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1. 18:27ㆍ파놉틱 정치 읽기
- 김종욱 동국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webmaster@kyeonggi.com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 교수가 작고한 직후 출간된 유작(遺作) 『레트로토피아(retrotopia)』의 한 문장을 인용해 본다. “그곳에는 일자리와 더불어 소속된 사회적 지위를 잃게 될 공포, 집과 더불어 여생을 위한 동산 일체가 ‘압류’될 공포, 행복과 명망의 고개에서 미끄러지는 자녀들과 시장가치가 어떻든 간에 공들여 학습하고 연마해온 기술을 빼앗기는 자신을 맥없이 바라봐야 할 공포가 존재한다.” 이 ‘공포의 시대’는 출구도 찾지 못한 채 코로나19와 직면했다. 공포는 생존과 생계 모두를 강타했고, 미래를 꿈꾸는 것은 사치였다. 모두에게 겨냥된 직격탄, 그 집중 대상은 특히 소상공자영업자와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1년 8개월의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이나 했더니 다시 감염 확산과 ‘오미크론’ 변이가 우리의 앞을 버티고 있다.
IMF에 의하면, G20 경제선진국 10개국 중 우리 정부의 코로나 대응 재정지원(2020년 12월 말 기준)은 GDP 대비 13.6%로 일본(44.0%), 이탈리아(42.3%), 독일(38.9%), 영국(32.4%)보다 훨씬 낮고, 직접지원은 3.4%에 불과했다. 정부의 지원이 적으니 국민이 빚을 냈고, 그래서 가계부채 비율과 속도는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는 재정이 건전한데, 국민의 재정은 엉망이 된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코로나19의 직접적 피해를 본 국민에게 정부의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다행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50조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100조원 지원을 공약했다.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철회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장 여야가 만나 재난지원금 지급을 논의하자고 역제안했다. 이유는 국민의힘의 지원은 빨라야 내년 8월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피눈물과 고통을 겪는 국민에게 더 기다리라고 할 수 없다. 만약 더 기다리라면, 김종인 위원장이 주장한 ‘약자와의 동행’은 선거를 위한 캠페인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선택해야만 50조든 100조든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이재명후보의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매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주장은 자당 후보를 선택해야만 지원하겠다는 ‘투표겁박’행위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현실에 실행?전파한 보수주의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헬리콥터 머니’, 즉 경제가 어려울 때 돈의 유통을 활발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을 뿌리라는 것이다. 지금 바로 그것을 실천할 때다. 내년 8월이면 너무 늦다. ‘고통의 강’을 건너지 못한 국민은 어찌하란 말인가!
김종인 위원장님! 저잣거리의 힘겨움은 목구멍으로 들이닥치기 직전이고, 없는 자의 한숨과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현란한 수치 아래로 흐르는 불평등의 역류가 모두를 급습할 때 그때 위정자는 온몸으로 역류를 막고 함께 그 현장에 서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위원장님이 말씀하신 바로 그 정치입니다.
김종욱 동국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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