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쉬십시요
2001. 7. 26. 18:10ㆍ파놉틱 평화 읽기
남북관계는 별 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북·미관계도 도대체 해답이 나오지 않는 '적대적 핑퐁게임'으로 일관되고 있다. 남과 북, 미국의 삼각관계가 풀리지 않고 꼬이는 매듭처럼 얽혀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작년 6.15 남북정상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환을 맞이한 지 1년만에 다시금 심각한 위기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한반도를 드리우고 있다. "한반도문제의 한반도化"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현재의 시점은 오히려 과거로 역행하여 "한반도문제의 국제화"로 나아가고 있다. 즉 현재 상황은 북·미간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는 남북관계 개선을 진행할 수 없는 모양새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양태가 다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관련 주변국들은 남북관계의 조속한 개선과 제2차 정상회담을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한반도문제의 미국 주도化"라는 미국의 입장과 북한의 북미 합의사항의 전제 위에 회담의 전개라는 두 개의 다른 스펙트럼이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있으며, 어정쩡한 중간에 남한이 끼여 있는 상황이다. 즉 남한의 정책선택 카드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일정한 역할의 분점과 관계의 균형이 논의의 질과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이나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에 합당한 정책적 돌파카드를 만들어 내야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 6.15 합의사항에 대한 남측의 未이행 또는 연기는 합의사항 이행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런 의구심은 현재의 남북관계 답보의 원인을 제고했다. 그 예가 전력문제이다. 전력문제는 북한이 절실히 요구한 사항이다. 즉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보상의 차원에서 요구된 전력문제는 미국의 반대와 남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 일게다.
남한은 어떤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론은 인정한다고 하면서 각론에 대해서는 총론을 송두리째 훼손할 수 있는 주장들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경제사정 또한 여의치 않은 관계로 정부가 사용할 카드도 만만치 않다. 진퇴양난이다. 해결의 수는 신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가 MD를 표방하면서 강력한 미국의 재건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좋은 본보기인 불량국가 북한요리에 혈안이 되어 있다. 미국은 재래식무기 감축, 핵·미사일문제에 대한 철저한 검증 등을 요구하며 그간 쌓아온 북미간의 합의사항들을 원점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서설이었다. 이 와중에 갑작스럽게 떠져 나온 황장엽 선생의 방미문제가 이 글의 핵심이다. 황장엽 선생 방미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일군의 미 공화당의원 보좌관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황장엽 선생의 방미를 제기하려 하였으나 정부 당국의 불허로 면담을 하지 못하고 돌아갔고, 그 이후 이 문제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정치쟁점화 되었다. 그리고 지면을 통해 이종석박사의 기고가 실리고 이에 대한 황장엽 선생의 비판기사가 실리면서 파문(파문이라기보다는 의도적 부풀려지기의 측면이 강하다. 아마도 조·중·동은 기뻐라 글을 올렸을 것이다)을 일으켰다.
황장엽 선생의 논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황장엽선생의 방미가 한미동맹에 도움이 된다는 발상이다. 어떤 측면에서 한미동맹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오히려 반대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미국의 초청인사는 제시 헬름스(전 상원외교위원장), 헨리 하이드(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 크리스토퍼 콕스(하원 공화당 정책위의장) 등이다. 이들은 대표적인 미국의 매파들이다. 매파의 입장은 무엇인가? '불량국가'인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조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대북강경책을 주장해왔다. 그리고 황장엽선생 방미를 국내에서 대행해 주고 있는 단체는 자유민주민족회의(회장 이승철)이다. 이 단체는 아마도 남한에서는 으뜸가는 반공단체일 것이다. '반공수능'을 보면 필히 일등을 차지하고 말 것이다. 아마 한미동맹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고 미국의 MD정책 추진의 가속도를 붙이는 촉매제이거나 북미관계에 큰 장애를 조성할 매개체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둘째, "우리는 망명객이 아니라 조국에 돌아온 한국인이므로 헌법상 기본권을 누릴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것은 남북관계의 현재적 수준을 너무 높게 보고 하시는 말씀이신 것 같다. 황장엽선생은 염연히 망명객이다. 그것이 국제법적 지위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는 특수성의 차원에서 황장엽선생이 망명을 결행하게 된 조건이라는 측면에서 한민족으로서 포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따라서 법적 지위는 망명객이다. 황장엽선생이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시점은 한반도의 통일시점이거나 적어도 정부가 얘기하는 '사실상의 통일'단계에서나 가능한 그런 것이다.
셋째, "우리의 행동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주장이다. 남북관계가 현재 답보상태에 있는 것은 북미관계의 답보에 근거한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의 전향적인 관계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또 한 면에서는 야당과 보수진영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과 딴지걸기가 진행되고 있다. 참 희한하게도 황장엽선생의 방미에 대해서 찬성하는 측은 아마도 야당과 보수진영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북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단 그 전에 황장엽선생이 주장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동의한다. 인권은 보편적 진리임을 인정한다. 인간은 신체의 자유를 갖는다.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그것을 구속하는 것은 인권을 구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가고자 한다면 당연히 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황장엽선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담이 따른다. 미국 국무부에서 황장엽선생의 신변보호를 보장한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남북의 대치상태와 현재의 준냉전적 상황을 고려할 때 만약의 사태발생은 관계의 나락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계가 복원되고 우호적 분위기에서 충분히 갈 수도 있다. 그때가지 기다리면 된다. 황장엽선생은 그 오랜 시간 한 명의 천재만이 군림하는 사회를 없애려고 노력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선생의 신변을 보장하고자 하는 정부의 고민과 진보적 인사들의 속앓이에 대해서도 고민해 주기 바란다.
논지의 비판을 넘어서 황장엽선생이 방미를 통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황장엽선생은 누가 재갈을 물려서 말을 못해왔던 분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황 선생이 쓰고자 한 글은 조선일보를 통해서 동아일보를 통해서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되었다. 자신의 주체사상과 현재 북한의 주체사상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주체사상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고, 현재의 북한 주체사상은 변질되었다고 책자로 발간하였다. 자신의 이후 정치적 사색과 철학적 고민을 엮어서 사상서(?)도 발간했다. 때가 되면 투고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제기했다. 한 때는 망명자께서 그것도 북한의 망명자께서 과감히 대북정책(햇볕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은 적도 있다. 더 이상 무슨 말씀을 하실 지 자못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색다른 얘기가 나오진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중국의 인권문제를 실토했던 청문회처럼 이번 청문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독재적 이미지를 한껏 치켜올리려는 미국 매파들의 구도대로 이끌려 갈 것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둘째, 황장엽선생은 적어도 방미 전에 자신의 과거에 대한 속죄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죽음의 학살이 한창이던 시절 선생은 국가의 장학금(?)으로 모스크바 유학생활을 하였고, 귀국 후 승승장구 승진의 케이스였으며(이 과정에서 북한정권에 저항하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숙청을 통해 사라져 갔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사라져 갔는가), 김일성 전주석의 총애 속에 고급 엘리트의 길을 걸었었다. 북한의 현대사와 황장엽선생의 개인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이다. 손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과거의 역사로 인해 모든 것을 단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역사에 대한 책임 앞에서는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나는 이런 속죄의 얘기를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셋째, 높은 학식을 가진 황장엽선생께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는 아직 둔감하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강경파이건 온건파이건,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할 것 없이 다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평화를 보장해야 하겠다는 완전히 같은 목적을 추구하고 있으며, 다만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에서 당근과 채찍을 어떻게 배합할 것인가 하는 견해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확신"한다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절로 흔들린다. 그 다음은 더욱 가관이다. "여기에서 6.25 전쟁 때 미국 국민과 군대가 한국을 수호하기 위하여 세운 불멸의 위훈과 전후 한반도의 평화와 한국의 번영발전을 보장하는데 역사적 기여를 하여 온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하여서는 아무리 높이 평가하여도 과대평가로 될 수 없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렇다. 미국은 우리의 혈맹국가이며 한국전쟁 시기 우리를 도와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우리를 살려주신 귀인이시며, 현재 한국을 고민하는 미국의 강경, 온건파 의원들은 한반도의 문제가 너무 걱정되어서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한 쪽은 당근을 한 쪽은 채찍을 들고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다른 점은 모르시는지 애써 감추시려는 건지 모르겠다. 황선생을 초청한 미 의원 3인은 철저한 보수주의자이며 아마도 군산복합체의 정치적 로비의 대상이거나 또는 로비스트일 것이며, MD추진을 위해 북한을 불량국가로 낙인찍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낙인을 찍으려면 호시탐탐 전쟁을 노리는 독재자가 다스리는 국가로 미 국민들 앞에 확인시켜야 할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아주 불평등한 SOFA협정을 통해 자기들 마음대로 주한미군의 권위를 세웠으며 전시주둔국지원협정을 통해 전시작전지휘권을 자기들이 갖고 있으며, 그 수많았던 사창가에 우리의 누이들이 몸을 팔아야만 했고 찔러 죽여도 어쩔 수 없었다는 역사의 뒷골목이 있었다.
가십시오! 왜 말리겠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연착되었다고 인권을 무시당하는 것은 아닐 겝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이런 말에 귀기울여 주시고 진정 한국인이길 원하신다면 한국의 국익을 위해 조금 더 자중하시고 연구하시고 살펴보십시오.
그리고 만약 진정한 한국인이 되시려면 노령을 생각하셔서 푹 쉬십시오. 이것도 싫으시면 미국에 가지 마시고 부른 자들을 한국으로 부르십시오.
작년 6.15 남북정상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환을 맞이한 지 1년만에 다시금 심각한 위기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한반도를 드리우고 있다. "한반도문제의 한반도化"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현재의 시점은 오히려 과거로 역행하여 "한반도문제의 국제화"로 나아가고 있다. 즉 현재 상황은 북·미간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는 남북관계 개선을 진행할 수 없는 모양새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양태가 다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관련 주변국들은 남북관계의 조속한 개선과 제2차 정상회담을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한반도문제의 미국 주도化"라는 미국의 입장과 북한의 북미 합의사항의 전제 위에 회담의 전개라는 두 개의 다른 스펙트럼이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있으며, 어정쩡한 중간에 남한이 끼여 있는 상황이다. 즉 남한의 정책선택 카드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일정한 역할의 분점과 관계의 균형이 논의의 질과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이나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에 합당한 정책적 돌파카드를 만들어 내야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 6.15 합의사항에 대한 남측의 未이행 또는 연기는 합의사항 이행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런 의구심은 현재의 남북관계 답보의 원인을 제고했다. 그 예가 전력문제이다. 전력문제는 북한이 절실히 요구한 사항이다. 즉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보상의 차원에서 요구된 전력문제는 미국의 반대와 남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 일게다.
남한은 어떤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론은 인정한다고 하면서 각론에 대해서는 총론을 송두리째 훼손할 수 있는 주장들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경제사정 또한 여의치 않은 관계로 정부가 사용할 카드도 만만치 않다. 진퇴양난이다. 해결의 수는 신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가 MD를 표방하면서 강력한 미국의 재건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좋은 본보기인 불량국가 북한요리에 혈안이 되어 있다. 미국은 재래식무기 감축, 핵·미사일문제에 대한 철저한 검증 등을 요구하며 그간 쌓아온 북미간의 합의사항들을 원점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서설이었다. 이 와중에 갑작스럽게 떠져 나온 황장엽 선생의 방미문제가 이 글의 핵심이다. 황장엽 선생 방미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일군의 미 공화당의원 보좌관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황장엽 선생의 방미를 제기하려 하였으나 정부 당국의 불허로 면담을 하지 못하고 돌아갔고, 그 이후 이 문제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정치쟁점화 되었다. 그리고 지면을 통해 이종석박사의 기고가 실리고 이에 대한 황장엽 선생의 비판기사가 실리면서 파문(파문이라기보다는 의도적 부풀려지기의 측면이 강하다. 아마도 조·중·동은 기뻐라 글을 올렸을 것이다)을 일으켰다.
황장엽 선생의 논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황장엽선생의 방미가 한미동맹에 도움이 된다는 발상이다. 어떤 측면에서 한미동맹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오히려 반대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미국의 초청인사는 제시 헬름스(전 상원외교위원장), 헨리 하이드(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 크리스토퍼 콕스(하원 공화당 정책위의장) 등이다. 이들은 대표적인 미국의 매파들이다. 매파의 입장은 무엇인가? '불량국가'인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조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대북강경책을 주장해왔다. 그리고 황장엽선생 방미를 국내에서 대행해 주고 있는 단체는 자유민주민족회의(회장 이승철)이다. 이 단체는 아마도 남한에서는 으뜸가는 반공단체일 것이다. '반공수능'을 보면 필히 일등을 차지하고 말 것이다. 아마 한미동맹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고 미국의 MD정책 추진의 가속도를 붙이는 촉매제이거나 북미관계에 큰 장애를 조성할 매개체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둘째, "우리는 망명객이 아니라 조국에 돌아온 한국인이므로 헌법상 기본권을 누릴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것은 남북관계의 현재적 수준을 너무 높게 보고 하시는 말씀이신 것 같다. 황장엽선생은 염연히 망명객이다. 그것이 국제법적 지위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는 특수성의 차원에서 황장엽선생이 망명을 결행하게 된 조건이라는 측면에서 한민족으로서 포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따라서 법적 지위는 망명객이다. 황장엽선생이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시점은 한반도의 통일시점이거나 적어도 정부가 얘기하는 '사실상의 통일'단계에서나 가능한 그런 것이다.
셋째, "우리의 행동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주장이다. 남북관계가 현재 답보상태에 있는 것은 북미관계의 답보에 근거한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의 전향적인 관계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또 한 면에서는 야당과 보수진영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과 딴지걸기가 진행되고 있다. 참 희한하게도 황장엽선생의 방미에 대해서 찬성하는 측은 아마도 야당과 보수진영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북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단 그 전에 황장엽선생이 주장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동의한다. 인권은 보편적 진리임을 인정한다. 인간은 신체의 자유를 갖는다.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그것을 구속하는 것은 인권을 구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가고자 한다면 당연히 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황장엽선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담이 따른다. 미국 국무부에서 황장엽선생의 신변보호를 보장한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남북의 대치상태와 현재의 준냉전적 상황을 고려할 때 만약의 사태발생은 관계의 나락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계가 복원되고 우호적 분위기에서 충분히 갈 수도 있다. 그때가지 기다리면 된다. 황장엽선생은 그 오랜 시간 한 명의 천재만이 군림하는 사회를 없애려고 노력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선생의 신변을 보장하고자 하는 정부의 고민과 진보적 인사들의 속앓이에 대해서도 고민해 주기 바란다.
논지의 비판을 넘어서 황장엽선생이 방미를 통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황장엽선생은 누가 재갈을 물려서 말을 못해왔던 분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황 선생이 쓰고자 한 글은 조선일보를 통해서 동아일보를 통해서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되었다. 자신의 주체사상과 현재 북한의 주체사상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주체사상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고, 현재의 북한 주체사상은 변질되었다고 책자로 발간하였다. 자신의 이후 정치적 사색과 철학적 고민을 엮어서 사상서(?)도 발간했다. 때가 되면 투고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제기했다. 한 때는 망명자께서 그것도 북한의 망명자께서 과감히 대북정책(햇볕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은 적도 있다. 더 이상 무슨 말씀을 하실 지 자못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색다른 얘기가 나오진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중국의 인권문제를 실토했던 청문회처럼 이번 청문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독재적 이미지를 한껏 치켜올리려는 미국 매파들의 구도대로 이끌려 갈 것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둘째, 황장엽선생은 적어도 방미 전에 자신의 과거에 대한 속죄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죽음의 학살이 한창이던 시절 선생은 국가의 장학금(?)으로 모스크바 유학생활을 하였고, 귀국 후 승승장구 승진의 케이스였으며(이 과정에서 북한정권에 저항하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숙청을 통해 사라져 갔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사라져 갔는가), 김일성 전주석의 총애 속에 고급 엘리트의 길을 걸었었다. 북한의 현대사와 황장엽선생의 개인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이다. 손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과거의 역사로 인해 모든 것을 단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역사에 대한 책임 앞에서는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나는 이런 속죄의 얘기를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셋째, 높은 학식을 가진 황장엽선생께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는 아직 둔감하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강경파이건 온건파이건,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할 것 없이 다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평화를 보장해야 하겠다는 완전히 같은 목적을 추구하고 있으며, 다만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에서 당근과 채찍을 어떻게 배합할 것인가 하는 견해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확신"한다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절로 흔들린다. 그 다음은 더욱 가관이다. "여기에서 6.25 전쟁 때 미국 국민과 군대가 한국을 수호하기 위하여 세운 불멸의 위훈과 전후 한반도의 평화와 한국의 번영발전을 보장하는데 역사적 기여를 하여 온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하여서는 아무리 높이 평가하여도 과대평가로 될 수 없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렇다. 미국은 우리의 혈맹국가이며 한국전쟁 시기 우리를 도와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우리를 살려주신 귀인이시며, 현재 한국을 고민하는 미국의 강경, 온건파 의원들은 한반도의 문제가 너무 걱정되어서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한 쪽은 당근을 한 쪽은 채찍을 들고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다른 점은 모르시는지 애써 감추시려는 건지 모르겠다. 황선생을 초청한 미 의원 3인은 철저한 보수주의자이며 아마도 군산복합체의 정치적 로비의 대상이거나 또는 로비스트일 것이며, MD추진을 위해 북한을 불량국가로 낙인찍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낙인을 찍으려면 호시탐탐 전쟁을 노리는 독재자가 다스리는 국가로 미 국민들 앞에 확인시켜야 할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아주 불평등한 SOFA협정을 통해 자기들 마음대로 주한미군의 권위를 세웠으며 전시주둔국지원협정을 통해 전시작전지휘권을 자기들이 갖고 있으며, 그 수많았던 사창가에 우리의 누이들이 몸을 팔아야만 했고 찔러 죽여도 어쩔 수 없었다는 역사의 뒷골목이 있었다.
가십시오! 왜 말리겠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연착되었다고 인권을 무시당하는 것은 아닐 겝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이런 말에 귀기울여 주시고 진정 한국인이길 원하신다면 한국의 국익을 위해 조금 더 자중하시고 연구하시고 살펴보십시오.
그리고 만약 진정한 한국인이 되시려면 노령을 생각하셔서 푹 쉬십시오. 이것도 싫으시면 미국에 가지 마시고 부른 자들을 한국으로 부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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