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벽초지 수목원
2022. 7. 20. 22:22ㆍeveryday photo






눈으로 보이는 풍광만큼 느껴지지 않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눈으로 보는 풍광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는 사진이 있다. 현실의 생생함으로 담지 못하는 美, 현실을 포장하여 다르게 보여주는 美, 그래서 사진은 또 다른 세상이고 사유이며 착시이고 나만의 象이다. 그 장소, 그 시간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미감, 계절과 낮밤에 따른 변화의 감각, 누구와 함께 사물을 보고 느끼는지에 따른 이미지.
평면의 입체감이 주는 완벽함은 현실의 생생함이 주는 다양성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경우가 있다. 단면을 자르고 현장의 다양한 것들을 단순화함으로써 다가오는 완벽함에 대한 느낌이라고 할까? 어쩌면 현실에 있으면서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에 대한 경외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가끔 파주 벽초지 수목원의 사진을 보면, 참 아름답다고 생각된다. 당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생각, 그래서 언젠가는 휴대폰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제 또 다른 공간으로 사진을 이동시키고 삭제를 실행할 예정이다.
『주역』에 書不盡言 言不盡意, “글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하지 못한다”는 글이 있다. 사진은 현실을 담지 못하는데, 그것을 보는 이가 현실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낀다는 이도 참 괴이한 일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의 세사(世事)가 이런 형국인 것 같다. 밝히고 확인한 다음에 싸우고 규정해도 될 문제를 아귀다툼처럼 싸우고 있다. 한고비를 넘기려고 말이다. 사진 보고 현실이라고 우기는 것 같아 매우 괴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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