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광화문

2022. 8. 14. 15:51everyday photo







비 내린 광화문

긴 공사로 사람의 길을 막고 먼지만 날리던 광화문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나 그렇듯 광화문의 세로 길은 역사와 영웅의 흔적이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문화를 꽃피우고 위기의 국가를 지킨 걸출한 영웅의 서사가 광화문 세로 길에 함축되어 있다.
광화문 가로 길은 사람의 길을 넓히고 차의 길은 좁혔다. 사람이 지나가면 그곳은 길이 된다는 말처럼, 길은 사람의 흔적을 의미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차들이 점령한 길, 매연과 바퀴 파열 먼지로 뒤범벅된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광화문 가로로 길은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비가 내려 촉촉한 보도블록 위의 미끄러짐과 한쪽으로 늘어선 가로수, 가끔 사람이 쉴 수 있도록 배치된 의자를 보며 카페가 연상된다. 단장된 광화문 길은 새롭다기보다는 정돈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도로는 줄이고 길은 넓히고 자연으로 침범한 인간의 인공미는 줄어들어야 한다. 경복궁의 곡선은 어쩌면 인간과 자연의 만남 방식을 의미하는 것일테고, 여백과 땅의 배치는 생명의 공존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길을 걸으며 역사를 생각해보고, 경복궁 너무 흐린 하늘과 구름을 보며 지나가고 있는 계절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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