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세

2018. 1. 31. 12:35sensitivity




가장 비관적인 세대 30대, 그들은 집단우울증이 의심되는 수준이란 진단도 제기된다. 어떤 기사는 특정 세대가 통째로 고통 받는 세상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시인은 절망으로 내뱉는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고...나누려 하지 않는 세상에서 평등은 천국의 이야기다. 슬픔에 공감하지 않는 세상에서 윤리는 지옥의 이야기다. 소리쳐도 듣지 않는 세상에서 대화는 금성과 화성의 이야기다. 최승자 시인의 시 ‘삼십세’처럼 만신창이가 된 그들은 ‘행복한 항복’ 외에 다른 길이 없다. 그 행복은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이렇게 살 것을 포기해야 하니까...세상을 바꾸어 왔다는 기성세대의 자만 속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만들어냈다는 박정희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자기도취 속에, 그들의 자식들은 고통 속에 쳐박힌다. 이 얼마나 놀라운 희극이며, 이 얼마나 즐거운 비극인가....길을 바꿔야 한다. 반성하고 고백하고 내놓고 나누고...그리고 같이 울고 웃고 이야기 하고 공감해야 한다. 지옥불 같은 삶을 살라고 강요하는 것이 시대의 이데올로기라면 우리에게 삶이란 그저 무의미 아닌가....


삼십세 /최승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 행복 행복한 항복 
기쁘다 우리 철판 깔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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