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변화와 속도
2001. 1. 17. 15:54ㆍ파놉틱 평화 읽기
드디어 속도가 붙고 있다. 교통체증도 없는데 느릿느릿 서행을 하는 것 같아서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남북관계차"가 이제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서행조차도 너무 빠르다고 투정을 부린 터인데 속도가 더 나가면 아마 무섭다고 문밖으로 나갈지도 모른다.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문밖으로 나가면 쉽상 다치거나 최악의 경우 병풍 뒤에서 향냄새를 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신년사를 해석하면서 "탈이념적 실용주의노선"이 북한의 올해 방향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했었다. 내부적인 토론에서 많은 격론이 있었다. 이견이 있지만 결론(여기에는 필자의 주관이 근 70%는 될 것 같다. 하지만 꿋꿋하게 토론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해 주시기 바란다)은 이렇다.
첫째, 남북관계의 핵심변수는 이제 북한이 아니라 남한 내부정치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미 1단에서 2단으로 기어를 작동했다. 따라서 이 변속에 대해 남쪽에서 제대로 이동을 시켜주어야 하는데 그리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아마도 남한 내부에는 엄청난 이데올로기 논쟁이 벌어질 것이고, 이 논쟁은 논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에 일파만파로 번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당장 국가보안법 개·폐·유지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자민련은 반대라고 당명을 다시금 천명했다. 따라서 법을 개정하기 위한 숫자싸움에서 가능성이 약해졌다. 금강산관광에도 찬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다. 현대의 위기는 곧 금강산관광사업의 위기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징표라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의 좌초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심사다. 대북지원에도 말들이 많을 것이다. 군량미 전용이니, 우리도 어려운데 왜 도와주느니 등 이거 참 어린아이 치기 같은 투정도 있고 극단적인 저항도 존재한다.
또 2002년이면 지방자치단체선거, 대선 등 엄청난 정치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아! 참! 여기에 월드컵까지! 올해 내에 일정한 남북관계의 틀을 안정화시키고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고,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속도를 높이는 이유의 한 귀퉁이도 여기에 기인할 것이다.
둘째, 북한이 진정 변화를 수용할 정책적 결정을 내렸는가의 문제이다. 정황적 증거는 여러 가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돌연 방중(訪中)이다. 쇼킹한 방중이었다. 많은 신문들과 학자들은 여기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추측성 기사를 실었다. 골자는 이러하다. "상하이에 머물고 있다. 상하이는 중국 개혁·개방을 상징한다. 따라서 북한도 아마 중국식의 개혁·개방에 대해 긍정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부시 취임식과 방중기간이 겹친다. 이는 부시에 대한 김정일의 메시지다. 즉 우리도 변하고 있으니 당신들 과거 냉전방식으로 돌아가지마, 재미없어. 그리고 도와 줄거면 확실히 도와줘. 금수조치 좀 해제하고 관계개선에 속도를 내는 게 좋을거야", 여기에 또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사전 북·중간의 협의(남북관계 개선방안, 북·미관계, NMD 공동대응 등) 등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이것저것 붙이면 틀릴 가능성이 적겠지만 말이다. 이미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변화의 수준을 강도 높게 말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을 말하고 있고, '신사고'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담론들은 근본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명시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것을 사후적 담론이므로 북한이 앞으로 변화한다기보다는 이미 변화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며, 따라서 급격한 변화를 예견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신년 초 북한이 보여준 모습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년사에 제기된 내용이 일관된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듯이 하부에서 실행되고 있다. 변화의 방향은 예측할 수 없을지언정,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개방 폭의 확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셋째, 남남대화의 속도를 높이고 쟁점을 해소하고 집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의 변화는 북한 식으로 이루어지고 전개될 것이다. 적어도 변화의 충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는 국민적 합의 또는 사회적 합의를 그 전제로 한다. 대비적 관점에서 북한의 변화를 추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북한은 익히 들어왔듯이 "정치과잉국가"니, 주체사상의 나라로 통칭되는 사상이 강력한 구심이 되는 사회이다. 그 정점에 '수령'이 있는 것이다. 즉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결정은 김정일 위원장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 "탈이념화를 통한 실용적 접근"의 가능성을 지칭하는 것이다. 세종연구소의 이종석 박사는 과거 논문에서 북한이 변화하려면 주체사상을 추상화하면서 실용적 노선을 걸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조금씩 그런 경향성이 보인다. 올 신년사는 상상외로(?) 탈이념적이다. 아마도 사상성을 옅게 하면서 실용적인 면(신사고)을 추구하려는 지도부의 의지 반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북한도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남한사회는 여전히 간극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좌우를 떠나서 접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남남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사회통합과정에도 좋은 밀알이 될 것이다. 그 방향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논해보자! 이 근거는 관용(똘레랑스)이라는 담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속도의 문제가 다시금 정쟁화 되는 우를 피해야 한다. 협의와 관계의 문제는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이고 관용의 문제이다.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속도에 문제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신뢰하기 때문에 속도의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뒷걸음치지 않고 함께 한발자욱 한발자욱 앞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굳이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라는 질문에 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걷기로 합의했으니 말이다.
이미 신년사를 해석하면서 "탈이념적 실용주의노선"이 북한의 올해 방향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했었다. 내부적인 토론에서 많은 격론이 있었다. 이견이 있지만 결론(여기에는 필자의 주관이 근 70%는 될 것 같다. 하지만 꿋꿋하게 토론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해 주시기 바란다)은 이렇다.
첫째, 남북관계의 핵심변수는 이제 북한이 아니라 남한 내부정치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미 1단에서 2단으로 기어를 작동했다. 따라서 이 변속에 대해 남쪽에서 제대로 이동을 시켜주어야 하는데 그리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아마도 남한 내부에는 엄청난 이데올로기 논쟁이 벌어질 것이고, 이 논쟁은 논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에 일파만파로 번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당장 국가보안법 개·폐·유지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자민련은 반대라고 당명을 다시금 천명했다. 따라서 법을 개정하기 위한 숫자싸움에서 가능성이 약해졌다. 금강산관광에도 찬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다. 현대의 위기는 곧 금강산관광사업의 위기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징표라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의 좌초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심사다. 대북지원에도 말들이 많을 것이다. 군량미 전용이니, 우리도 어려운데 왜 도와주느니 등 이거 참 어린아이 치기 같은 투정도 있고 극단적인 저항도 존재한다.
또 2002년이면 지방자치단체선거, 대선 등 엄청난 정치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아! 참! 여기에 월드컵까지! 올해 내에 일정한 남북관계의 틀을 안정화시키고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고,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속도를 높이는 이유의 한 귀퉁이도 여기에 기인할 것이다.
둘째, 북한이 진정 변화를 수용할 정책적 결정을 내렸는가의 문제이다. 정황적 증거는 여러 가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돌연 방중(訪中)이다. 쇼킹한 방중이었다. 많은 신문들과 학자들은 여기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추측성 기사를 실었다. 골자는 이러하다. "상하이에 머물고 있다. 상하이는 중국 개혁·개방을 상징한다. 따라서 북한도 아마 중국식의 개혁·개방에 대해 긍정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부시 취임식과 방중기간이 겹친다. 이는 부시에 대한 김정일의 메시지다. 즉 우리도 변하고 있으니 당신들 과거 냉전방식으로 돌아가지마, 재미없어. 그리고 도와 줄거면 확실히 도와줘. 금수조치 좀 해제하고 관계개선에 속도를 내는 게 좋을거야", 여기에 또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사전 북·중간의 협의(남북관계 개선방안, 북·미관계, NMD 공동대응 등) 등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이것저것 붙이면 틀릴 가능성이 적겠지만 말이다. 이미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변화의 수준을 강도 높게 말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을 말하고 있고, '신사고'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담론들은 근본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명시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것을 사후적 담론이므로 북한이 앞으로 변화한다기보다는 이미 변화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며, 따라서 급격한 변화를 예견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신년 초 북한이 보여준 모습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년사에 제기된 내용이 일관된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듯이 하부에서 실행되고 있다. 변화의 방향은 예측할 수 없을지언정,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개방 폭의 확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셋째, 남남대화의 속도를 높이고 쟁점을 해소하고 집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의 변화는 북한 식으로 이루어지고 전개될 것이다. 적어도 변화의 충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는 국민적 합의 또는 사회적 합의를 그 전제로 한다. 대비적 관점에서 북한의 변화를 추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북한은 익히 들어왔듯이 "정치과잉국가"니, 주체사상의 나라로 통칭되는 사상이 강력한 구심이 되는 사회이다. 그 정점에 '수령'이 있는 것이다. 즉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결정은 김정일 위원장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 "탈이념화를 통한 실용적 접근"의 가능성을 지칭하는 것이다. 세종연구소의 이종석 박사는 과거 논문에서 북한이 변화하려면 주체사상을 추상화하면서 실용적 노선을 걸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조금씩 그런 경향성이 보인다. 올 신년사는 상상외로(?) 탈이념적이다. 아마도 사상성을 옅게 하면서 실용적인 면(신사고)을 추구하려는 지도부의 의지 반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북한도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남한사회는 여전히 간극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좌우를 떠나서 접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남남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사회통합과정에도 좋은 밀알이 될 것이다. 그 방향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논해보자! 이 근거는 관용(똘레랑스)이라는 담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속도의 문제가 다시금 정쟁화 되는 우를 피해야 한다. 협의와 관계의 문제는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이고 관용의 문제이다.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속도에 문제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신뢰하기 때문에 속도의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뒷걸음치지 않고 함께 한발자욱 한발자욱 앞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굳이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라는 질문에 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걷기로 합의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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