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 전망
2001. 3. 29. 15:29ㆍ파놉틱 평화 읽기
제가 한국정치연구회라는 소장학자, 연구자들의 정치학 연구모임에 회원으로 있습니다. 그 중에 북한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토요일(3월31일)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월례토론회를 하는데 저희 분과 후배인 윤성식씨가 발표할 글입니다. 의미있는 그인 것 같아서 공유하고자 올립니다. 요즘은 정말 글발이 안오르네요. 특히 NMD 관련 글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조만간 저의 머리에서 나온 글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애초의 조심스러운 전망과 달리 지난해의 남북정상회담은 '민족공조'의 가능성을 열었다. 만남 자체에 의의를 둔다는 데에서 [6. 15 남북공동선언]으로 비약된 것이다. 이 합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한 답방을 재차 확인하였다. 남한의 언론들은 답방 시기를 두고 보도경쟁을 벌이는가 하며, 일부 보수층 인사들은 답방 반대의견을 피력하여 남남 갈등을 야기시켰다. 여기에 美대선에서 부시의 당선 확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문제에 미묘한 불안 기류의 진원지를 형성시키게 되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답방 관련 설전이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현재 내외의 의혹과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답방 문제에 대해 필자 나름의 견해를 피력해 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 답방의 가능성과 답방시 의제 및 의의를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3월 초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과 관련하여 미국 신행정부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려는 목적이 최우선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this man, this president(부시가 김대통령의 이름을 잊어버려서 그랬다는 설도 있다)라는 다소 경멸적인 언사를 사용하며 은연중 거리감을 표시하였고, 한국의 포용정책에 대한 공식적 지지와 '비공식적' 회의를 동시에 표현하였다. 이렇듯 내외의 산뜻하지 못한 반응은 정부의 답방 노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즉 그것은 '주적론'을 문제삼고 있는 북한의 태도, '선사과 후답방론'을 유포하고 있는 남한 내의 보수층, NMD를 염두에 둔 대북 압박을 가하는 미국을 현정부가 동시에 관리하고 순치하여야 하는 입장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은 마침내 성사될 수나 있는 것인가? 답방 성사 여부는 앞서 지적한 세 가지 변수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첫째, 남한 내 보수층의 극심한 반대이다. 한때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만나고자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김영삼씨는 김정일 위원장 답방 저지의 대표인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는 그의 幼兒的 심리구조에 대한 분석의 장이 아니므로 그가 어째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내가 하면 민주주의고 남이 하면 독재'라는 논법에 익숙한 그 분께 {우리 안의 파시즘}이라는 책을 권하고 싶을 뿐이다. 어쨌든 김영삼씨의 반대론에 일부 언론과 정치꾼들이 별별 쌍나팔을 불면서 남남 갈등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국민들 중에는 답방에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북한의 당국은 만의 하나 불상사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남한내의 여론을 문제삼아 답방을 무효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여론은 답방 환영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둘째, 미국의 압박이다. 다행히(?) 미국은 원칙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무기, 그리고 '결함있는' 체제에 의혹을 집중시키고 있다. 답방의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의 대북한 접근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그들의 입장 배면에는 NMD를 위해 적절한 핑계거리가 필요하다는 신행정부내 묵시적 공감대가 깔려있는 듯 보인다. 이러한 추정의 근거로 미국 신행정부의 외교안보관련 인사들이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던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한국을 통해 미국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북한측 입장을 곤란하게 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셋째, 북한의 남한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통미봉남을 '민족공조'로 전환시킨다면, 체제보장과 '강성대국건설'의 목표에 접근할 수 있는 가의 기본적 문제에서, 답방과 관련한 국제정세, 남한의 대북지원 여력, 남한내 여론의 향배, 김정일 위원장의 경호문제에 이르기까지 답방과 관련하여 저울질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일반적인 흐름은 답방 성사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방문, 푸틴의 한국 방문,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일단 북한과 남한의 외교일정이 답방을 향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그 이유중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측이당초 김위원장의 답방을 의제로 다루려고 했던 5차 장관급 회담이 북측의 뚜렷한 해명없이 연기됨으로 해서 일말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만약 어떻게 해서든 김위원장의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비선 라인을 통한 의제의 절충을 시도하고 있다면 그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리고 혹 의제가 획기적이지 못한 것으로 제한되더라도 공개적 협의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하고 싶다. 길게 보아 남북 정상간의 정례적 만남을 제도화하기 위해선 비밀주의는 극복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임동원 국정원장의 통일부 장관으로의 직위 변경으로 남북한 교섭에서 보다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다음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시 과연 무엇이 논의될 것인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시 의제에 대한 충분한 협의 또는 합의가 없었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방남 시에는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거친 문제들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단 우리측 입장에서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해소와 평화체제 '제도화'의 실천 방향 합의를 유도해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평화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합의 내지 선언은 유보되거나 혹은 역으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를 포함할 공산도 있다. 물론 이러한 예상은 북한측의 호응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포함된 '불가침 합의'를 구체화시키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시동이 걸린 각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제도화하는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간 실질적인 교류·협력 증대가 곧 평화 정착 과정을 좀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미 가동된 남북 경협추진위원회를 통해 경협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분야별 경협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 사회·문화 분야의 접촉과 교류를 활성화시켜 나가겠다는 '원칙적인 합의'를 양정상의 이름으로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의 방북은 김위원장 방남을 준비한 사전 조율작업의 일환이 아니었는가하는 세간의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보다 진전된 시나리오를 가상한다면, 북측의 정상회담 상례화에 대한 호응도 얻어낼 수 있다고 정보는 기대하고 있는 듯 하다.
여기에 지난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 간의 공통성"에 대해 북측은 본격적 거론을 요구할 수도 있다. 즉 연합·낮은 단계 연방제안에 대한 정상간 논의의 필요성에 대한 사전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상회담 자체가 지연될 공산도 있는 셈이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지난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이른바 통일방안에 대한 합의로 선전하고 있다고 할 때, 통일방안 문제는 자칫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아직까지는 북측의 연방제안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강한 것이 사실이고 보면, 2차 정상회담시 통일방안에 대한 진전을 이루기는 힘들 것이지만, 북한측의 강한 요구에 원칙적인 선에서 합의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즉 지난번 합의와 비슷하게 일종의 전략적 모호성(인듯 아닌듯)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통일방안 구체화 문제를 해소할 가능성이 높다.(필자의 견해로는 우리 정부의 기존통일방안을 일원화시키는 것보다는 제도병립형 연방제를 포함하는 다수의 통일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적절치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이 밖에도 우리측은 미국이 제기한 북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이고, 북측은 남한의 대북 지원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바라는 수준의 실질적 지원이 미비할 경우, 북한은 답방의 시일을 지연하면서, 남측의 호응을 유도하고자 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정부 당국 차원의 대북 지원에 대한 확실한 약속은 답방의 성사 여부와도 관련되는 동시에,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경제문화분야 교류·협력의 확대와도 관련되는 것이다. 아마도 정부는 사전에 지원량에 대한 상한선을 정하고, 답방 이전이나 이후에 구체화시키던가, 혹은 제2차정상회담시 의제에 자연스럽게 포함하여 정상회담의 모양새를 한층 다듬으려고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우려내지는 신중을 기할 것을 내비치고 있는 전력 지원의 폭과 시기의 문제에 대해 남북한 사이의 절충이 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측은 선조사 후지원론을 내세우는 반면, 북측은 선지원 후제한적 조사 허용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될 경우,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이며, 전망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그것은 북한 지도자의 최초의 남한 방문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 것은 상대방을 대화 당사자로 인정하며, 통일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 그것이 성사될 경우 제1, 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불리우기에 충분한 무게를 갖게 된다는 말이다. 나폴레옹이 세계사적 개인으로서 그 역할을 하였듯이, 두 정상은 민족사적 개인으로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두 정상의 의도야 어떠하든지, 일종의 돌이킬 수 없는 逆분단사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역사의 불가역성에 기대를 걸어본다.
둘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태도 여하에 따라 향후 미국의 대북 접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북한측은 이 대목에 상당히 신경을 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북측의 입장에서 과거핵과 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최후의 체제생존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북측 입장에선 현재 개발중인 대포동급 미사일의 개발 중단, 그리고 이미 개발된 미사일에 대한 수출 중단을 협상의 최후 보루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된다. 북한은 어떻게든 상기의 가이드 라인을 지키면서 미국과의 관개 개선을 이루고자 노력할 것이다. 벼랑끝 전술의 체제내적 역량이 소진될 대로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답방을 미국의 신행정부의 대북 인식을 개선시키는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북한측이 답방시 '외세공조'를 문제삼으며, '민족공조'론을 강하게 제기할 때, 우리 정부의 입장뿐만이 아니라, 북측의 입장도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을 북한 당국자들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대답할 차례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김위원장의 답방이 미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의 검토가 완료된 시점보다는 그 이전에 조기 답방하는 것이 북측에 이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앞서의 역사적 의의와 관련되는 것으로서 남북한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이다. 명시적 합의와 선언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서로의 의사를 밀접히 소통한다는 것으로도 긴장 수준은 낮춰질 수 있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선언' 혹은 '불가침 합의'가 정상의 서명으로 성사된다면, 동북아 차원의 평화보장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그러나 NMD 강행을 위해서 '불량국가'와의 협정 등속에 달갑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므로,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본다. 혹시나 남북한의 정상이 발표할 지도 모를 '낮은 수준의 평화선언(남북기본합의서의 남북불가침 재확인)'에 대해 미국이 딴지를 걸고 나선다면, 다된 밥에 '재'뿌리는 형국이 조성될까 우려된다.
넷째, 븍한 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체제의 강화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남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강화에 이용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북한 체제는 단기적으로 국내정치적 안정을 완전히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다섯째, 상기의 국내정치안정과 연결되는 것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의 본격적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데 자못 기대되는 바가 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한의 발전상을 확인하고 그의 신사고 구상을 구체화할 강력한 동기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상의 낙관적 시나리오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부시 행정부 들어서 강화조짐을 보이는 미국의 대북 압박, 우리식 사회주의에 존재 이유를 걸고 있는 북한체제의 경직성, 남한내 보수층의 '땡깡(근래에 들어서 황태연 논란으로 또 한건 했다)'이 바람직하지 못한 시나리오로 이끄는 힘이다.
미국 조야의 대북인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갈등에 대북 포용정책은 이제 꽃샘추위를 맞고 있는 듯 하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의제에 포함시켜 다루려고 했던 5차 장관급 회담이 북한측의 불참석으로 무기 연기되었다. 전력 지원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연기되었다 혹은 미국의 강경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간접 표출한 것이라는 등의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서 세 가지 변수중 북한 변수와 미국 변수가 답방에 불안기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하겠다. 여기에 남한의 변수마저 답방 반대의 힘으로 작용한다면, 그야말로 다된 밥에 코 빠트리는 형국이 연출될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평화를 애호하는 시민·민중사회의 지지력과 정부의 성숙한 조정 능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애초의 조심스러운 전망과 달리 지난해의 남북정상회담은 '민족공조'의 가능성을 열었다. 만남 자체에 의의를 둔다는 데에서 [6. 15 남북공동선언]으로 비약된 것이다. 이 합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한 답방을 재차 확인하였다. 남한의 언론들은 답방 시기를 두고 보도경쟁을 벌이는가 하며, 일부 보수층 인사들은 답방 반대의견을 피력하여 남남 갈등을 야기시켰다. 여기에 美대선에서 부시의 당선 확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문제에 미묘한 불안 기류의 진원지를 형성시키게 되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답방 관련 설전이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현재 내외의 의혹과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답방 문제에 대해 필자 나름의 견해를 피력해 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 답방의 가능성과 답방시 의제 및 의의를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3월 초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과 관련하여 미국 신행정부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려는 목적이 최우선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this man, this president(부시가 김대통령의 이름을 잊어버려서 그랬다는 설도 있다)라는 다소 경멸적인 언사를 사용하며 은연중 거리감을 표시하였고, 한국의 포용정책에 대한 공식적 지지와 '비공식적' 회의를 동시에 표현하였다. 이렇듯 내외의 산뜻하지 못한 반응은 정부의 답방 노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즉 그것은 '주적론'을 문제삼고 있는 북한의 태도, '선사과 후답방론'을 유포하고 있는 남한 내의 보수층, NMD를 염두에 둔 대북 압박을 가하는 미국을 현정부가 동시에 관리하고 순치하여야 하는 입장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은 마침내 성사될 수나 있는 것인가? 답방 성사 여부는 앞서 지적한 세 가지 변수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첫째, 남한 내 보수층의 극심한 반대이다. 한때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만나고자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김영삼씨는 김정일 위원장 답방 저지의 대표인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는 그의 幼兒的 심리구조에 대한 분석의 장이 아니므로 그가 어째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내가 하면 민주주의고 남이 하면 독재'라는 논법에 익숙한 그 분께 {우리 안의 파시즘}이라는 책을 권하고 싶을 뿐이다. 어쨌든 김영삼씨의 반대론에 일부 언론과 정치꾼들이 별별 쌍나팔을 불면서 남남 갈등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국민들 중에는 답방에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북한의 당국은 만의 하나 불상사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남한내의 여론을 문제삼아 답방을 무효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여론은 답방 환영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둘째, 미국의 압박이다. 다행히(?) 미국은 원칙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무기, 그리고 '결함있는' 체제에 의혹을 집중시키고 있다. 답방의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의 대북한 접근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그들의 입장 배면에는 NMD를 위해 적절한 핑계거리가 필요하다는 신행정부내 묵시적 공감대가 깔려있는 듯 보인다. 이러한 추정의 근거로 미국 신행정부의 외교안보관련 인사들이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던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한국을 통해 미국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북한측 입장을 곤란하게 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셋째, 북한의 남한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통미봉남을 '민족공조'로 전환시킨다면, 체제보장과 '강성대국건설'의 목표에 접근할 수 있는 가의 기본적 문제에서, 답방과 관련한 국제정세, 남한의 대북지원 여력, 남한내 여론의 향배, 김정일 위원장의 경호문제에 이르기까지 답방과 관련하여 저울질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일반적인 흐름은 답방 성사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방문, 푸틴의 한국 방문,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일단 북한과 남한의 외교일정이 답방을 향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그 이유중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측이당초 김위원장의 답방을 의제로 다루려고 했던 5차 장관급 회담이 북측의 뚜렷한 해명없이 연기됨으로 해서 일말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만약 어떻게 해서든 김위원장의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비선 라인을 통한 의제의 절충을 시도하고 있다면 그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리고 혹 의제가 획기적이지 못한 것으로 제한되더라도 공개적 협의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하고 싶다. 길게 보아 남북 정상간의 정례적 만남을 제도화하기 위해선 비밀주의는 극복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임동원 국정원장의 통일부 장관으로의 직위 변경으로 남북한 교섭에서 보다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다음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시 과연 무엇이 논의될 것인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시 의제에 대한 충분한 협의 또는 합의가 없었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방남 시에는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거친 문제들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단 우리측 입장에서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해소와 평화체제 '제도화'의 실천 방향 합의를 유도해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평화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합의 내지 선언은 유보되거나 혹은 역으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를 포함할 공산도 있다. 물론 이러한 예상은 북한측의 호응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포함된 '불가침 합의'를 구체화시키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시동이 걸린 각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제도화하는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간 실질적인 교류·협력 증대가 곧 평화 정착 과정을 좀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미 가동된 남북 경협추진위원회를 통해 경협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분야별 경협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 사회·문화 분야의 접촉과 교류를 활성화시켜 나가겠다는 '원칙적인 합의'를 양정상의 이름으로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의 방북은 김위원장 방남을 준비한 사전 조율작업의 일환이 아니었는가하는 세간의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보다 진전된 시나리오를 가상한다면, 북측의 정상회담 상례화에 대한 호응도 얻어낼 수 있다고 정보는 기대하고 있는 듯 하다.
여기에 지난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 간의 공통성"에 대해 북측은 본격적 거론을 요구할 수도 있다. 즉 연합·낮은 단계 연방제안에 대한 정상간 논의의 필요성에 대한 사전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상회담 자체가 지연될 공산도 있는 셈이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지난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이른바 통일방안에 대한 합의로 선전하고 있다고 할 때, 통일방안 문제는 자칫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아직까지는 북측의 연방제안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강한 것이 사실이고 보면, 2차 정상회담시 통일방안에 대한 진전을 이루기는 힘들 것이지만, 북한측의 강한 요구에 원칙적인 선에서 합의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즉 지난번 합의와 비슷하게 일종의 전략적 모호성(인듯 아닌듯)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통일방안 구체화 문제를 해소할 가능성이 높다.(필자의 견해로는 우리 정부의 기존통일방안을 일원화시키는 것보다는 제도병립형 연방제를 포함하는 다수의 통일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적절치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이 밖에도 우리측은 미국이 제기한 북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이고, 북측은 남한의 대북 지원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바라는 수준의 실질적 지원이 미비할 경우, 북한은 답방의 시일을 지연하면서, 남측의 호응을 유도하고자 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정부 당국 차원의 대북 지원에 대한 확실한 약속은 답방의 성사 여부와도 관련되는 동시에,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경제문화분야 교류·협력의 확대와도 관련되는 것이다. 아마도 정부는 사전에 지원량에 대한 상한선을 정하고, 답방 이전이나 이후에 구체화시키던가, 혹은 제2차정상회담시 의제에 자연스럽게 포함하여 정상회담의 모양새를 한층 다듬으려고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우려내지는 신중을 기할 것을 내비치고 있는 전력 지원의 폭과 시기의 문제에 대해 남북한 사이의 절충이 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측은 선조사 후지원론을 내세우는 반면, 북측은 선지원 후제한적 조사 허용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될 경우,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이며, 전망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그것은 북한 지도자의 최초의 남한 방문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 것은 상대방을 대화 당사자로 인정하며, 통일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 그것이 성사될 경우 제1, 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불리우기에 충분한 무게를 갖게 된다는 말이다. 나폴레옹이 세계사적 개인으로서 그 역할을 하였듯이, 두 정상은 민족사적 개인으로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두 정상의 의도야 어떠하든지, 일종의 돌이킬 수 없는 逆분단사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역사의 불가역성에 기대를 걸어본다.
둘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태도 여하에 따라 향후 미국의 대북 접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북한측은 이 대목에 상당히 신경을 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북측의 입장에서 과거핵과 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최후의 체제생존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북측 입장에선 현재 개발중인 대포동급 미사일의 개발 중단, 그리고 이미 개발된 미사일에 대한 수출 중단을 협상의 최후 보루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된다. 북한은 어떻게든 상기의 가이드 라인을 지키면서 미국과의 관개 개선을 이루고자 노력할 것이다. 벼랑끝 전술의 체제내적 역량이 소진될 대로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답방을 미국의 신행정부의 대북 인식을 개선시키는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북한측이 답방시 '외세공조'를 문제삼으며, '민족공조'론을 강하게 제기할 때, 우리 정부의 입장뿐만이 아니라, 북측의 입장도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을 북한 당국자들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대답할 차례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김위원장의 답방이 미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의 검토가 완료된 시점보다는 그 이전에 조기 답방하는 것이 북측에 이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앞서의 역사적 의의와 관련되는 것으로서 남북한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이다. 명시적 합의와 선언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서로의 의사를 밀접히 소통한다는 것으로도 긴장 수준은 낮춰질 수 있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선언' 혹은 '불가침 합의'가 정상의 서명으로 성사된다면, 동북아 차원의 평화보장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그러나 NMD 강행을 위해서 '불량국가'와의 협정 등속에 달갑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므로,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본다. 혹시나 남북한의 정상이 발표할 지도 모를 '낮은 수준의 평화선언(남북기본합의서의 남북불가침 재확인)'에 대해 미국이 딴지를 걸고 나선다면, 다된 밥에 '재'뿌리는 형국이 조성될까 우려된다.
넷째, 븍한 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체제의 강화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남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강화에 이용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북한 체제는 단기적으로 국내정치적 안정을 완전히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다섯째, 상기의 국내정치안정과 연결되는 것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의 본격적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데 자못 기대되는 바가 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한의 발전상을 확인하고 그의 신사고 구상을 구체화할 강력한 동기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상의 낙관적 시나리오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부시 행정부 들어서 강화조짐을 보이는 미국의 대북 압박, 우리식 사회주의에 존재 이유를 걸고 있는 북한체제의 경직성, 남한내 보수층의 '땡깡(근래에 들어서 황태연 논란으로 또 한건 했다)'이 바람직하지 못한 시나리오로 이끄는 힘이다.
미국 조야의 대북인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갈등에 대북 포용정책은 이제 꽃샘추위를 맞고 있는 듯 하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의제에 포함시켜 다루려고 했던 5차 장관급 회담이 북한측의 불참석으로 무기 연기되었다. 전력 지원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연기되었다 혹은 미국의 강경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간접 표출한 것이라는 등의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서 세 가지 변수중 북한 변수와 미국 변수가 답방에 불안기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하겠다. 여기에 남한의 변수마저 답방 반대의 힘으로 작용한다면, 그야말로 다된 밥에 코 빠트리는 형국이 연출될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평화를 애호하는 시민·민중사회의 지지력과 정부의 성숙한 조정 능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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