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다시 생각해 보며 : 전쟁과 평화

2009. 11. 12. 12:18파놉틱 평화 읽기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다시 생각해 보며 : 전쟁과 평화]

 

이틀 전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 꼭 20년이 흐른 날이었다. 베를린장벽 붕괴와 함께 냉전도 무너졌다.

그 당시 이제 동서갈등은 사라지고 이념에 의한 희생은 사라지고 자본주의의 승리와 민주주의의 영원성을 외쳤다.

그리고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그러나 그 시간동안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았다.

9.11 테러로 지칭되는 새로운 안보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반테러 비확산이라는 미국의 핵심전략은 전 세계를 가르는 구분선이 되었고

이슬람지역은 여전히 테러분자들을 양산하는 지역이 되고 있으며, 이슬람 문화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새로운 방식의 전쟁시대

이라크는 아직도 전쟁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은 제2의 이라크, 제2의 베트남으로 일컬어지며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되어 있다.

 

이념을 바탕으로 했던 동서냉전의 갈등이 붕괴되었고 그 상징은 장벽의 붕괴였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도시공간에는 빈부의 장벽이 들어서고 있고

국가 간에는 무역의 장벽이 세계화와 개방이라는 화두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고

지역 간에는 문화와 종교, 세계화에 의한 격차에 분노하는 진영과 이것을 억제하려는 진영 간의 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장벽은 붕괴되었지만 사라지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재생되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세계화가 아니라면

이 갈등과 분쟁, 그리고 전쟁은 종식될 수 없다.

 

한국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하기로 결정했다.

무엇을 위한 파병결정인지 애매모호하다.

 

동맹을 위한 것인가?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으니 국제적 의무를 다해야하기 때문인가?

국방부의 요구대로 실제 전투경험의 부재를 극복할 수 있는 경험장이기 때문인가?

테러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인권적 방침인가?

 

전쟁과 분쟁은 죽음을 잉태한다. 사람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전쟁을 겪고 분단체제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전쟁과 분쟁은 더 이상 겪어야 할 경험이 아니다.

하지만 기억은 그렇게 쉽게 잊혀지나 보다.

 

저 젊은이의 죽음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을까?

저 가족의 눈물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을까?

차가운 시체로 돌아온 병사에게 대통령이 조문을 한다고 생명이 돌아올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생각해봐야 한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평화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아직도 엄청난 전력과 사람을 휴전선에 집중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생각해봐야 한다. 평화 없는 한반도는 이라크이며, 아프가니스탄이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공권력에 의한 무수한 양민학살

낮과 밤을 수시로 국군과 인민군의 점령에 따라 스스로 변화해야만 했던 아픈 주민들의 과거사를

그리고 전쟁과정에서 그 무수한 죽음들을 그리고 아직도 씻지 못하는 상흔들을

 

어제 뉴스에 들려오는 아프가니스탄 건설현장에 대한 탈레반의 공격을

그 공격은 우리를 향한 것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우리의 영토도 테러의 무풍지대로만 남지 않을지 모른다.

 

다시 한번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고민해본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 텍사스주 포트후드 미군기지에서 열린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식에서 연설을 하기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 1차대전 종전 추모일에 영국군 병사 한 명이 1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영국 묘지에서 추모의 날(리멤브런스 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영국 연방에 속하는 국가 등은 세계 1차대전이 끝난 날에 맞춰 해마다 영국 시각 11월11일 오전 11시에 2분 동안 모든 전쟁에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묵도를 한다.카불/로이터 뉴시스

» 캐나다서도… 1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스티븐 마샬의 장례식에서 유족들이 관을 뒤따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공병으로 파병됐던 마샬은 지난 10월30일 순찰 도중 희생됐다. 캘거리/AP 연합뉴스

 

» 영국서도…계속되는 전쟁의 아픔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근 숨진 영국군 6명의 장례식이 열린 영국 린네햄에서, 10일 스티븐 부트 상병의 한 친척이 사진과 꽃을 든 채 관이 옮겨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린네햄/AP 연합뉴스

 

기사등록 : 2009-11-11 오후 08:23:40 기사수정 : 2009-11-11 오후 10: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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