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공간과 만나면 6-2) 동독 일상과의 만남: DDR Museum(ⅱ)

2009. 4. 6. 14:53공간 일상 담론

기억이 공간과 만나면

 

6-2) 동독 일상과의 만남: DDR Museum(ⅱ)

 

‘짝퉁’과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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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좋아하는 사회에서 ‘짝퉁’은 필연적 결과다. 명품은 부와 진귀함의 상징이니 없는 사람들은 명품을 구입할 수 없다. 그래서 거대한 ‘짝퉁시장’이 만들어진다.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이 강남의 명품 랜드마크라면 강북은 단연 동대문․남대문이 상징이다. 명품이 출시되기만 하면 기어코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똑같은 쌍둥이를 만들어낸다. 명품과 짝퉁은 ‘배다른 형제’다.

 

아마 서울시내에 명품을 입거나 들거나 치장을 한 사람들 중의 많은 수는 짝퉁이와 함께 다닐 것이다. 다수가 들고 입고 치장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명품이라고 할 수 없다. 희소성 없는 명품은 이미 명품임을 포기한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감이 가는 것은 짝퉁이다. 가질 수 없는 자들의 욕망을 비록 짝퉁이지만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없는 자들의 친구 짝퉁이…

 

명품을 찾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 짝퉁을 찾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 외양만 중시하는 세상, 외양 안에 담겨있는 컨텐츠마저도 외양에 의해 규정되는 사회에서 인문학적 상상력과 사회과학적 비판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저 돈으로 좌우되는 세상일테니 말이다. 그 세상에서 뙤약볕이 내려 쬐는 작업장에서 등에 쉼없이 흘러내리는 노동의 땀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60평생 노동으로 점철된 억센 팔뚝과 마디마디 굳은살이 박인 손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

 

위 사진을 보면 왼쪽에는 west jeans 일명 그 유명한 Levi's 청바지가 있고, 오른쪽에는 east jeans으로 명명되는 Boxer가 진열되어 있다. 왼쪽은 한국사회에 들어오면 명품일테고 오른쪽은 짝퉁이 될 것이다. 동독은 서양에 대비되는 의미의 이스트진을 만들어서 입었다. 어떤 것이 더 질이 좋고 디자인이 좋을까? 직접 사진을 보고 판단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소비품이 부족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의복의 수준은 자본주의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첨단의 디자인은 사치스러운 것이었고 투박하게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아래 사진을 보라. 1970~80년대 동독 여성복장이다. 그다지 투박해 보이지 않는다. 저 정도라면 디자인도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질감은 전문가가 아니라 알 수도 없고 그저 감각적인 패션수준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비교우위라고 서독과 비교할 때 그 수준은 현격하게 차이가 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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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디자인이 아니니 중요하지는 않다. 그들이 어떤 복장을 하고 살아갔는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 사진을 보면 해맑은 모습의 아이들, 마당에서 음식만들기, 매션모델 같은 ‘미시족’을 볼 수 있다. 이념과 제도의 차이를 넘어 전개되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일상은 기억되고 싶은 날들이기를 열망하는 시간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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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독민들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

 

동독민들의 실내 공간

 

자 이제 구경삼아 동독민들이 살았던 거주공간을 구경해보자. 1960~1980년대까지 그들의 어떤 주거공간에서 살아갔는지에 대한 약간의 외양을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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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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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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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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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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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과 전축

 

주거공간은 그다지 넓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 유사한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우리 사회의 아파트와 같이 동일한 면적과 구획으로 만들어진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로 치면 바렌다를 예쁘게 만들거나 창의 커텐을 예쁘게 꾸민다든가 등을 통해 개성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규격화․획일화를 싫어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마저도 일상의 소소한 저항이었을까?

 

아마도 가정은 유일하게 자신만의 공간, 가족만의 공간으로 기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만의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고 색다르게 만들고 싶은 욕망들이 그런 방식으로 표출되었을 것이다. 그들의 만들었던 다양한 바렌다와 내부 인테리어들을 모아놓으면 훌륭한 아카이브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소소한 공작활동이 만들어낸 규격화된 건축 속에서의 다양한 공간 창출능력…. 그것이 아마 이 힘들고 분절된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의 모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다양성이 세상의 위험과 공포를 극복하는 자양분이었음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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