전반적인 임원 보수 상승 압력을 가져왔다. 한 금융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외국인을 영입하기 위해선 이전 직장 보상 수준을 맞춰줘야 한다. 우리 회사의 경우 현재 외국인 임원과 국내 임원의 총보상 격차는 1.5~2.0배 정도에 이른다. 하지만 한 지붕 아래 있는 탓에 장기적으로는 임원 보수가 전반적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종종 총수 등 대주주 일가의 범법 행위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관계·법조계 인사를 영입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한 예로 2007년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 아들이 연루된 폭력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높은 보수를 주고 고위 법조인을 영입했다. 당시 한화 계열사의 임원(상무)이었던 인사는 “당시 (내부 등급에서) A급 계열사인 한화생명(당시 대한생명) 사장 보수 수준이 4억~5억원이었는데, 당시 영입된 인사는 전무급이었음에도 7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좀더 주목할 부분은 ‘삼성 효과’다. 일부 그룹들이 임원 보수 책정 때 삼성의 보수 수준을 기준점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4대 그룹의 한 전직 부회장은 “임원 보수 수준은 사기와도 상관이 있기 때문에 타 그룹 보수 수준은 항상 주목할 부분이었다. 특히 삼성의 보수 수준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2000년대 이후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익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임원 보수도 가파른 급증세를 보였다. 또 ‘1명의 천재가 1만명을 먹여살린다’ 등의 이건희 회장의 인재관이나 이를 반영한 S급 인재 관리 같은 삼성식 인사관리제도에 따라 다른 그룹의 임원 보수 체계보다는 좀더 유연하고 차등적인 보수 체계가 형성됐다. 그만큼 핵심 임원 보상 수준이 급격히 올라갔다는 의미다.

김경락 류이근 기자 sp96@hani.co.kr


한국 CEO 보상수준 11억2000만원
일본 8억9000만원보다 25.8% 높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니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보상 수준이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겨레>가 입수한 세계적인 기업 인사·재무 컨설팅 업체인 ‘타워스왓슨’ 내부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 매출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가 넘는 우리나라 기업의 최고경영자 총보상 수준은 11억2000만원 정도로 조사됐다. 이는 조사 대상 국가인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홍콩, 싱가포르, 멕시코, 브라질, 네덜란드 등에 견줘선 낮은 수준이지만 일본(약 8억9000만원)보다는 25.8%가량 높다.

또 총보상 구성을 보면, 한국은 장기성과급 비중이 37%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5개국 가운데 캐나다(49%)와 미국(46%), 중국(38%)에 이어 한국이 네번째로 높다. 반면 일본은 총보상에서 차지하는 장기성과급 비중이 6%에 그쳐 조사 대상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김환일 전북대 교수(경영학)는 “일본은 호봉제 문화가 매우 강한데다 외국인 임원 비중이 아주 낮기 때문에 총보상 수준과 장기성과급 비중이 낮다”고 말했다.

실제 같은 업종에 속하는 도요타의 경우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지난해 1억8400만엔(약 21억8000만원)을 받았지만, 외국인 최고경영자인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은 9억8800만엔(약 115억원)을 받았다. 김 교수는 “도요타는 195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이후 사주 일가가 직원들에게 고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은 총보상 전체 규모는 비교 대상 국가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장기성과급 비중은 매우 높다. 이는 향후 총보상 수준도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고 볼 근거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국의 사례에서 이런 사실은 명확히 드러난다.

캐롤라 프리드먼 미국 보스턴대 교수(경영학)와 더크 젠터 스탠퍼드대 교수(경영학)가 2010년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기본급 수준(2000년 화폐 가치로 조정)은 1992년부터 2008년까지 큰 변화가 없었으나, 스톡옵션과 스톡그랜트와 같은 주식보상에 근거한 장기성과급은 6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총보상 수준이 두 배 정도 상승했다. 김기령 타워스왓슨코리아 대표는 “기본급이나 단기성과급은 속성상 일반 직원 등과 대비해 큰 폭의 격차를 줄 수 없다. 반면 장기성과급은 외부에서 정당성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은 특징 때문에 총보상 수준을 급격히 확대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고 말했다.

김경락 류이근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